비사벌문화연구회 회장 조기환.

그리 넓지 않은 사무공간 벽면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글이 책상에서 일하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글귀로서 흐트러지는 마음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글은 평생야인으로 살아가는 만옥정서예원 효촌 정방부원장의 글씨다 아마도 물 흐르듯 지역사회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나에게 준거 같다.

상선약수란 동양의 고전인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말로, 물을 예로 들어 도(道)를 설명한 ‘가장 좋은 것(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하찮게 본다는 느낌이 들면 ‘나를 물로 보느냐’고 한다.

사람을 물로 보는 것은 사람을 아주 낮춰 보는 것으로 생각하여 왔는데 세상에서 최고의 선은 왜 물과 같다고 하는가.

신영복 선생은 최근에 펴낸 ‘담론’이라는 책에서 노자가 물을 최고의 선이라고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첫째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水善利萬物). 둘째 흐르는 물은 앞뒤를 다투지 않기 때문이다(流水不爭先). 셋째 물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자리 잡기 때문이다(處衆人之所惡).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사람이 싫어하는 곳이란 낮은 곳, 소외된 곳을 가리킨다.

여기서 깊이 생각하게 되는 말은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이란 무슨 뜻인가에 있다.

물은 흘러흘러 가장 큰물인 바다가 된다.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이지만 어떠한 것도 대적할 수 없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가장 낮은 곳에서 이물 저물 가리지 않고 모든 시냇물과 강물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사는 인간들의 관계에서 보면 가장 약하고 낮은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민초다.

생존경쟁이라는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에 있지만 우리사회를 유지시키는데 가장 필수적인 생산노동의 담당자인 기층 민중이라고 불리는 보통 사람들이다.

경제력이 판치는 세상에서 가진 돈 없어 살아가기 팍팍하고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인 대접도 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며 힘들게 살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 같다.

세상에는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당당하고 약한 사람에게 관대한 사람과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비굴하고 약한 사람에게 오만한 두 종류의 사람만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는 강자보다 약자가 많은 법이다. 약자의 힘은 개별적으로는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물방울이 모여 강과 바다를 이루어 강한 힘을 가지듯 양적 다수라는 데 있다.

다수가 힘을 모아 주인대접 받는 사람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민주주의란 이러한 다수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치체재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약한 다수를 대변하겠다는 입지자들이 저마다 장점만 내세우며 명함 돌리기에 여념이 없다 앞으로 더욱더 발로 뛀 것이다.

이 선거직들은 노자의 상선약수라는 의미를 철저히 내면화 하는 것은 어떨까 최근 경남도의회가 학교급식 감사 조례안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물 흐르듯 약자들의 세상살이에 도움 되는 공공성과 사회정의 실현이 최우선되는 지역사회가 돼야한다.

비사벌문화연구회 회장 조기환  newsline@gn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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