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식 창녕군 문화관광해설사

한국의 미와 전통이 살아있는 안동 하회마을 
부용정과 류성룡이 징비록을 쓴 옥연정사

옥연정사 전경

옥연정사(玉淵精舍)와 징비록(懲毖錄)

佳辰美景, 精朋偶集(가진미경, 정붕우집)
則輿之, 窮回溪(칙여지, 궁회계)
坐巖石 望靑天 歌白雲(좌암석 망청천 가백운)
蕩押魚鳥(탕압어조)
皆足以自樂而忘憂.(개족이자낙이망우)
좋은 때 아름다운 경치에, 정겨운 벗들이 우연히 모여들면, 그들과 더불어, 굽이진 계곡을 거닐기도 하며, 바위에 앉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흰 구름을 읊조리며 물고기 새들과 함께 어울려 호탕이 지내노라면, 이 모든 것이 마음을 즐겁게 하여 근심을 잊는다. 
-옥연서당기(玉淵書堂記) 中에서-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豊山 柳氏)의 마을로 아름다운 자연 경치와 옛 민속과 유교 전통을 잘 지키고 있는 옛날 조선시대의 양반들이 사는 마을이다. 옥연정사는 서애 류성룡(1542∼1607) 선생이 학문을 연구하며 제자를 키우기 위해 세운 것이다.
서애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서당을 짓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 주저하고 있었다.
그 후 서애 선생과 가깝게 지내던 탄홍(誕弘) 스님의 도움으로 1586년(선조 19) 세웠다. 처음 옥연서당으로 했다 나중에 옥연정사로 이름을 바꿨다.
마을 앞의 낙동강을 화천(花川)이라 따로 불렀는데, 강물이 부용대 절벽과 부딪히는 곳에 깊은 연못이 만들어졌다. 그곳의 물이 옥같이 맑고 푸르다고 하여 옥연(玉淵)이라 했다. 옥연정사의 옥연은 여기서 따왔다.

건물은 크게 문간채, 안채, 별당채, 사랑채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따로 떨어져 강변을 따라 죽 이어져 있다. 
앞마당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약 450년 된 소나무가 정사를 지키고 있다. 류성룡 선생이 63세에 제자들과 같이 심었다고 전한다.
별당채는 안채 바로 뒤편에 있으며 앞면 3칸·옆면 2칸이다. 류성룡 선생이 징비록을 쓴 곳이다. 

옥연정사 간죽문 밖 삼인석

징비록(懲毖錄)
서애 선생이 벼슬에서 물러난 후 옥연정사에서 기록한 책이다. 그리고 외손 조수익(趙壽益)이 경상도 관찰사로 있을 때 서애 선생의 손자가 조수익에게 부탁해 1647년(인조 25)에 간행했다.
징비(懲毖, 혼날 懲, 삼갈 毖)는 시경(詩經) 소비편의 "예기징 이비역환(豫其懲而毖役患)" 즉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글에서 따온 것이다. 
징비록의 서문에 “임진왜란의 아픔을 거울삼아 경계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결국 징비록은 선조 때 영의정으로 전쟁 수행의 총책임자 류성룡이 쓴 임진왜란 전란사(戰亂史)로서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에 걸친 전쟁의 원인과 전쟁 상황 등을 기록한 책이다.
류성룡은 "난중의 일은 부끄러울 따름이다."라고 적었는데, 스스로 반성한다는 의미다. 16권 7책으로 국보로 지정되었다. 

옥연정사에서 본 하회마을과 만송정 가을풍경

간죽문(看竹門)
간죽은 중국 당나라 시인 왕유의 “대나무를 보고 주인이 누군지 물을 필요가 있는가(看竹何須問主人) ?”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어떤 집에 그 집의 정취를 살피면 주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간죽문을 나서면 평평한 마당이 나온다. 대나무를 본다는 간죽문, 지금은 대나무는 볼 수 없다.
그러나 푸른 강물과 흰 모래밭 그리고 하회마을, 만송정이 한눈에 안겨 온다. 시원한 눈맛과 강바람에 온몸을 씻어보는 풍욕 하기 최고다. 
우두커니 앉아 강 건너 하회마을 감상하기 딱 좋은 곳이다. 
가운데쯤 땅바닥에 삼인석(三人石)이라는 돌이 있다. 여기서 서애 류성룡, 약포 정탁, 소재 노수신 등 영의정을 지낸 세 사람이 바둑을 두고 약주를 들며 시를 짓는 등 풍류를 즐긴 곳이라 한다.
마당이 끝나는 지점이 옥연정사에서 겸암정사로 가는 절벽 길 잔도(층도)가 있다.

「서애집」의 간죽문 관련 시(詩)

홀로 간죽문 앞에 한참 서 있으니
대숲의 소슬바람 불어 백발을 날리네
매화꽃 다 져도 찾는 사람 하나 없고
산과 물은 푸르고 모래는 눈처럼 희네

옥연정사와 겸암정사 구간에는 바위에 많은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강변 바위에 달관대(達觀臺), 운송대(雲松臺), 도화천(桃花遷), 추월담(秋月潭), 계선암(繫船巖), 능파대(凌波臺) 등 이름 없는 바위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겸암정사와 겸암정 현판

겸암정사(鎌菴精舍)
이 정사는 서애 선생의 맏형 겸암 류운룡(1539∼1601) 선생이 학문 연구와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 세웠다. 
조선 명종 22년(1567)에 지었다고 하며 부용대 서쪽 높은 절벽 위에 자리 잡았다.
정사는 강바람이 시원한 울창한 참나무 숲속에 있다. 강 건너 하회마을 만송정 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부용대 자락에 있다. 겸암정 현판은 퇴계의 글씨며 건물에 비해 작은 느낌이다. 
겸암정사 현판 글씨는 9세 신동의 필체이다. 
정면 5칸 측면 2칸이며 꽤 높은 2층 누각형이다. 마루와 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후손으로 보이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살림을 살며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마루에 앉아 정사의 유래등을 직접 듣는 재미도 있다.
마루에는 미숫가루, 대추차, 식혜 등을 시켜 강 건너 하회마을 만송정 숲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여행의 묘미이다. 높은 강 언덕 아래 굽이도는 강줄기등 한국적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겸암정사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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