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식 창녕군 문화관광해설사

병암정은 예천군청에서 국도 928번을 따라 승용차로 약 10km(약 30분) 거리다. 이곳은 예천권씨영사당종택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변 마을은 예천권씨들이 씨족사회를 이루고 있다.
내비게이터가 시키는 대로 좌회전하여 논길로 들어서면 이내 작은 산이 보인다. 병암정은 길에서 보면 돌아앉아 있는 모양새다.
병암정과 첫인사는 2022년 7월 13일 10시 43분쯤이었다.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정자가 아니라, 온 산을 하얗게 뒤덮은 백로와 왜가리가 번식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백암정의 첫인상은 백로와 왜가리로 인해 좋았다. 그리고 두 번을 더 찾았다. 2022년 11월과 2023년 8월이었다.

병암정의 가을

병암정(屛巖亭)
10여 미터 높은 병풍바위 위에 걸터앉아 넓은 들판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경관이 뛰어나 '황진이' 촬영지로
소나무에 흰 꽃이 핀 듯 백로 집단번식처
전통 원림 형태(인공연못, 석가산, 연꽃)
정자 앞 높은 담장이 연못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는 데 방해가 된다.

백암정은 대한제국의 국운이 기울던 광무 2년(1898) 이유인(李裕寅)이 은둔하기 위해 금곡천 가의 높은 바위 위에 세운 정자다. 
22년 후 1920년 예천권씨 문중에서 사들여 선조 권오복(權五福 ; 1467~1498) 선생의 학덕을 추모하는 장소로 바뀌었다.
그때 정자 이름을 옥소정(玉蕭亭)에서 병암정(屛巖亭)으로 바꾸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 권원하(權元河 ; 1898~1936) 선생의 활동 거점으로 사용되었다. 정자 오른쪽 약 50m 떨어진 곳에 별묘(別廟, 집안의 사당에서 받들 수 없는 신주를 모시기 위하여 따로 둔 사당)가 있다.

정자는 예천군 용문면 성현리 93번지 일대로 금곡천 근처 있다. (GPS : N36°40′ 53″ E128°25′12″ 고도125m) 정자 앞에는 규모가 큰 인공연못이 잘 조성되어 있고 연꽃이 피었다.
연못 주변은 오래된 왕버들, 벚나무,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생강나무, 홍련, 부들 등 나무와 수생식물들이 조화롭게 자라고 있다.
입구에는 소박한 화장실이 있다. 
오래된 맛은 덜하지만 정자의 규모는 앞면 5칸 옆면 2칸 사각기둥이며 겹처마로 규모가 큰 편이다. 

봄철 벚꽃 필 때와 가을철 벚나무잎이 얼굴을 붉힐 때가 좋다. 금당실마을은 800미터에 달하는 천연기념물 금당실송림(金塘室松林)의 아름다운 소나무 숲, 옛 시골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많은 고택이 시간을 거스르게 한다. 
 

병암정의 여름

병암정의 숨은 이야기
병암정 이전의 이름은 옥소정이었다. 조선 고종 때 양주 대감인 경주 이유인이 옥소정이라 하여 창건했는데 중인 출신인 이유인이 지었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총애를 받아 경상감사와 한성판윤, 법무 대신의 요직을 지냈던 인물이다. 
건축가이기도 하였던 이유인이 낙향하여 지었고, 그 은혜에 감읍하여 이유인은 이곳에서 매일 고종을 향해 절을 올렸다고 한다.
이유인은 본래 경남 김해 사람으로 중인이었으나 무속인 진령군(眞靈君)의 도움으로 고종과 명성황후의 측근이 되었다. 늙어서 명당으로 유명한 예천 금당실 마을에 큰 저택을 지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조선 말 끊임없는 외세의 위협으로부터 고종과 황후의 도피처로 삼기 위해서 저택을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흔아홉 칸의 궁궐 같은 큰 저택을 지으며 지역 백성들을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 강제 노역에 시달린 주민들은 목재를 다듬으며 상엿소리를 하였다. 즉 집이 망하기를 바라며 기둥을 세울 때 거꾸로 세울 정도로 원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1910년 8월, 나라가 망했을 때 자결한 매천 황현 선생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 기록된 이유인과 진령군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초간정 여름 풍경

초간정(草澗亭)
후원이 멋진 정자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가 어우러진 소나무 원림
권문해가 지은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초간 권문해 선생이 은퇴 후 윈림을 조성하고 심신을 수양하기 위해 1,582녀 세운 정자다.
예천군 용문경천로 874(GPS:N36°42′4″ E128°22′54″고도168m) 금곡천이 휘돌아 나가는 곳에 축대를 쌓고 정자를 조성했다.
무성한 소나무와 느티나무 숲이 장관이다.
초간정 뒤편 화강암이 틈새로 원추리가 자생하는 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자의 크기는 앞면 3 옆면 2 사각기둥에 지붕은 겹처마다. 사방이 낭떠러지라 툇마루와 난간을 둘렀다.

권문해(權文海, 1534∼1591)선생이 1582년(선조 15)에 말년의 생활을 보내고자 원림을 조성하면서 함께 건립하였다. 당시의 이름은 초간정사(草澗精舍)라고 불렀다. 그 뒤 임진왜란으로 불탔다가 1626년(인조 4)에 권문해의 아들인 권별(權鼈)이 다시 복원했는데 불타고 말았다. 오랫동안 방치하다 1739년(영조 15)에 후손 권봉의(權鳳儀)가 옛터에 정자를 세웠다. 
지금의 건물과 원림 배치는 이때 만들어졌다. 그 뒤 1870년(고종 7)에『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을 포함한 권문해의 유고(遺稿)를 보관하기 위해서 고쳤지만, 지금은 비어 있는 상태이다.

초간정

지금의 초간정은 1739년에 지은 건물로 주변 원림 속에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금곡천(金谷川)을 직접 볼 수 있는 경관 시야를 확보하려고 절벽 위에 지었기에, 북쪽과 서쪽은 담장이 없이 개울에 바로 붙어 있다.

이 누정은 주변의 원림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이다. 단지 원림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건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경관을 즐기고 낚시를 하는 등의 구체적 목적을 가지고 원림과 함께 인공적으로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일반적인 정자들이 주로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 지어진 것과 달리, 인공적으로 만든 경관에 잘 어울리게 세운 독특한 누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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