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식 창녕군 문화관광해설사

경북 예천군

○ 전남 대표적 누정답사
담양의 선비, 가사문학의 거장 면앙정 송순(&#20443;仰亭 宋純 1493~1582)은 <십 년을 경영하여>에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십 년을 살면서 초가삼간 지어 냈으니
  나 한 칸, 달 한 칸, 맑은 바람 한 칸을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담양 면앙정

나의 누정 답사는 2000년 봄부터 시작됐다. 시간 날 때마다 꾸준하게 경남지역 답사를 모두 마쳤고, 2022년 여름과 가을에 경북 누정을 2번에 걸쳐 답사했다.
천천히 쉬지 않고 꾸준히 10번 이상 답사를 할 예정이다. 
2023년 7월 5일 ~ 6일, 1박 2일을 전남 일대 대표 누정을 답사했다. 경북의 정자와 비교하고 영감을 얻기 위한 답사 여행이었다.
전남 담양군 식영정(息影亭)과 소쇄원(瀟灑園), 면앙정(&#20443;仰亭) - 광주광역시 취가정(醉歌亭)과 환벽당(環碧堂), 독수정(獨守亭) - 무안군 식영정(息營亭) - 나주시 석관정(石串亭)과 장춘정(藏春亭)과 영모정(永慕亭)이다.
담양군 창계천 주변의 소쇄원과 식영정은 계곡에 있는 계정(溪亭)이고, 영산강 지류 오례천을 바라보는 산자락의 식영정은 넓은 들판을 내려다보고 있는 산정(山亭)이었다. 
취가정과 환벽당, 독수정은 무등산 자락 광주호 상류 창계천 가에 있는 계정(溪亭)이다.
광주호 상류 창계천을 경계로 담양군과 광주광역시로 나누어진다.  
담양답사를 마치고 광주광역시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반가운 담양 이건종 형님, 광주 고옥란 해설사를 만나 맛있는 소주잔을 기울였다.
다음 날 이건종해설사님과 함께 했다. 영산강 언덕에 있는 무안군 식영정, 나주시 석관정, 장춘정, 영모정은 강가에 있는 강정(江亭)이다.

무안 식영정

경상도와 전라도의 누정은 위치와 분위기와 같은 듯 달랐다.
깎아지른 언덕이나 산비탈에 서있는 경북의 누정에 비해 전남의 정자는 앉은 위치가 편안하고 넓었다. 
누정 앞까지 넓은 포장길이 나있는 경북의 누정과 달리 자연 지형을 살려 아담한 자연석 계단이 정겨웠다. 전남 누정은 주변에 느티나무, 푸조나무, 팽나무등 숲이 무성했고, 경상도의 누정은 나무는 있으나 무성함이 덜했다.
경북의 정자는 화려하고 권위적인 반면에 전남의 정자는 소박하고 단아했으며 서민적 이였다.
답사에 도움을 주신 광주광역시 고옥란해설사님, 함평군 이건종해설사 형님,  나주시 김숙해설사님, 영광군 전미경해설사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나주 딸부자집의 병어 회무침은 가히 환상적이였다. 

○ 예천군 누정

예천군은 경북 북부에 있다. 동쪽 안동시, 서쪽 문경시, 남쪽 상주시·의성군, 북쪽 영주시와 충청북도 단양군에 둘러싸여 있다
칠곡군에 이어 13개 군 중에 2번째로 인구(5만 3천여 명)가 많다. 봉화군에서 발원한 내성천(乃城川)이 군의 남북을 관통한다. 
예천(醴泉)은 선비의 고장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예절 예(禮)가 아닌, 단술 예(醴)를 쓴다.  단술 醴 샘 泉, 달달한 물이 샘솟는 고장이다. 
물맑고 선비가 많은 물맛과 술맛이 좋은 고장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신라 제19대 눌지왕(417~458) 때 ‘수주촌(水酒村)’이라는 이름이 [삼국사기]에 있다. 신라 제22대 지증왕 6년(505)에 ‘수주현(水酒縣)’으로 되었다.
신라 초 수주군(水酒郡)으로 불리다 통일 후 제35대 경덕왕 16년(757)이 중국(당나라)의 제도와 문화를 적극 수용하는 정책인 한화정책으로 예천군으로 바뀌었다.
수주(水酒)는 물 수(水) 술 주(酒)로 술과 인연이 있었다. 내성천의 맑은 물이 술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유로 술에서 단술로 바뀌였는 알 수는 없으나 조금 순화된 느낌이다. 지금도 예천군 용궁면 막걸리와 세 물길이 합쳐지는 삼강나루터의 막걸리도 인기가 있다.

예천 병암정

경북 북부 지역은 유교문화의 영향이 강해 남아선호사상이 심한 지역으로 유명했는데 특히 예천은 1980년 이래 전국에서 남아 출생성비로 1위를 놓친 적이 거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남아선호사상이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는 여기도 마찬가지라서 지금은 적정 수준의 출생성비를 유지하고 있다. 
고려 말 홍건적 토벌에 공을 세운 이방실(李芳實)장군이 개선하다가 김용(金鏞)의 모함으로 용궁군(현 용궁면)에서 피살되었다.
조선시대 예천군은 이인좌(李麟佐)의 난에 연루되어 1729년(영조 5) 현으로 강등되었다가 1738년에 군으로 복원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지금의 예천군은 경북도청 신도시가 조성되어 활기를 띠고 있다.

예천 청간정

예천군에는 106개의 누정과 2곳의 구곡(九曲)이 있다.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1542-1607)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쉬고 갔던 수락대(水落臺),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선생이 조선 명종 3년(1548년) 풍기 군수로 재임 시 고향 예안 나들이 길에 쉬어갔던 도암대(陶巖臺), 최초의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을 만든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 1534~1591)가 벼슬에서 물러난 뒤 심신의 수양을 위해 세운 초간정(草澗亭), 병풍바위에 올라선 예천 권 씨의 병암정(屛巖亭), 세 그루 회화나무를 심었다는 삼수(三樹) 정귀령(鄭龜齡, 생몰미상) 낙동강변 삼수정(三樹亭), 선조에게 신구차(伸救箚, 목숨을 걸고 올리는 상소문)를 올려 이순신장군을 살린 약포(藥圃) 정탁(鄭琢·1526~1605)의 읍호정(&#25401;湖亭), 퇴계의 종손자 우암(遇巖) 이열도(李閱道,1538-1591)가 지은 내성천 모래밭이 아름다운 선몽대(仙夢臺)등 역사의 향기 짙은 아름다운 누정이 즐비하다. 
그리고 석관천(石串川)의 화강암과 물소리가 좋은 수락대구곡(水落臺九曲)과 은계천과 한천의 은산구곡(殷山九曲)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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