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 전경

세종대왕의 부인 소헌왕후의 고향, 산소카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국제슬로시티

청송에 본을 둔 청송심씨(靑松 沈氏) 가문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조선왕실의 대표적 외척 가문으로 왕비 3명, 부마 4명, 정승 13명(영의정 9명)이 나왔다. 과거급제자는 총 811명(문과 194명, 무과 37명, 사마시 578명, 의과 2명)에 달한다. 조선 시대 정승을 많이 배출한 가문 중 4위다. 심씨 가문의 왕비는 4대 세종대왕(이도) 왕비 소헌왕후(심온의 딸), 13대 명종(이환) 왕비 인순왕후(심온의 6대손), 20대 경종(이윤) 왕비 단의왕후(심온의 12대손)다.

왕비 3명의 고향이며 임진왜란과 정묘․병자호란에 의병이 일어난 호국의 고장이다. 그런 이유인지 모르지만, 청송은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경상도 7개 도호부 중 하나로 437년간 유지해왔다.

첩첩산중으로 자연이 준 선물로 길안천 신성계곡, 주왕산을 비롯한 하천과 계곡이 아름답다.

46억 년 지구역사를 잘 간직하고 있어 청송군 전체가 2017년 5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https://csgeop.cs.go.kr/)으로 지정됐다.

퇴적암 절벽에 올라 앉은 방호정

○ 청송군

경북 동북부 태백산맥(낙동정맥)의 내륙지역에 있어 서쪽 안동시․의성군․군위군, 남쪽 영천시, 북쪽 영양군, 동쪽 영덕군․포항시 등 7개 시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주요 하천은 용전천, 길안천, 보현천이 있다. 지질은 중생대 경상계 퇴적암층에 속한다.

경북의 오지 3총사를 뜻하는 BYC(봉화, 영양, 청송) 중 하나다. 1읍 7면으로 전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곳 중의 한 곳이다. 2021년 현재 24,000여 명으로 인구감소가 심각한 지역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공기가 맑고 깨끗해 ‘산소카페 청송군’으로 5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청송군의 80%가 산림지역이고, 연기 나는 공장이 없어 전국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공기다.

2022년부터 공장설립을 허가하지 않아 전국 기초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공업단지와 논공단지가 없다. 그리고 가축 축사의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굴뚝 있는 공장 한 곳도 없는 청정지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관광객을 부르고 청정 농산물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화재로는 국가지정 16곳, 경북도지정 35곳이 있다. 대표적인 문화재는 유네스코 지질공원 백석탄, 찬경루, 운봉관, 송소고택, 방호정, 침류정, 망미정등이 있다.

○ 신성계곡 방호정(方壺亭)

어머니를 그리며 신선처럼 살다 간 선비 조준도

조준도 아버지 함안조씨 망운(望雲) 조지(趙址)는 생육신 어계(漁溪) 조려(趙旅)의 후손이다. 20세 즈음 1562년 청송 안덕으로 들어왔다.

조준도가 17세였을 때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형과 동생이 의병으로 나갈 때 그는 늙고 병든 어머니를 모셔야 했다.

정묘호란(1627년 1월)이 일어났다.

선생은 여헌 장현광과 우복 정경세에 의해 의병장으로 발탁돼 전장에 나선다. 의병과 군량미를 모으고 재산을 털어 의병활동에 들어간다. 그러는 사이 인조가 남한산성을 나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양을 향해 대성통곡했다.

이렇듯 선생이 살았던 시기는 민족적 시련과 혼돈의 시대였다. 세상이 어지럽고 힘들면 백성들이 미륵부처를 기다리듯이 선비들은 현실에서 이상적인 신선 세계를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그는 더 이상 벼슬에 나가지 않았다. 정자를 짓고 선비들과 초야에 묻혀 인재를 키우고 학문을 익혔다.

방호정은 광해군 11년(1619)에 조준도(趙遵道, 1576~1665) 선생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산소가 건너다보이는 길안천 신성계곡 절벽 위에 세운 정자다.

선생은 여섯 살 때 아들이 없던 재종 숙부(7촌 아저씨)에 입양되어 일찍 돌아가신 친어머니를 항상 그리워했다.

방호정의 늦봄

정자 처음 이름은 ‘풍수당(風樹堂)’이다. 《시경》에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자 하나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풍수지탄(風樹之嘆)’에서 따 왔다. 어머니를 생각해 사친당(思親堂)이라 고도 불렀다.

낙동강 지류(支流), 길안천이 굽이쳐 깎아 만든 절벽 위에 조용히 앉아있는 방호정 근처는 수려한 경치로 눈부시다. 방호정에서 시작하는 신성계곡은 물이 맑고 ‘백석탄(白石灘)’으로 부르는 흰색 돌들이 봄 햇살에 아른하다.

방호정은 신선이 산다는 ‘방호산(方壺山)’에서 따왔다. 방호정은 신선들이 노니는 놀이터로 비유했던 셈이다.

조준도 선생의 호 ‘방호’도 같은 의미다. ‘방호’는 신선이 사는 다섯 곳 중 하나다. 다섯 산은 봉래산, 영주산, 방호산, 원교산, 대여산이다.

선생은 속세를 떠나 신선 같은 삶을 살기 원했다. 정자에는 자신과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 들었다.

선생은 자신은 송학서하 조준도, 청계도사 조형도, 상산일호 이준, 청학도인 신집 등과 모여 모진 세월을 견뎌냈다. 이들 네 사람 모두 신선 세계를 동경하는 의미의 별호(別號)를 갖고 있었다.

방호정의 겨울풍경

○ 방호정의 구조

방호정은 일반적인 정자보다 양반 집 구조다.

앞면 2칸, 옆면 2칸의 대청마루, 이에 연결된 2칸의 온돌방, 온돌방 왼쪽에 부엌과 반 1칸을 들여 전체 모양은 ㄱ자 형태다.

대청마루는 한쪽 면만 팔작지붕이고, 방 양쪽 면은 맞배지붕으로 된 특이한 구조다.

하천 쪽 풍경을 즐기기 위해 칸마다 위로 들어 올리는 문을 달았다. 겨울철 문을 내리면 전체가 방이 되고, 여름철에 올리면 대청마루가 된다. 경북 산간 지방의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구조다.

길안천 신성계곡 방호정

○ 길안천 신성계곡

방호정이 있는 절벽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이고 부서진 모래, 진흙 등이 물, 바람, 빙하(氷河)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 굳은 퇴적암층(堆積巖層)이다.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퇴적암으로 사암, 이암, 셰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방호정의 퇴적암 절벽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그 이유는 처음 수평으로 된 암석이 지각 활동으로 기울어졌다. 기울어진 암석 윗부분이 물과 바람에 의해 깎여 편평하게 되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이다.

방호정 앞을 흐르는 하천을 감입곡류천(嵌入曲流川)이라 부른다.

길안천 S자형 감입곡류

감입곡류 하천은 땅이 깊이 패인 U자 골짜기를 만들어 구불구불 흐르는 하천을 말한다. 물이 흐르는 힘으로 땅과 바위가 깎여 깊은 계곡을 만든 것이다. 높은 산악지대를 흐르는 물은 경사가 급하고 물살이 강해 하천바닥을 깊게 판다.

감입곡류천은 깊은 계곡과 높은 절벽을 만들어 경관이 뛰어났다. 그곳을 찾아 옛 선비들은 누각과 정자를 세워 노닐었다. 방호정도 그러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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