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식 창녕군 문화관광해설사

예천 땅은 영남사림 대표적 학자인 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 약포 정탁

○ 퇴계 이황 선생이 머물렀던 곳 도암대

예천 군청에서 927번 국도를 따라 약 15.5km(승용차 25분)거리다.

927국 국도 오른편 언덕, 석관천(石串川)이 내려다보이는 산자락 바위에 걸터앉아 넓은 들녘을 내려다보고 있는 정자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수락대와 약 8km 거리다.

정자 주변은 석관천변을 따라 제법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고 느티나무, 팽나무, 회화나무, 은행나무, 백일홍 등을 심어 놓았다.

퇴계 이황 선생이 풍기 군수(조선 명종 3년)로 있을 때 고향 예안(현 안동시 예안면)으로 가는 길에 잠시 쉬어가던 장구지소(杖屨之所, 지팡이를 놓고 신발을 벗어 쉬어가던 곳)다.

많은 세월이 지난 후 일제강점기(1921년) 예천군 감천면 유림(儒林)이 주도하고 선생의 후손들이 힘을 합쳐 1934년에 도암대를 세웠다.

그 후로는 1958년과 1989년 고쳐 지어 현재까지 잘 관리하고 있다. 도암대는 앞면 2칸과 옆면 1.5칸, 소박한 나무 기와집에 팔작지붕이다.

주변 산세와 잘 어울리는 도암대는 멀리서 보아도 소박하지만, 기품 있게 보인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은 세금을 내는 소나무로 유명한 '석송령'이 있다.

○ 호명면 읍호정(挹湖亭)

이순신 장군을 살린 약포 정탁(藥圃 鄭琢, 1526~1605)의 읍호정

좌·우의정 두루 거치며 45년간 국가경영에 몸 바쳐

예천 군청에서 928호 국도를 타고 승용차로 10.5km(20분)거리다. 약포 정탁이 은퇴 후 말년을 보낸 곳이다.

꿈길처럼 굽이도는 내성천과 넓은 고평들이 내려다보이는 산, 언덕에 무심한 듯 자리를 잡고 있다.

예천 출신으로 임진왜란, 국난을 극복하는데 맹활약한 충신은 서애 류성룡과 약포 정탁이다.

정탁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벼슬을 마다한 선비였다. 그는 9세에 어머니를, 21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힘든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27세 때 생원시에, 33세 때 대과에 급제하여 78세까지 45년간 우의정과 좌의정등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

유승룡보다 16세 많지만, 퇴계 선생에게 같이 공부한 정탁은 당시 서애 류성룡, 소재 노수신과 함께 학문과 경륜의 최고봉인 '영남 3대가(大家)'로 칭송받았다.

읍호정는 도정서원 안에 있다.

서원 입구에 2층 누각 입덕루(入德樓)와 도정서원(道正書院)이 있고 오른쪽 강 언덕에 읍호정이 내성천 흰 백사장을 향해 앉아 있다.

약포는 우의정 때 나이 70이 되어 여러 차례 사임하려 했으나 선조는 허락하지 않았다.

78세에 사임하여 고향에 돌아와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자책하는 시를 지었다 하니 나라에 대한 끝없는 충정과 겸손에 머리가 숙어진다.

정탁은 내성천에서 배를 저어 고기잡이하며 고향의 백성들을 보살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어린 소년이 큰 소리로 배를 불렀다.

노인의 등에 업혀 배에 올라탄 후 소년은 강을 건너면서 "요즘 이곳에 사는 약포 대감이 어떻게 지내는가?" 하고 물었다.

노인은 "예, 이렇게 낚시하다 길손을 업어 건네주기도 하면서 지냅니다"라고 하자 소년은 깜짝 놀라 대감을 몰라본 것에 사과했다. 평소 정탁이 얼마나 겸손한 성품인가를 전해주는 유명한 일화이다.

정탁은 벼슬을 그만두고 내려올 때 나라에서 많은 은전(恩典, 나라에서 내려주던 돈과 재물)을 내리려 했지만 어려운 시기라며 이를 모두 사양했다.

나라에서 굳이 은전을 주려 하자 낙동강 관리권을 받아와 지금의 읍호정 맞은 편 고평들을 개간해 이 일대 사람들의 농토 기반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리고 협동 자치 규약인 고평동계약문(高坪洞契約文)을 만들어 지역 사회풍속을 순화시켰는데, 이것이 예천 향약의 근원이 되었다.

읍호정에는 동계(桐溪) 정온이 쓴 기문과 후손인 정희섭이 쓴 중건기가 있고 퇴계 이황, 윤두수, 김응조 등의 시가 현판으로 걸려 있다.

약포는 임란 중에는 망우당 곽재우, 김덕령, 박명현, 한백겸, 사명대사, 홍경신, 변홍달 등 30여 명의 인재를 발굴하여 천거하는 등 임란 승리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다.

○ 풍양면 삼수정(三樹亭)

낙동강 중하류에 창녕의 강풍경과 예천의 낙동강은 느낌이 다르다. 하류의 낙동강은 강폭이 넓고 한쪽은 산을 깎아 절벽을 만들고 반대편은 넓은 모래톱이다.

강 상류는 강폭이 좁고 선버들이 군락이 뭉게구름처럼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강물은 언 듯 언 듯 버드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천을 보는 듯하다.

예천 군청에서 28호~916호 국도를 따라 23.0km(30분) 거리 낙동강 변 언덕에 있다.

1425년 삼수 정귀령(三樹 鄭龜齡)이 학문과 제자양성을 위해 정자를 지었다.

정자 앞에 3그루 회화나무를 심어 정자 이름을 삼수정이라 했다.

낙동강 언덕에 자리 잡아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고 낙동강 상류의 물길이 아름답다.

앞면 3칸 옆면 2칸, 원기둥 가운데 칸은 방, 마루가 없고 담장을 둘렀다.

시간이 넉넉하면 근처 낙빈정(洛濱亭), 용두정(龍頭亭) 들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망마을 앞의 긴 소나무 숲은 백로 번식지다. 하얀 백로 때가 새끼를 키우는 장면은 장관이다. 낙동강과 가까워 백로와 왜가리가 번식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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