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의 기러기

입춘이다. 날이 풀리면서 새들이 북상하기 시작한다. 오늘 일본 이즈미에서 수백 마리 재두루미와 흑두루미가 북상을 시작했다고 전한다. 이미 어제 낙동강과 회천 상공에는 120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빙글빙글 돌다가 북쪽으로 사라졌다. 만약 낙동강 보가 열려서 모래톱이 곳곳에 보였다면 그곳에서 잠시 쉬어갔을지도 모르는데, 올해는 보 수문을 개방하지 않아 아쉽구나.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山)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의 숲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行人)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人情)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신동엽의 ‘산에 언덕에’를 읊조리며 매화가 남녘 곳곳에 서 피었다는 소식에 지난 세월 ‘민주화’를 위해, 환경문제를 위해 애쓰고 먼저 간 벗들이 그리운 날이다. 신동엽은 “4.19혁명 때 혁명을 위해 희생당한 고귀한 사람들을 그리는 시”로 유추할 수 있단다.

겨울을 나기 위해 습지를 찾아온 새들에게 마지막 먹이 나누기를 하는 분들이 고맙다, 어제 나누어준 독수리 밥도, 재두루미 5마리 한 가족이 쉬고 있는 곳에도 볍씨를 나누어야겠다. 새들이 북상하는 것을 보면 김동환 시인의 '강이 풀리면' 님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괜히 허한 걸음으로 하늘을 자꾸 쳐다보게 된다.

버드나무 아래 고니들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봄날이기를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임도 탔겠지
임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남북 관계도 입춘을 맞아 해빙 소식이 그립다. 2018년 휴전선 남북 정상 밀담 때, 들리는 새소리는 우포늪과 비슷했다. 입춘을 맞아 강이 풀리면 남북 평화의 배가 임진강과 한강을 따라 서해안으로, 동해안으로 오가기를 소원하면서... 평화의 시기가 오면 우포따오기와 북조선의 크낙새를 상호 복원하는 남북의 다양한 생물종 복원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린다. 남북 긴장 고조로 시골 노인으로서 너무 불안하다. 지구촌이 평화로워야 젊은 세대들이 큰 날개 짓하며 세계를 여행하고, 가난한 나라들의 삶도 들여다볼 텐데... 무엇보다 지금은 기후 위기 안보와 남북 평화 준비 안보 정책으로 한반도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해방 후에 민초들이 노래했던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 속지 말고, 일본 놈 일어난다." 던 선조들의 지혜를 우리는 깊이 되새겨야 할 때이다. 기후 위기! 남북 평화!! 두 과제를 화두로 삼아 정권적 차원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통해 미래를 열어갈 것을 권고한다. 정권의 교체에 따라 남북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동북아 정세도 불안해진다. 우크라이나-소련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동북아 위태위태 안보 위기 등에 대해 마음 졸이며 그래도 잠시나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디엠지에서 평화 회담을 위해 미-북, 대한민국 간에 노력했던 2018년 순간을 도보다리에서 찾아본다.

2018년 5월, 창원 KBS 라디오 환경이 야기 소재가 판문점 새소리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벤치에 앉아 밀담을 시작할 무렵 맑고 청아한 새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렸다. 이 소리의 주인공은 흔치 않은 여름 철새인 되지빠귀였다. 여름 철새인 흰눈썹황금새만큼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오늘 아침에도 흰눈썹황금새 소리를 들으며 걸으면서 조만간 우포에서 되지빠귀 소리도 같이 들을 수 있기를 기다린다. 조만간 DMZ 생태관광도 이루어져서 한반도의 풍부한 자연유산을 남북이 공유하기를 기대한다.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도보다리에서 이뤄진 산책과 벤치 대화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0분 동안 배석자 없이 밀담을 나눴다. 이 과정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지만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은 채 새소리만 가득했다. 어떤 새들이 이 세기적인 밀담을 ‘엿들었을까’.”(한겨레신문 18년. 5.2일 자)

우포 수리부엉이

-우포늪과 휴전선은 야생의 천국이다
“남북정상회담의 백미로 꼽히던 도보다리 단독회담에서 TV 영상을 지켜보던 이들의 귀에 바람 소리와 함께 들려온 새소리의 주인공들은 남과 북이 갈라지기 이전부터 판문점 일대에 서식해온 터줏대감 텃세들과 까마득한 옛날부터 여름마다 한반도에 찾아오던 새들이었다.” (경향신문 18년. 5.2일 자)

두 신문의 환경 전문기자들의 예리한 촉이 새소리를 통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옛말을 연상케 하는 재미난 기사를 오늘 아침 신문에서 읽었다.

그리고 한겨레신문 기사의 말미에 우포늪에 관한 한 줄 기사가 나온다. 이인식 우포 자연학교장은 “새들의 활동이 뜸한 오후에 이 정도라면 새벽에는 더 많은 새가 나올 것”이라며 “요즘 우포늪의 새벽에 보는 15종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늘 두 신문에 등장한 새들을 보면, ‘소쩍새, 방울새, 산솔새, 섬휘파람새, 청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알락할미새, 박새, 쇠박새, 직박구리, 멧비둘기, 붉은머리오목눈이, 곤줄박이, 흰배지빠귀, 되지빠귀, 꿩이었다. 모두 16종의 새소리였다. 우포늪의 이른 아침 시간에는 호랑지빠귀, 흰눈썹황금새, 오목눈이, 딱새, 쇠딱따구리, 검은등뻐꾸기, 제비, 까치, 까마귀, 왜가리, 원앙 등 물새들 소리까지 합치면 25종은 넘는 편이다. 곧 꾀꼬리와 파랑새, 물총새, 팔색조 등이 날아들고, 밤에 들리는 쏙독새와 부엉이류, 매과까지 확대하면 30종은 훌쩍 넘을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두 정상이 밀담하는 장소에 새들의 소리만 적막을 깨고, 여름 철새의 반복되는 사랑 노래가 남북의 평화를 기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부디 이들의 사랑 노래처럼 생명 평화가 하루빨리 한반도에 자리 잡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
‘습지와 인간 웰빙’은 2024년 세계 습지의 날의 주제이다. 올해 캠페인은 습지와 인간의 삶이 이러한 생산적인 생태계에서 생계, 영감, 회복력을 끌어내는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 연결되어 있는지 조명한다. 중요한 것은 2024년의 주제는 “인간 복지의 모든 측면이 세계 습지의 건강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 습지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투자하는 것은 인류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습지는 도시와 주민들에게 인간의 안녕을 지원하는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습지 복원은 기후-생물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고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사무국은 홍보하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 시대 습지 복원을 통한 홍수터 확보는 생물다양성 증진과 홍수와 가뭄 등 예측불가능한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최선책이다. 창녕군에서도 2.2일 우포늪생태관에서 2024 세계습지의날 기념식과 짧은 강연 그리고 정봉채 사진가의 그림 같은 영상이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나누었다. 2008년 창원에서 개최된 람사르협약총회는 낙동강과 남해안을 이어주는 습지 벨트를 '건강한 인간 건강한 습지'로 만드는 주제로 삼았다. 2024년 람사르협약사무국이 세계 172개국에 배포한 습지의 날 포스터에는 '습지와 인간 웰빙'으로 진화했다. 올해 캠페인은 습지와 인간의 삶이 이러한 생산적인 생태계에서 생계, 영감, 회복력을 끌어내는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 연결되어 있는지 조명한다.

재두루미

-1997년 2월 2일 전국 습지 보전연대회 결성을 위해 22개 습지 보전단체가 우포늪에 모여 출범했다. 
이렇게 민관 협력으로 우포늪이 처음으로 보전되고 이후, 순천만, 제주 동백동산 등 전국의 습지가 보전되기 시작하였다. 우포늪은 습지 보전 운동의 효시였다. 그 힘으로 2008년 제10차 람사르협약총회를 치른 주 무대가 되었다. 그러나 총회 이후 순천만은 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제주 동백동산은 제주지역 습지도시 만들기에 힘을 모아 마을별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을 통해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지금도 끊임없이 지역주민들과 지자체가 협업하여 학습과 방문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시행을 통해 생태관광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에 아쉽게도 우포늪과 주남저수지·화포천 등 낙동강 배후습지가 전국적으로 자연생태가 우수함에도 생태관광으로 마을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는 통계 자료가 없다. 한마디로 주민이 주체가 되어 민관이 협력하는 제도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관이 주도하거나 위탁기관이 끌고 가는 형편이다. 이래서는 주민의 창의성과 습지 주변에서 살면서 익힌 삶의 전통적 자산이 토착화되지 않아 생태관광의 본래 목적인 주민 주도가 아닌, 주변인들의 일회용 잔치밖에 안 된다. 다만 경남교육청을 비롯한 일부 위탁기관 센터에서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여 미래 세대 인식 증진에 이바지한 점은 인정된다. 어쩌면 람사르협약총회 개최와 따오기복원을 위한 민관 협력 체계가 구축되고 경남도와 환경단체·전문가 등이 협업하여 '논 습지 결의안'과 '창원선언문'을 선포하던 때가 정점이었던 것 같다. 이행 15년을 돌아보면 전국에서 유일한 '경상남도 람사르 환경재단'을 설립하고 보호지역 확대를 제안하는 등 환경정책 설계 초기에는 이행을 위한 준비가 탄탄해 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동아시아 습지센터'가 사라지고, 습지계라는 주무 부서도 슬그머니 없어졌다. 경남도가 람사르총회 무렵 세운 정책 중 15년 앞을 내다보고 세운 기후 위기 시대와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보호지역 확대와 습지 복원 정책은 기념비적 산물이었다. 민간에서 제안한 낙동강 습지 벨트 정책조차도 경남도와 환경부 용역까지 마쳤지만 진행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환경부는 4차 습지 보전 실천 계획에 따라 2023년부터 2027년까지 기후 위기 대응 홍수터 확보와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습지 복원 정책을 자연국과 수자원국의 중요 과제로 설정했다. 그러나 앞서 경남도가 세운 각종 정책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국가 정책을 선도하는 입장이었음에도 지금은 잠잠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습지가 인간 복지와 홍수·가뭄 등에 어떤 관계망이 있는지를 정책 담당자와 람사르재단, 경남연구원 등이 민관 협력으로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덧붙여 얼마 전 지방하천 60개를 국가하천으로 전환하면서 습지 주변 홍수터 확보로 야생 방목과 친환경농업 지역으로 전환하는 묘책이 필요하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의 현황을 들여다보고 경남도가 앞장서서 고민하기를 바란다.

비사벌뉴스  bsb2718@hanmail.net

<저작권자 © 비사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