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보다 뜨거운 소방관들의 ‘열정’에 박수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소방관에게도 119구급차의 진로를 방해한 차량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민선 기자.

긴급출동차량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고의로 소방차 앞에 끼어들어 시간을 지체하게 하는 등 얌체차량으로 인해 위급한 시간을 허비했던 소방관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얼마 전 사설 구급차의 진로를 방해하며 구급차 안까지 확인한 ‘그랜저 운전자’의 영상에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 법안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한 사람의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지만, 도무지 쉽게 용서할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진로방해도 모자라, 구급차 안까지 확인하며 욕설을 퍼붓고, 사이렌을 울리지 말라고 협박하는 운전자의 모습은 어처구니가 없다.

자기 가족이 구급차에 타고 있어도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사설구급차를 믿지 못하겠다는 누리꾼들도 있지만, 믿고 안 믿고를 떠나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달리면 무조건 지나갈 수 있도록 비켜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다. 살릴 수 있는 환자인데도 불구하고, 골든타임을 놓쳐 생명의 불꽃이 꺼진다면 그만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는 말이다.

구급차에 누워있는 사람이 내 가족일 수도 있고, 심지어 나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한다면 ‘모세의 기적’처럼 도로의 차들은 일제히 길을 비켜야 한다.

소방도로도 마찬가지다. 그곳에 불법으로 주차돼있는 차들로 인해 화재진압이 늦어져 피해가 더 크게 났다는 뉴스가 종종 나올 때면, 무너져버린 시민의식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소방 헬기가 물을 쉬 없이 뿌려 화재를 진압했지만, 프로펠러의 바람이 불을 더 키웠다며 소방관에게 책임을 전가한 일도 있었다.

힘들게 화재를 진압한 소방관들에게 고마워하긴커녕, 재산피해의 책임을 떠넘기며 추태를 부리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와 달리 호주는 소방관을 가장 존경받고 신뢰받는 직업으로 여긴다.

화재가 한번 발생하면 쉽게 진화되지 않고, 숲을 모조리 태워 버리는 경우가 많아, 늘 목숨을 걸고 화재진압에 나서는 소방관들을 영웅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사회공동체 유지에 있어 없어선 안 될 직업군이지만, 출동 10번 중 한번은 현관문을 따 주는 일이며, 취객을 돕다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또, 잃어버린 동물을 찾아 달라거나 심지어 장난전화를 걸어 출동을 헛수고로 만들어 정작 사고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컵라면 소방관’의 모습은 어떠한가. 화재 진압 후 끼니를 컵라면으로 때우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지 않았던가.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언제나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행정에 소방관들의 노고가 퇴색될까 걱정스럽다.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다른 생명을 위해 애쓰는 그들의 숭고한 직업 정신에 감사하며, 뜨거운 여름 태양보다 더 뜨거운 소방관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김민선 sun258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