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나는 두루미

날이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은 책을 보거나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본다. 오늘은 ‘다음 소희’를 봤다. 특성화 고등학생인 소희의 성장과 실습생으로 직장 생활하면서 착한 팀장이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모습을 본다. 팀장 유서에 소희가 다니고 있는 콜센터 직원들의 업무 강도와 실습생을 저임금 도구로 이용하는 기업 실태를 파악해야 할 노동부, 학교, 교육부까지 사무적이고 무관심한 우리 사회 민낯이다.

문득 86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라고 유서를 써놓고 자살한 늘 1등만 하던 여중생의 절규가 당시 중학교에서 입시경쟁의 파도에 휩쓸려 다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소희의 죽음을 수사하던 여형사의 사회적 모순에 대한 의문에 더하여 입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교육을 외치며 정부에 저항하다가 길거리로 쫓겨난 나의 모습이 겹쳐져 마음이 아팠다. ‘다음 소희’ 무서운 영화 제목이다. 소희가 자살한 일이 다음에는 또 누구일까를 암시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났던 중대 재해 사고, 4.16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연이어 일어나는 것도 깊이 들여다보면 불편한 진실이 똬리를 트고 있다.

검은돈과 권력이 연대한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으로 죽어가는 현실에서 인간의 죽음은 대수롭지 않다. 그들의 그물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죽어가는 물고기 꼴이다. 줄거리를 보자. “다음 소희는 2017년 전주에서 발생한 특성화 고등학교 실습생 자살 사건을 바탕으로 한 사회비판 영화입니다. 영화는 소희라는 고등학생이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면서 겪는 언어폭력, 성희롱, 실적압박 등의 불합리한 대우와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야기와, 유진이라는 형사가 그 사건을 담당하면서 소희의 죽음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사회제도의 모순을 여러 측면에서 드러냅니다.

첫째,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대기업이라고 속이고 현장실습을 보내지만, 실제로는 하청에 하청에 하청된 콜센터와 같은 곳에 배치됩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꿈과 무관한 일을 하면서도 학교와 회사의 감언이설에 속아 열심히 일합니다.

둘째, 콜센터는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고, 고객의 욕설과 본사의 압박에 시달리는 직원들을 노동력으로만 취급합니다.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팀장이 자살하면 유가족에게 합의금을 주고 입막음을 시키는 등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보입니다.

셋째, 정부는 이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합니다. 경찰은 단순 자살 사건으로 치부하려고 하고, 교육청은 실적과 성과가 우선이라고 말하며, 교육부는 관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영화는 소희의 죽음을 통해 사회의 냉혹함과 무관심함을 비판하고, 개인의 삶과 꿈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사건의 불편한 진실을 수사하던 배두나 형사는 소희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울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상은 소희의 순수하고 희망적인 모습을 상징하면서, 그런 모습을 잃어버린 사회에 대한 숨겨진 불편한 진실과 비애를 표현하고 있다.

지리산 엄천강의 수달

상서로운 단정학(두루미)이 우포늪에 나타났다.
10년 전 우포늪에서 단정학이 한달 동안 머물다 간 적이 있다. 청룡의 해에 다시 나타나서 우포늪이 서식지뿐만 아니라,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 있는 곳이라 여겨도 좋은 곳이다. 화왕산과 비슬산 해질 무렵에는 의령 한우산과 가야산을 비행하면서 볼 수 있는 사지포 뒤편에서 먹이활동을 15일째 하고 있다.

옛날부터 몸통과 꼬리의 흰 색깔과 날개와 목 부분의 검은색, 그리고 머리 부분의 붉은 부분의 조화가 절묘하고, 수명이 굉장히 길어 십장생 중 하나로 꼽혔으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좋아했었다. 민간 신앙에서는 신령한 새로서 신선이 타고 날아다니는 새로 흔히 알려져 있다. 머리 정수리 부분이 붉은색이며, 이 때문에 붉은 정수리의 학이라는 뜻의 '단정학(丹頂鶴)'이라는 이명(異名)이 있다. 조선 왕조에서는, 시대에 따라 구체적으로는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문관 중에서 당상관들이 착용하는 관복의 흉배에 두루미를 수놓았다.

따오기도 관복 흉배에 수를 놓은 것을 보면 귀하고 행운과 장수를 상징하는 새들을 선조들이 관복에 새긴 걸 보면 오늘에 사는 우리도 그 뜻을 새겨 삶의 지표로 삼으면 좋겠다. 거제 산촌 습지에서 4일 떠난 루미가 우포늪에 8일 오후 방범석 농부가 발견하여 감시원 주영학씨에게 알린 것으로 확인하였다. 10년 전 우포늪에서 단정학(두루미)가 한 달 정도 머문 이후 처음이어서 모두를 기뻐했다. 큰 경사이고 행운의 시간이다. 이동하면서 비는 3~4일은 어디에서 머물는지는 미스테리지만 그것은 상상의 공간에서 즐거움으로 남겨 두고 싶다.

산촌 습지에서 겨울을 나던 두루미를 ‘루미’라고 산촌 습지 보전 활동가가 이름을 지었다. '루미'는 거제 김영춘 에코 활동가의 도움으로 산촌 습지에서 먹이활동을 한 달간 편하게 했다. 먹이활동 방해를 막기 위해 거제시에 알리고, ‘루미‘ 이동 길목을 차단하여 볍씨와 미꾸라지를 주면서 한 달 정도 돌봄을 받았다. 거제에서 잘 지내다가 우포늪으로 온 지가 18일째가 되었다. 거제에서 돌봄 활동을 하면서 김영춘 활동가가 촬영한 '루미' 사진과 어제 제가 올린 사진을 보고 왼쪽 날개깃이 잘린 막 어른이 된 성조라고 알려왔다.

거제에 있을 때는 왼쪽 날개깃 한 개가 없었고, 한 개는 부러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포에서 발견된 루미는 왼쪽 날개깃 2개가 없다. 아마 덜렁덜렁하던 깃 한 개도 이동 중에 떨어진 모양이다. 어제 날이 흐렸지만, 몇 장의 사진을 다시 올리면서, 다양한 생명이 살아가는 서식지 보전 활동에 관심을 보이거나 행동하는 분들께 두 손 모아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루미야! 고맙다 우포늪 찾아줘서...루미는 두 개의 깃이 없어 안타깝지만 고향으로 잘 돌아가도록 우포에서 관심 갖는 사람들이 잘 돌보아 주어야겠다.

지리산 엄천강 호사비오리 암수

지리산 엄천강에서 호사비오리와 수달, 수리부엉이를 만난다.
최상두 수달 아빠가 2024 호사비오리 포럼을 지리산리조트에서 열었다. 1.2차 호사비오리 사전 모니터링의 성과를 토대로 포럼의 첫 문을 열어 그의 말대로 "철새들이 많다고 탐조와 개체수 파악은 하지만 누구도 도래지 오염과 서식지 파괴는 관심이 없다."며 호사비오리 서식처 보전을 시작하는 취지이다.

사실 작년에 낙동강과 이어지는 회천에서 12마리의 호사비오리를 발견하고 주변 환경운동가들과 공유하면서 낙동강 보 수문 개방과 회천 흰수마자 복원으로 더 많은 희귀종이 공생하기를 바랐다. 우포 행사로 제시간에 맞추어 가지는 못했지만, 김연수 기자의 호사비오리 서식처인 백두산 이도백하와 러시아, 중국 등 현장 사진과 동영상 발표로 공부가 많이 되었다. 김 기자가 발표했지만, 박웅 탐조전문가의 서식지 동영상과 사진 자료를 보면서 언젠가는 백두산 이도백하의 서식지는 꼭 다녀오리라는 생각도 했다. 박웅 사진가와 김연수 기자가 수달 아빠와 협력하여 호사비오리 서식지 현장도 답사하면 좋겠다.

오랫동안 서식지 보전 운동을 해온 습지 활동가로서 수달 아빠가 엄천강을 따라 남강을 아우르며 호사비오리 전국 서식 현황을 조사하고 보전 운동에 나선 것은 크게 박수 칠일이다. 민간 단체들이 다양한 생물들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해 자비로, 좋아서 하고 있지만 결국 국가와 지자체, 전문가의 협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지자체는 개발 계획으로 표를 얻는 구조 아래서는 '무분별한 하천공사'와 다리 건설, 매립, 간척 등으로 전국 곳곳에서 보전 활동가들이 아우성이다. 여러 영역의 서식지 보전 활동가들과 탐조인 등이 더 큰 걸음으로 함께하여 천연기념물이 살아가는 서식지만이라도 정부와 민간 단체가 협력하여 잘 보전하기를 기대한다.

안개속의 화왕산

AI가 진화할수록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 양이 늘어난다
물안개가 내리는 화왕산과 늪의 풍광은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사랑은 자비로운 베풂이다. 집에서 AI 강의를 듣고, 실제로 자료 수집을 위해 활용하기도 하지만 거짓말을 아주 고급스럽게 한다.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인류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있다. AI가 결합된 자율주행차는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수단이 됐고 공장에서는 위험한 일을 AI 로봇이 도맡아 한다. 대신 인간은 AI 로봇을 작동시킨 뒤 자아실현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 고 말한다.

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 시대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증진으로 인간이 휴식하고 쉼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자연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 깊이 고민할 일이다. 나는 자연 안에서 사는 사람이라 AI에게 인간이 아닌 자연에도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를 물었다. "예를 들어, AI가 자연환경을 파괴하거나 동식물의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가치를 무시하거나, 자연에 대한 존중이나 책임감을 잃는 등의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나아가 AI 개발자는 물과 전기를 많이 쓰면서 생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AI가 진화할수록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AI에 사용되는 리소스는 매년 3~4배씩 증가할 전망이다. 인간보다 AI가 생산하는 데이터량이 더 많아지는 2030년 이후에는 AI가 지구 환경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특히 그 피해로 제3세계에는 홍수와 가뭄 등 기후 위기 피해가 증가할 것이라는 현실적 예측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배움과 깊은 사색이 필요한 때이다. 엊그제 윤 대통령이 부울경 등 지방 도시에 녹지 1-2 등급의 그린벨트를 모두 풀어 인구소멸과 지역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총선공약을 한 셈이다. 더하여 민주당도 총선공약에 불과하다고 반박문 정도 내는 정도 수준이다.

기득권 정당은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가 딱 두 가지다. 첨단 산업과 거대 토목 사업이다. 총선을 앞두고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는 한반도의 뛰어난 자연자산과 분단이라는 민족의 아픔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해결해 갈 것인가는 기본 아젠다이다. 대통령이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다면 지방소멸과 지방 발전을 위해서는 최고급 대학과 병원, 연구소 등과 수도권의 대기업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지방에 유치하도록 대통령이 애쓰겠다고 해야 한다.

오직 노무현 대통령만 세종시와 혁신도시 약속을 지켰지만, 후속 조치로 노 대통령 때 하지 못했던 수도권 명문 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하여 청년의 수도권 진출과 지방의 고급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이 우선이 아니겠는가? 더하여 수도권 집중 정책은 결국 남북 대립으로 긴장이 높아진다면 안보 면에서도 매우 불안정한 정책이라는 것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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