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 기자.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해 8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2000년 8월 1일 0시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이 공소시효 폐지의 적용대상이라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게 돼 버렸다.

1999년 5월 20일 당시 6살이던 김태완 군이 대구 동구 효목동 골목길에서 신원미상의 범인이 던진 황산을 맞고 49일간 투병하다 숨졌다.

올해 7월, 대법원 2부가 피해아동의 부모가 낸 재정 신청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사건의 공소시효는 결국 만료됐다.

태완　군의 부모는 눈물로 호소했었다. 범인을 밝혀달라고 언론에 매달렸고, 법 앞에 애원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기각으로 희망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미국 드라마 중에 ‘콜드 케이스’라는 드라마가 있다.

영구 미제로 남은 사건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여형사의 이야기로 살인사건에 공소시효가 없는 미국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제보나 또 다른 사건과 연결 지어 꼬여버린 매듭을 하나씩 풀며 사건을 해결한다.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다른 미국의 이야기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법 앞에 평등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공소시효라는 것이 존재 하는 곳에서는 오래된 사건을 다시 정리한다는 것에 무리가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과학이 발달하지 못해 DNA를 발견하지 못했고, 남겨진 증거물의 보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나간 사건에 매달리기보단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안 처리에 급급했고, 인력 역시 부족했기에 사건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진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 공소시효 폐지결정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경찰청은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 설치된 장기미제 사건 전담팀을 정식 편성하고, 수사체제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현재 총 50여 명으로 구성된 전국지방청별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인력을 하반기 72명으로 확대 편성하는 등 다양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늦게나마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돼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이나 대구 송촌동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사건들이 재조명 받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일선 경찰관들은 살인자에 대해 강한 압박이 가능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인력부족과 성과달성에 대한 고질적 문제 해결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방대한 자료 분석과 사건을 재탐색하며 추리하는 일이, 드라마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사건 해결에 있어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법의학자들이나 CSI 같은 과학수사대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원과 장비가 부족하기에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 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법 앞에 평등할 수 있도록, 살인자의 처벌은 기간이 정해지면 안 된다.

이번 공소시효 폐지결정이 더 빨리 이뤄지지 못해 아쉬움을 주지만 남아있는 사건처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루빨리 미제사건들의 범인이 잡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안식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어쨌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 일이고, 지금 잡히지 않아 안도하고 살아간다 할 지 라도 범인은 잡힐 것이다.

세상 이치가 그러하듯.

살인에 공소시효가 사라진 지금 사건 수사는 계속되고, 범인도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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