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도 좋은가?

필자의 조카는 6년째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고 있다. 대학 재학 중에 휴학을 한 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도 했고 졸업 후엔 오로지 공무원 시험에 올인 하였으나 해마다 고배를 마셔왔다.
조카의 사주를 본즉, 20세부터 10년 동안 학문 코드인 인수(印綬)가 파괴되는 기간이어서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고, 실력 향상도 기대할 수 없고, 시험에 붙을 가능성도 희박하였다. 물론 이 기간 중에도 해와 달의 흐름에 따라 인수가 제 기능을 회복하면 공부가 잘되고 합격할 수도 있건만 그런 기미도 미약하였다. 하지만 해마다 “올해 합격할 수 있으니 열심히 공부해라”라는 말만 해주었다. 친자식 같으면 다른 길로 유도하겠으나 한 다리가 천 리라고 조카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애당초 본인 혹은 그 부모가 사주명리학을 신뢰하고 필자를 믿어 의심치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진지하게 물어왔다면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해답을 주었겠지만, 묻지도 않는데 답을 주는 싱거운 짓을 하지 않는다는 불문부답(不問不答)의 원칙을 가진 필자로서는 조카에게도 이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다만 “공무원 중에서도 교육공무원이 적성에 맞으니 그쪽으로 방향을 바꿔보라”고 몇 번 권했으나, 조카는 “시험과목이 달라서 진로변경이 어렵다”고만 했다. 말로 다 설명하기는 어려워서 사주적성 검사서를 직접 작성하여 주기도 했으나 조카는 여전히 공무원이 되는 꿈을 고수하고 있었다. 하나의 목표물을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는 도중인데, 누가 뭐라 한다고 말을 바꿔 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조카를 나무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조카의 사주를 분석하면 희신(喜神)이 목(木)이다. 희신이란 그 사람의 사주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이며, 이 희신에 해당하는 직업이 그 사람의 천직이 된다. 따라서 조카의 천직은 교육 및 학술, 그리고 생명과학 분야이다. 일찌감치 교육자의 길을 선택하거나 학술연구자의 길로 갔으면 즐겁게 일하고 남보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고교 때 이과 반이었다면 생명공학 분야를 전공하는 학과로 진학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상경대로 가고 말았으니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고, 당시는 필자가 진학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올해 서른한 살에 든 조카는 이제야 공무원이 아닌 회사원의 길도 모색하고 결혼 걱정도 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으니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 모두가 답답하다. 자칫하다간 혼기마저 놓칠 지경이다. 다행히 30세부터는 학문코드가 회복되었으니 시험 운을 기대해보는 한편 도서 출판사나 조경회사 쪽으로 취업을 권할 작정이다. 공시족이 1백만 명에 이르고,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다가 40이 가깝도록 결혼조차 못 한 노총각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저마다 직업적성이 있고, 시험에도 때가 있고, 결혼에도 때가 있다. 무작정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기에 앞서 ‘나의 천직’을 알고 ‘나의 때’를 아는 슬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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