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 3월 고향 갔던 기러기류 선발대 25마리가 도착했다. 오리류도 쪽지벌에 모였다. 이제 겨울 철새들이 여름 우포가 장만한 물속식물과 열매, 물고기 등 성찬을 즐기며 살아낼 것이다. 모처럼 황새도 추석 쉬고 나타났다. 10월이 시작되면서 기러기류와 물오리들이 물풀이 많은 늪으로 도래하여 먹이활동과 휴식을 취한다. 올해는 잦은 비로 늪에서 가시연꽃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포늪 주변 늪과 하천을 들여다보지만 노랑어리연꽃만 잠수교와 작은 농수로 주변에 하트모양 잎의 띠를 따라 노랑꽃이 피어나고 있다. 다행히 덧목(가항)마을 앞 늪에서 무리 지어 잘 자라난 가시연과 귀한 생명을 관찰하며 기록으로 남기며 아쉬움을 달랜다.

우포늪은 미래세대 환경교육장이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어둠 속 맨발걷기 중 발바닥이 제법 차다. 이제 여름에 빛났던 야생은 마지막 생명을 눈부신 햇살 보며 방긋방긋 입을 벌려서 대지의 자양분을 온몸에 품어 안는다. 매미 소리는 끝났지만 귀뚜라미와 방울벌레 등 풀벌레 소리는 옥구슬처럼 밤을 굴린다. 반딧불이도 하나둘씩 밤별 사이로 사라지고 미루나무 잎에 달렸던 별 열매도 조금씩 줄어든다. 밤송이처럼 이제 곧 미루나무 가지에서 여름 내내 춤추었던 잎들도 물가에 떨어지면서 벌레들의 이불이 되고 먹이로 한 생을 정리할 것이다. 아름다운 것들! 이렇게 풍성한 여름을 살았던 생명이 사라지면 고니류와 기러기류가 밤새워 추운 겨울밤 내내 자연 교향곡을 들려준다. 별이 빛나는 밤에 새들의 울음소리는 우포늪을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깊은 감동을 가슴에 품으리라. 10월을 기점으로 겨울 철새들이 늪에서 먹고 자고 쉬면서 6개월 동안 나의 벗이 되고 11월이 되면 독수리도 몽골에서 날아온다. 어부들도 배를 띄우고 물안개 피어오르면 사진가들도 모여들 것이다. 몽골에서 독수리가 날아오고 물오리들이 들판 위를 나르면 아이들의 뜀박질 웃음소리에 맞추어 야생동물 먹이나누기 학교를 열어야 한다. 따오기에게 미꾸라지 선물도 나누면서 탐조 활동을 즐기는 미래 세대를 바라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나도 동네 고기 집을 찾아다니면서 육고기 부산물을 부지런히 얻어다가 동네 아이들과 도시 가족들과 함께 독수리 먹이 나누기를 하면서 또 한 시절을 보낼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어느듯 13년이 지나고, 창고 안에 산더미처럼 쌓인 책 정리와 난방준비, 곳곳에 손봐야 할 것들이 많아져도 날이 갈수록 게으름만 늘어나고 간간이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쉼터는 제공하지만, 따듯한 밥 한술 내 손으로 지어 상차림 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살아오면서 지인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많다. 사람에게 빚은 못 갚겠지만 그 기운을 야생에게 돌려주어 초록 초록한 세상에서 손주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면서 빚을 갚아야겠다. 혹 겨울 동안 야생에서 볍씨나 육고기 부산물, 미꾸라지 등을 나누길 원하시는 할비들은 손주 손잡고, 부모들은 자식 데리고 우포로 언제든지 오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사회 속에서 쇠사슬에 묶여있다"
루소의 지적대로 쇠사슬에서 헤어나오려고 하는 아이들을 우리는 자연에서 스스로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도록 법·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도 만들도록 촉구해야 한다. 과거 교육민주화를 외치며 함께 했던 벗들이 곳곳에서 제도교육 내에서 담아내기 어려운 학교폭력과 차별, 인권, 다문화, 통일문제 등에서 노년에도 그 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동행을 확인할 때마다 기쁘고 고맙다. 1992년 브라질 리우세계환경회의장에서 체험했던 유럽 숲속 학교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여러 나라 발표 중에 정규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숲속으로 안내하여 마음껏 뛰놀면서 젊은 에너지를 자연 안에서 스스로 발산하도록 지원하는 배움나눔 교육이었다. 그렇게 자란 아이 중 국립공원이나 숲을 가꾸고 지키는 녹색경찰로 훌륭한 삶을 사는 사례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기로 결심하여 학교밖에서도 지속적으로 자연프로그램을 찾아내고 있다. 혁명적인 정치사상가로 당대에 8년 세월을 쫓겨 다녔던 루소도의 말을 꼽씹어본다. 노년이 되면서 휴식하고 여행하면서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한걸음 더 나아가 "저는 가엾은 60줄의 학자랍니다. 하지만 뒤뜰이나 들판에서는 한순간도 불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식물관찰과 채집을 통하여 뛰어난 현장 식물학자가 되었다. 그가 남긴 "식물 이름을 몰라도 식물학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매일매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젊은 시절 세상과 맞섰던 분야별 혁명가들은 노년이 되었다고 지치지 말고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남길 수 있는 아름다운 황혼의 빛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참교육도 내가 사는 지역 아이들이 오염된 사회로부터 나쁜 물이 들지 않도록 노년의 교육자들이 함께 힘쓰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 되지 않겠는가?

“동물도 우리도 못 삽니다” 아이들이 저항한다
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세계환경정상회의가 열였을 때, 리우의 유치원, 초등학생 등은 아마존 산림을 피괴하는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의 커피농장, 대규모 축산산업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며 캠페인을 벌였다. 그 때 유럽의 청소년들도 아마존 밀림 파괴 현장을 방문하고 토론과 공동선언문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환경파괴에 항의하며 길거리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이때 나도 그곳에서 미래세대의 환경교육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지금까지 그 일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이들이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9.23 기후행동을 보며 늦었지만 그 시작을 응원한다. 환경 운동은 삶의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환경 운동의 힘은 국가 간 정상회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풀뿌리 운동에서 그 싹을 틔우고 키워내는 것이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명제는 구호가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학교 사회생활에서 작은 환경 행동이 그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가정에서 1회 용기 사용 절제와 가족 텃밭, 에너지 절약 등으로 출발하여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사회적 활동으로 텃밭을 가꾸면서 텃밭 생명관찰 나아가 생명 간에 유기적으로 먹이그물로 이어지는 관계를 그림((문학(글쓰기) 다양한 장르의 예술 활동기반))으로 그린다. 나아가 과학적으로 도표를 만들면서 중고등학교에서 과학적, 법제도적으로 진화하면서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환경정책을 민관(예; 주민자치위원회-환경전문가, 환경활동가, 행정 등)이 작은 공동체를 초록 삶을 지속가능하도록 디자인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환경기관과 더불어 1차 적으로 모든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에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부모와 교사들이 기후 행동(캠페인, 길거리 행진 등)은 본보기이다. 과거 농민운동, 교육운동, 노동운동, 여성운동 등은 환경농업과 생태전환교육, 노동현장의 노동과정과 제품이 환경친화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여성운동도 어머니의 품처럼 가정의 평화와 가족 간에 차별 없는 삶을 유지하면서 채식 중심 먹을거리 식단 마련 등이 건강과 미래 세대에게 자연밥상으로 전환하는 기회를 함께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이렇게 딱딱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 이유는 기후위기가 정치적이며 사회적, 지역적으로 당면한 지구적 과제임에도 잘못된 정치 권력이 민주시민교육과 생태전화교육을 적대적 정치문제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정치사회적 편향성으로 바라보는 지역과 집단이 있다면 공동토론 과제로 언론을 통하여 민주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바를 국민적 판단에 맡겨서 사회적 공동 과제를 도출해 내기를 기대해 본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40년 우포늪 프로젝트 진행이 너무 더디다
그래서 가끔 달빛 환한 밤에 혼자 대대제방 위를 걸으면서 자조한다.진한 외로움이 밀려올 때는 "내고향 남쪽바다"가 그립고 "오동추야 달이 밝은 오동동"을 걷고 싶다. 우포늪보전-따오기복원-((야생동식물서식지복원))이라는 꿈으로 우포늪가에서 외롭게 살아온 세월이지만 낙동강<습지복원>이라는 과제에 발목 잡혀있다. 벌써 13년 세월을 늪가에서 서성이며 마지막 꿈을 펼치고 싶지만, 지난 시절에는 '유엔생물다양성총회'를 통해 습지복원과 낙동강의 흐름을 되살려서 현 우포늪을 과거 1918년 이전 야생동식물 서식지로 확대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두관지사가 중간에 그만두고, 박완수, 김태호가 아닌 홍준표가 지사가 되면서 자연에 대한 무관심으로 엉뚱하게도 강원도에서 개최되었다. 이후 ‘낙동강습지생태벨트복원사업’을 김경수 도정에 제안하여 경남도와 환경부가 용역까지 마쳤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수면 아래로 묻혔다. 그래도 이 일을 창녕군수에게 설명하고, 주민들의 힘을 모아 실현해 보려고 주민 설명회까지 진행했지만, 아직 때가 아닌 듯하다. 기후위기 시대 국가적 과제로 물웅덩이(홍수터) 확보와 야생동식물 서식처 확대로 친환경 농업과 생태관광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취할 절호의 기회지만 창녕군과 주민들의 생각이 모아지지 않으면서 고민이 깊어진다. 교육운동과 습지보전 운동가로서 40년을 살아온 삶을 되돌아본다. 젊은 날 벗들과 마산 땅에서 어깨동무하며 마산만과 오동동 거리에서 아구찜과 무학소주 한 잔에 풍성한 명절을 지냈던 시절이 그립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옛날 같이 살고 지고... 노을지고 달뜨는 모습을 기다리며 고독한 시골 노인네의 시름이 깊어지는 명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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