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에 깃든 선비의 숨결, 영주시 누정-3
무섬마을, 학과 노닌다는 반학정(伴鶴亭)과 학을 부르는 환학암(喚鶴菴)

오종식 창녕군 문화관광해설사

무섬마을 전경

○ 무섬마을
무섬마을은 영주시의 자랑이다. 물이 휘감아 도는 물도리 동이다. 
내성천 모래 샛강의 흰 백사장, 깨끗하고 맑은 물, 꾸불꾸불 외나무다리가 그림처럼 걸려있다.
한 폭의 수채화다.
문수면 수도리를 무섬마을이라 부른다. 원래 물섬마을로 불렸는데 ‘ㄹ’이 빠지고 무섬마을로 되었다.
‘무섬’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水島里)'의 순우리말 이름이다. 
마을 삼면을 내성천이 감싸듯 휘감아 돌아나가서 육지 속의 섬처럼 보이는 물돌이 마을이다.
사방이 막히고 오직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외나무다리로 건너다녔기에 물속의 섬이라 한 것이다.
풍수로 ‘매화낙지(梅花落地, 매화꽃이 떨어진 모습을 닮은)’ 또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지형이다. 
이런 곳은 명성과 덕망이 높은 자손이 많이 나온다는 명당이다.

무섬마을에 오는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첫째, 마을을 품은 산과 물줄기에 놀란다. 
둘째, 그 안에 즐비한 40여 채의 고택들에 놀란다. 
셋째, 이 마을의 개방·개혁 정신에 놀란다.
멋진 경치와 시대를 앞서간 진취적인 기상을 가진 선비들이 살았던 공간이다.

조선 중기 17세기 중반, 이 마을에 처음 들어온 박수(朴燧)와 김대(金臺)가 자리가 있다. 반남박씨와 선성 김씨의 집성촌으로 유서 깊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뜻있는 주민들에 의해 건립된 아도서숙은 항일운동의 지역 구심체 역할을 한 곳으로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도 중요한 마을이다.

무섬마을은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다양한 구조와 크기의 전통 가옥이 많이 남아 있다.
현재 마을에는 만죽재와 해우당고택 등을 비롯하여 규모가 크고 격식을 갖춘 口 자형 가옥, 까치구멍집, 겹집, 남부지방 민가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와 양식을 갖추고 있다. 전통 주거 민속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느릿느릿 마을 곳곳을 기웃거리며 옛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마을 앞을 지나는 내성천 모래밭에 맨발로 사박사박 걸으며 시간 여행을 해보면 좋을 듯하다.

내성천에 걸려있는 외나무다리

○ 물멍하기 좋은 외나무다리
무섬마을은 예전에는 섬처럼 고립되어 있었다고 한다.
마을과 외부를 이어주는 외나무다리가 폭이 좁아서 긴 장대에 의지하여 건넜다고 한다.
통나무를 반으로 잘라 기둥을 세우고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우아한 곡선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중간 중간 사람이 비켜 갈 수 있게 통나무 두 개를 붙여 놓았다.
외나무다리에 앉아 갈겨니, 피라미가 물살을 거슬러 오르며 헤엄치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정지된 듯한 착각이 든다.
산업화 이전에는 내성천과 같은 모래 샛강 우리나라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상류에 물을 가두는 제방이 생기면서 모래가 내려오지 않았고, 하천의 모래는 콘크리트 재료로 도시로 실려 가면서 모래는 사라져 지금처럼 풀이 무성한 하천으로 변해 버렸다. 
모래 샛강만 잃은 게 아니다. 시, 소설, 음악, 그림 등 인문학을 잃어버리고, 하천 생태를 잃어버렸다. 얻은 것보다 잊어버린 게 훨씬 많다. 
그때는 모두 잘 몰랐다.

반학정

○ 반학정(伴鶴亭)
내성천은 한국 모래 샛강의 원형이다.
깨끗한 모래와 맑은 물이 끝없이 노래 부르며 흐르는 꿈 같은 물길이다.
무섬마을 가는 길목 내성천에서 조금 떨어진 산자락에 서 있는 반학정은 환학암처럼 학과 관련이 있는 정자다.
정자 앞에 들판이 있어 학이 깃들일만하고 내성천이 가까이 있어 학이 먹이를 구하기 좋은 곳으로 보인다.
짝 반(伴), 학 학(鶴학) 즉 학과 더불어 유유자적한다는 뜻이다.
조선 중기 영주지역의 유학자 반학정 박경중(1611~1669) 선생이 1657년(효종 8)에 지어 수양과 제자들을 기르던 유서 깊은 정자다.
그 후손들이 일제강점기인 1924년 이곳으로 옮겼고 2006년에 고쳐 지었다.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1칸 반이다. 높은 언덕에 2층 누각 형태로 원기둥 홑처마 팔작지붕이다. 마루 앞에 난간을 둘렀다.
건물 양편에 온돌방이 있고 가운데는 대청마루가 있는 구조다.
반학정(伴鶴亭), 함안 반구정(伴鷗亭), 밀양 삼랑진 압구정(狎鷗亭), 구미 매학정(梅鶴) 등은 정자를 만든 선비들의 자연관을 드러내는 것이다.
학, 갈매기, 매화와 학 등과 더불어 노닌다는 고매하고 고고하며 낭만적인 뜻이다.

환학암

○ 환학암(喚鶴菴)
 학을 부른다는 뜻의 환학(喚鶴)과 도를 닦기 위해 만든 조그마한 집이라는 의미의 ‘암(菴)’을 붙인 환학암이다.
학을 부르는 집이다. 학은 신선이 타고 다니는 성스러운 새다. 
환학암에 살고 있는 선비가 학처럼 고고하게 살고 싶다는 뜻이다.
무섬마을 내성천 건너 멀리 보이는 곳이 환학암이다.
환학암은 박경안 선생을 추모하기 위하여 조선 후기에 후손들이 건립한 정자다. 환학암 박경안은 무섬마을에 처음 들어온 박수 선생의 아버지다.

환학암을 지은 뜻대로 세상을 가만두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조선 시대 크고 작은 23번의 사화로 수많은 선비들이 죽거나 귀양 갔다. 그리고 더 많은 선비들이 벼슬의 뜻을 접고 고향에 내려와 정자를 짓고 제자를 기르며 자연에 묻혀 지내지 않았던가?

무섬마을에서 본 환학암

반학정 환학암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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