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식 창녕군 문화관광해설사

감입곡류(嵌入曲流)가 빚은 절경 가송협(佳松峽) 눈 앞에 펼쳐진 장쾌한 비경
안동 도산면과 봉화군의 경계에 있는 청량산 자락 외병대 고산정
가사리 다리 아래 눈부신 윤슬과 우렁찬 물소리
 

안동시 도산면 고산정 일대 지도

○ 안동시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시는 경북 동부에 있는 도시로 낙동강 상류와 반변천이 흐르는 전통문화와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면적 1,522.1㎢, 인구 153,000명(2023. 10), 행정구역은 24개 읍면동(1음 13면 10동)이다.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고 기원전 57년에 염상도사가 창녕국(昌寧國)을 세웠다. 고려 태조(13년) 때 왕건과 견훤의 전투에 안동 김선평과 고을 사람들이 왕건을 도와 크게 공을 세웠다.
그 후 고려 현종(3년) 안동도호부로 승격, 명종(27년) 도호부, 신종(7년) 대도호부로 승격했다. 
조선 선조(9년)에 안동부가 안동현으로 강등되었고, 5년 뒤 선조(14년) 다시 안동부로 복원되었다. 영조(52년) 도현의 모반으로 다시 안동현으로 강등되었고, 정조(9년)에 안동부로 복원되는 등 두 번에 걸쳐 혼란을 겪었다.
일제강점기(1914년)에 옛 예안군 일대가 편입되었고 1963년 안동시로 승격되었고 1995년 안동시와 안동군이 통합되었다.
지정문화재(국가지정문화재 107, 경상북도 지정문화재 232)가 모두 339곳으로 풍부하다. 대표적인 문화유산은 하회마을, 병산서원, 도산서원, 봉정사, 안동 국제 가면축제 등이다.

낙동강 누정을 이야기하면 좌안동 우함양이란 말이 빠지지 않는다. 한양을 기준으로 낙동강의 왼쪽엔 안동이요, 오른쪽은 함양이 누정의 고장이라는 것이다. 

안동은 낙동강 상류와 반변천의 뛰어난 계곡이 있어 누정이 많다. 퇴계 이황이 성리학을 한단계 발전시켜 많은 후학들을 양성하였다. 조정에서 벼슬하던 남인들의 정치적 변동에 따라 고향에 내려와  정자를 지었다.

대략 조사한 누정은 139곳이다. 고산정, 만휴정, 백운정, 삼구정, 경체정, 옥연정사, 겸암정사, 임청각(군자정), 귀래정, 낙암정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안동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 손색이 없다.

봉화군 명호면 낙동강 시발점 비석

봉화군 명호면 낙동강 시발점
고선정에서 약 10km 상류 봉화군 명호면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에 낙동강 시발점 비석이 서있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 이곳에서 시작되다」

청량산(淸凉山) 가송협(佳松峽) 장쾌한 풍경
조선 화가 인재 강희안과 겸재 정선은 가송협을 왜 화폭에 담지 않았을까 ? 이렇게 아름답고 장쾌한 풍경은 세상에 없는데 말이다.  
풍경의 쾌락, 정녕 한국형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영상미다.
안동시청에서 네비의 안내를 받아 35번 국도를 따라 약 35km(50분) 거리다. 꼬불 꼬불한 길은 지루하고 따분했다. 한 시간 가까이 달려 가송리로 접어드니 갑자기 눈이 휘둥그래 해진다.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높은 산, 강물에 깎여나간 협곡과 절벽, 세찬 물소리를 품은 장쾌한 풍경이 단솜에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청량산(淸凉山)이 그린 거대한 산수화(山水畵)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정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마을과 웅장한 협곡, 강이 만든 풍경만 보였다. 한참을 넋을 잃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 차를 몰아 가사리 다리를 건너 고산정 주차장에 도착했다. 점심때가 지나 느티나무 아래에서 맛있는 도시락을 먹었다.

고산정(孤山亭)이 있는 가송리(佳松里)와 가사리
가송리와 가사리 마을은 천옥(天獄)이라 했다. 천옥은 사방이 산으로 가로막혀 감옥 같은 곳을 말한다. 청량산과 산자락이 겹겹이 둘러싸여 있고 낙동강 상류의 협곡이 가로막혀있다.

가송리는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은 마을이란 뜻이다. 가사리는 날골, 일동(日洞)이라 불렀다.

고산정 일대의 장쾌한 파노라마

오미소(午尾沼)와 쏘두들 전망대
외병대 절벽을 말꼬리를 닮았다 하여 오미(午尾)라 했고 건너편 내병대 쪽의 깊은 소(沼, 웅덩이)를 오미소라 했다. 오미소는 명주 세 꾸러미를 풀어야 할 정도로 깊었다고 전한다. 오미소 일대를 쏘두들이라 하고 언덕에 있는 전망대가 쏘두들 전망대이다. 쏘두들 전망대에서 보는 고산정과 외병대 절벽이 일품이다.

고산정 내병대와 외병대

내병대(內屛臺)와 외병대(外屛臺)
가송리 쪽의 홀로 떨어진 산을 독산(獨山) 또는 고산(孤山)이라 하고 내병대로 불린다. 고산정 오른쪽 절벽이 오미(午尾) 또는 외병대라 부른다.
고산정을 지은 성재 금난수의 아들 금각(琴恪)의 일동산수기에 의하면 ”산의 북쪽에 있는 시내는 낙천(洛川)이고 시내의 남쪽에 있는 절벽은 취벽(翠壁, 외병대)이라 하는데, 취벽은 높이가 천 길이고 넓이가 수백 보로 자운봉 서쪽 기슭에서 강을 굽어보고 머리가 끊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봉화금씨 대 종친회에 기록에 “세상에서는 취벽(=외병대)과 고산(독산=내병대)은 본래 두 산이 아니었는데 용(龍)이 그 벼랑을 때려 둘로 나누자 물이 그 사이를 흐르게 되었다.” 고 기록되어 있다.

참으로 로멘틱한 이야기다.

고산정 내병대

먹황새 서식처
외병대 위 학소대에서 1938에서 1968년까지 번식했으나 1953년 번식지가 무너져 다른 곳으로로 떠나갔다. 먹황새는 몸이 검고 배가 흰 황새 종류다.

가사리 마을로 들어가는 가사리 다리

뱃계와 가사리 다리
독산(=고산) 쪽 가송마을과 가사리 마을 사람들은 “뱃계”라고 불렸던 배계를 통해 돈을 마련하여 공동으로 배를 구해 운영했다고 한다. 가사리 다리는 1985년에 만들어졌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불어나면 다리를 넘쳐 흘렀다. 잠수교인 셈이다. 다리는 물이 잘 흘러넘치도록 날렵하고 운치있게 만들었다. 시멘트 다리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

고산정 쏘두들 전망대에서 바라본 고산정 여름풍경

가사리 마을
마을에 6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데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 때 피난 와서 딸이 이곳에서 죽어 신(神)이 되었다고 한다. 공민왕의 딸을 모시는 곳을 공주당(부인당)이라 한다. 공민왕을 모히는 공민왕당은 가송리 마을에 있다.

고산정의 가을풍경

○ 고산정(孤山亭)
고산정을 제대로 즐기려면 첫째 가송리 쏘두들 전망대나 내병대 미스터 션사인 촬영 안내판이 있는 고산정 건너편에서 봐야 한다. 둘째는 고산정 마루에서 강을 건너다보는 경관이 일품이다.
고산정이란 이름은 강 건너 홀로 서 있는 독산(獨山), 외로운 산 고산(孤山)에서 이름을 따왔다. 고산정은 도산구곡(陶山九曲) 중 8곡이다. 고산곡 또는 가송협(佳松峽)이라 하는데 옛 예안현(안동시 도산면)과 봉화군 명호면을 가르는 가송리 협곡이다. 낙동강 상류의 거센 물길이 산허리를 끊어 두 개의 절벽을 만들었. 그 절벽을 내병대와 외병대라고 한다. 고산정은 큰 절벽 외병대 아래에 있다.
고산정은 성재(惺齋) 금난수(琴蘭秀, 1530년 ~ 1604)가 지은 정자다.
정자 앞에는 강물에 깎이지 않도록 축대를 높이 쌓아 정자를 지을 땅을 만들었다. 앞면 3칸, 옆면 2칸 8작 기와지붕이며 가운데는 마루이며 왼쪽과 오른쪽은 온돌방이다. 앞, 양옆에 좁은 마루를 두르고 난간을 설치했다.
정자 왼쪽에 70년 전 조선총독부가 세운 먹황새 서식지 표석이 있다. 
금난수는봉화금씨다. 처음 김진에게 글을 배웠고 뒤에 이황의 문하에 들어갔다. 1561년(명종 16) 사마시에 합격하였다.
임진왜란(1592) 때 늙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고향에 있다 정유재란(1597) 때 안동 수성장(守城將, 성을 지키는 장수)으로 공을 세웠다. 봉화 현감에 임명되어 1년 만에 그만두었다. 
임진왜란 후 민심과 윤리와 도덕이 떨어진 지역사회 회복을 위해 이황의 온계동약에 여씨향약 몇조를 첨가하여 동중향약을 만들어 마을의 작은 문제들을 해결했다. 또 가사 5악장(노래)을 만들어 인간의 도리를 일깨우기 위해 노력했다.
금난수는 이황이 세상을 뜨자 김부륜, 조목, 금응협, 금응훈, 이덕홍, 김택룡 등과 함께 소위 ‘예안유림’을 대표해 류성룡 김성일 등으로 대표되는 ‘안동유림’과 세 대결을 벌이며 도산서원의 주도권을 쥐었다. 퇴계학파의 적통자리를 놓고 벌인 다툼이었다.
도산서원의 주도권을 뺏긴 안동 유림은 ‘여강서원’을 세웠다 나중에 사액이 내려와 ‘호계서원’으로 바꾼다. 호계서원은 뒤에 류성룡과 김성일의 문인들이 이황의 배향(配享, 신주를 모심)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여 ‘병호시비(屛虎是非)’을 촉발했다.  
가야 할 길이 먼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음은 여기 두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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