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경제계는 '청년고용 빙하기’를 극복하기 위해 2017년까지 7만 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장밋빛 목표를 밝혔다.

김민선기자.

취업훈련과 인턴을 확대해 총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기존 교사들의 명예퇴직 확대 등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온갖 방안을 쏟아냈다.

그러나 각종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허덕이고, 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한해 쏟아지는 대학 졸업자들과 구직활동에 목숨을 내건 청년들, 더 높은 학력을 추구하고 더 좋은 스펙을 위해 유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이들의 삶이 치열하다 못해 불쌍해지고 있다.

집안 사정이 넉넉해 한 군데 다닐 학원 두 세 군데 다니고, 부족한 과목 과외도 받으며 집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내신관리 하며, 방학 때 어학연수라도 다녀오면 그만큼 이력서에 쓸 한 줄이 늘어난다. 대학등록금을 방학 때 마다 벌지 않아도 된다면 유렵 배낭여행도, 대기업 인턴십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그렇게 녹녹지 않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와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 사이 역량 불일치는 해소하기 어렵고, 이공계 쏠림현상은 날이 갈 수 록 더 심화하고 있다.

이력서에 토익점수를 빼고, 개인의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대기업들의 인재채용 공고가 늘고 있지만, 그저 허울뿐이다.

토익점수를 적지 않을 뿐 면접이 영어로 이뤄진다거나, 해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서류심사 때 제외하기도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대학원을 나오지 않으면 취업문이 좁다’는 말이 나돌고, 인문계냐 실업계 고등학교냐에 따라 면접 질문도 달라진다하니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최근 들은 면접자의 질문 중 가장 황당한 것은 ‘실업계 고등학교 다닌 것 보니 중학교 때 날나리였냐?’는 것이었다.

너도나도 대학에 가는 지금, 학력이 점점 낮아져 어디 고등학교 출신인지까지 면접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몇 년 뒤 초등학교까지 등급을 나누어 평가하게 될 것 같아 두려움마저 든다.

물론 몇몇 몰지식한 면접관들의 이야기겠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나온다는 것은 학벌 만능주의가 낳은 폐해가 아니겠는가.

윗돌 빼 아랫돌 괴는 땜질 처방 말고,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활성화와 저학력 미취업자들도 공평한 도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청년 고용안정을 위한 중소기업들의 처우개선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열정페이를 논하지 말고 실현 가능한 정책들로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블랙 기업을 추방해 이직 없이 안정적인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될 것이다.

중구난방으로 쏟아내는 정책들보단 한두 가지 확실히 이행할 수 있는 정책들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야만 정부가 제시한 장밋빛 목표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민선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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