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다 따뜻하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1월 초 얼음처럼 요염한 매화 한 그루가 향교 돌담 너머에 피어있다.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던 겨울 추위에도 봄의 전령사인 매화는 여린 꽃망울 속에 속살을 채우고 있었나 보다.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결코 향기를 팔아 안락함을 구하지 않는 것이 매화라고 했던가.

눈앞에 이익을 위해 지역의 미래를 담보로 잡히는 득세하는 세상에서 매화꽃이 더욱 다정한 것은 그 꽃이 참고 견디면서 자기를 이겨내는 사람을 닮았기 때문이다.

각박한 우리의 일상에서 문득 매화꽃 같은 향기를 느낄 수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우포차회 향기가 아닐까?

그동안 창녕향교 다례반 우포차회는 우리 지역사회에서 고유의 차 문화와 접목된 예절수업과 다도 교육이었다. 후진양성의 뿌리를 튼튼하고 가지와 잎사귀를 무성하게 키우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나 늘 아쉬움이 있었다면 아늑하나 향기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20년을 시작하는 올해 비로소 현재 1기부터 16기까지 28명의 강사진이 꽃을 크게 피우리라 확신해 본다.

올 봄날에는 화왕산 아래 아지랑이 피어나는 들판처럼 차(茶)향 기가 가득하리라 기대해 본다.

「우포차회」가 초중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성교육 생활 예절 차 문화를 통한 다도 교육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지역 이미지를 높이는데 작은 노둣돌이라도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노기락, 염백야 선생의 저서인 「茶와 삶의 품격」으로 차의 역사, 성분과 효능, 녹차 수업 OT 자료, 발효차 등 차 사랑과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시기 위해 본지에 연재하는데 허락해주신 두 분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茶와 삶의 품격」 연재에 우포차 회원들은 ‘숫눈 내리는 들판에 작은 발자국을 남겨두는 심정이다. 그 발자국마다 뿌리 작은 씨앗들이 봄꽃처럼 소담스레 피어나 우리 지역 차 문화에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茶와 삶의 품격」

노기락, 염백야

▶ 들어가기

육우陸羽의 다경茶經 육지음六之飮에 이르기를 지약구갈至若救渴, 음지이장飮之以漿, 견우분蠲憂忿, 음지이주飮之以酒, 탕혼매蕩昏寐, 음지이다飮之以茶.

“사람이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우울함과 울분을 삼키려면, 술을 마시며, 정신의 혼매함을 깨우치려면 차를 마셔라.

차를 마시는 것은 하나의 수행이며, 혼매함을 떨쳐버려 마음을 정화시켜 깨끗하고 순수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차 마심은 순간순간의 자유를 얻고자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행修行이며 우리의 의식,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우매함을 더듬어 내어 치유하는 것이 바로 참된 차 생활茶生活이다.“

다도茶道는 차를 마시고 성현들의 위인爲人을 논의하는 도덕학으로 덕성德性을 찾아가는 인생

공부이며, 인간 본래의 성性인 자연성 곧 선善을 회복했을 때 그 사람의 품덕品德이 살아 숨 쉬는 생명력으로 드러나게 되며, 인간 세상은 허물투성이며, 결핍의 현상이 즐비하다.

허물을 알면 바로 고치고 결핍되어 있으면 채워주는 것이 바로 개정改正이요 개선改善이다, 끊임없이 수정하고 더듬어가는 과정이 인생 여정이며 반성하고 성찰하는 회심은 곧 나를 구제하는 일이다, 따라서 차를 통해 인간 생명, 인륜 도덕, 인생철학의 깊이를 생각하고 성찰하는 것이 바로 다도의 본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짱유화 교수 『다경茶經』 육지음六之飮중에서

차茶는 역사이며 과학이다.

시대에 따라 변화되어 가는 과정에 끊임없이 오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정해 가면서 계속 발전해 가는 것이 차를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차는 인류가 수 천 년 동안 임상실험을 거친 가장 안전하고 유익한 생활 음료로서 건강증진뿐만 아니라 정서 함양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문화(culture)와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과학(science) 양면의 기능성을 지닌 식품으로 그 가치가 재평가 되고있는 국제농산물로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현재 차 소비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고품질의 차를 요구하고 있으며 좋은 원료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우수 명차의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우수 차의 제다법에서 요구되는 중요한 부분은 향과 맛뿐만 아니라 외형도 포함된다. 그만큼 소비층의 요구도 다양하며 음용 형태의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차는 기호성과 기능성을 가진 기호 음료로서 각 민족의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반면 다양한 소비 형태로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하게 될 것이다.

차 생활에 있어서 차가 가져다주는 최상의 경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차의 수양론적 의미 즉 검박儉朴(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의 준말)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라고 요약된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를 함께 갖추고 있는 존재로서 육체적 측면은 물질적 경제성과 관련되고 정신적 측면은 윤리적 도덕성과 연계되고 있고 바람직한 인간의 삶이란 인간으로서 생존을 위한 물질적 기초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도덕성까지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물질 소유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는 상대적 빈곤감이 야기되어 불만감, 적대감을 촉발시키고,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소득의 추구는 건전한 인간의 삶을 마비시키고 만다.

육우는 다경茶經에서 이러한 타락의 원인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茶에서 찾고자 했으며 차를 마신다는 것은 수행의 일환으로서 지금 나의 모습은 과거와의 연관 속에 있고 현재 보이는 태도에 근거해서 미래가 열린다고 하였으며,

얼굴은 마음의 초상화이자 정신의 반영 물이며 마음이 어지러우면 얼굴에서 그 답이 나오며, 얼굴을 거둔다는 것은 마음을 정화한다는 의미로 그래서 차를 마신다는 것은 곧 내 얼굴을 만드는 과정이라 말 할 수가 있다고 정의한다.

차의 본성이 원래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주고 그 감동으로 인해 굳게 닫혀 있던 정신의 벽마저 허물어 버리고 차를 나누는 동안 차의 힘은 서로에게 소통의 매개가 되어 나눔과 배려, 위로와 격려, 용서와 화해, 사랑과 감사, 기쁨과 즐거움의 자리로 마음을 변화시켜 모두를 미소 짓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오래도록 묻어두었던 茶와 관련된 다서茶書들을 틈틈이 다도 수업을 위해 교안을 작성하게 되면서 자료들을 찾고 정리하는 과정에 (사)한국차인연합회 다도 대학원에서 교재로 사용했던 茶書들과 세미나 등을 통해 습득한 자료들, 다양한 수업 강의록 특히 정인호 교수님 ‘차의관능평가’, 짱유화교수님의‘Lecture of a Tea classics茶經’, ‘점다학點茶學’, 유건 집 교수님의 ‘한국차문화사韓國茶文化史’, ‘한재이목의 다부주해茶賦註解’, 박동춘 교수님의 ‘동다송東茶頌’, 송해경 교수님의 ‛東茶頌’, 초의선사의 “다신전”과 “동다송” (사)한국차인연합회 ‘청소년 다도 예절 인성 교과서’ 다도 대학원 과제 리포트 자료들 그리고 덕림예절원德林禮節院 스승님의 수업자료 등을 바탕으로 재정리하였으며, 자료분류 과정에 무엇보다 올바른 茶人 양성을 위해 애쓰시던 은사님들의 노고에 대해 다시 한번 더 감사를 드리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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