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을 뚫고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품으려고 6시에 숙소를 나섰다. 11시가 지나서야 늦은 아침을 먹었으니, 잦은 길거리 학당과 걷는 길에 봄 풍광에 취해 발걸음도 게을렀다. 대대제방에서 일출을 만나고 1시간을 걸어 사지포 야산 팽나무 앞에서 따듯한 차 한잔 나누었다. 5시간을 걸으면서 발밑에는 흰색과 보라색 제비꽃이 줄지어 피고 있었다. 광주에서 온 장 선생이 숲길에서 이용악의 오랑캐꽃 시 한 편을 낭송하면서 산책길 배움 나눔을 시작한다. "봄날 산과 들에 나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제비꽃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무렵에 핀다고 하여 ‘제비꽃’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경상도에서는 제비꽃을 오랑캐꽃이라고 부른다는 말에 전라도에서는 오랑캐꽃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면서 이용악 시를 소개한 것이다. 이렇게 우포늪에 봄이 오면서 많은 지인이 우포늪을 찾아오고 있다

고을마다 선각자들이 있어 정신적 성장과 물질적 발전을 이룬다.

우리나라 양파는 1909년 창녕 대지면 석리에서 우석 성재경 선생의 조부인 성찬영 씨가 처음으로 양파 재배에 성공한 것을 효시로 삼는다. 양파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00년대 초다. 일본에서 건너와 1908년 서울 뚝섬 원예모범상에서 시험재배에 들어갔다. 그 이듬해 창녕군 대지면 석리에 거주하던 성찬영 선생이 처음 재배에 나섰다. 창녕군 대지면 석리에는 2006년 조성된 '양파 시배지 조형물'이 있다. 더불어 '성씨 고가'도 자리하고 있다. 양파를 우리나라 전역에 퍼뜨린 집안이다. 하지만 널리 보급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 종자 역시 일본에서 수입해 왔는데, 한 홉에 쌀 두 말과 바꿔야 할 정도로 비쌌다. 1946년 돼서야 영산면에 거주하던 원예교사 조성국 선생 손에서 종자 생성이 이뤄졌다. 1975년 경화 회지에 “양파가 나의 꿈을 키워주었고, 우리 가족에게 희망을 주는 이 양파! 나는 양파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친하면서 석동 골짝의 초가를 밀어버리고 기와집으로 바꾼 사연을 밤이 깊도록 양파와 더불어 이야기하려고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후 1953년 서울에서 귀향한 성재경 씨가 본격적으로 합류했고 대지면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늘어 1967년에는 850ha에서 30,000M/T을 수확해 소득이 3억원에 달했다. 그해 성재경, 하재호, 조성국, 김성수 씨 등을 대표로 경화회(耕和會)라는 농민단체가 조직되며 양파 보급에 탄력이 붙는다. 영산면의 조성국 씨가 유지(油紙)로 비 가림 재배에 성공했고 1958년부터 1974년까지 성재경, 조성국 씨가 대지면과 영산면에 시험 포장을 만들어 우리 기후풍토에 적합한 우수개체를 선발 육성하기 시작한다. 두 선각자는 웅성 불임을 이용한 육종법으로 창녕대고·영산오사리·단오큰애기·대지중가리 등 4품종을 육종, 전국 각지로 보급하기에 이르렀다고 농촌 여성신문은 기록하고 있다.

양파 기술 보급을 위해 '경화회(耕和會)'라는 농민단체를 만들었다

더하여 지금은 마늘재배가 훨씬 늘어났지만 양파 재배로 시작한 우포늪 주변 대지면, 이방면, 유어면, 대합면 등 창녕 전역이 2모작으로 주민 소득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양파는 마늘과 더불어 가장 오랜 시간 이어진 작물 가운데 하나다. 이는 다양한 기후·토양에서 자라고, 건조 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5000년 페르시아에서는 부적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기원전 4000년 들어서는 고대 이집트에서 식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은 마늘과 함께 양파를 먹으며 버텼다고 한다. 이후 기원전 7~8세기에는 고대 그리스 올림픽 참가자들이 갈아서 주스처럼 마셨다 하며, 인도에서는 심장·눈·관절을 위한 약으로 썼다고 한다. 전염병 돌던 16~17세기에는 껍질 벗긴 것을 병원에 두기도 했다. 음식으로는 계층별로 용도가 달랐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구워 먹는 일상식량이었고, 좀 있는 이들은 고기를 이용한 음식에 곁들여 사용했다. 오늘날은 전 세계에 걸쳐 조미료 등 첨가재료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이렇게 창녕 주민들이 고소득 작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출발점은 성재경 선생이 1963년 그를 비롯한 13명이 모여 '경화회(耕和會)'라는 농민단체를 만들었다. 양파 재배기술을 좀 더 발전시키고, 농민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특히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팔 곳 없으면 소용없다' 하여 판로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1970년경 재배 농가는 6000여 호에 달했으니. 오늘날 1700여 농가라는 점과 비교하면 어느 수준인지 짐작된다. 이미 다른 지역까지 양파 재배가 퍼져 있을 때였지만, 창녕에서 나는 것이 전국 생산량 가운데 35% 이상을 차지했다. 이곳 사람들은 가난을 옛 기억으로 돌릴 수 있을 정도까지 됐다고 한다(경남도민일보)

우포늪 주변 일부 농지를 습지로 되돌려 동식물의 낙원으로 만들자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우포의 농지를 원래의 습지로 되돌려 야생생물의 낙원으로 만들려는 구상을 듣고 나서다. 이 구상을 전한 우표 지킴이 이인식(우포자연학교 교장) 선생은 최근 청와대와 환경부, 경상남도 등을 찾아 이 프로젝트 공론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제주에서 우포늪 보전과 생태적 가치를 어떻게 창출해 가는지를 궁금해하던 분야별 전문가들이 3년 전 다녀가면서 남긴 글이다. 그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포의 미래가치를 위한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가 누군가. 오늘의 우포를 있게 한 뚝심의 인물이다. 국가정원이 조성된 전남 순천만 보전사례에서도 크게 고무된 듯하다. 이인식은 "환경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생태경제 벨트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제주 생태환경 복원을 약속한 대통령 공약마저 흐릿해지고 있는 제주의 현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래서 우포가 부럽다고들 했다. 부러우면 지는 것만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우포늪은 과거 면적의 1/3에 불과하다. 늪이던 것을 농경지로 개간했기 때문이다. 우포 지킴이들은 오랫동안 늪 되살리기에 공을 들여왔다. 2017년 습지로 복원한 산밖벌도 그 사례다. 면적이 6만 평에 가깝다. 따오기복원 증식과 자연 방사도 건강한 우포의 비전에 다름 아니다. 우포늪의 비전은 지금 서막에 불과하다. 우포늪을 중심으로 낙농강 생태경제벨트를 구축하는 밑그림을 구상중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형 그린뉴딜정책에 포함시키려고 노력중이다. 여기에는 주변 농경지를 습지로 복원해 야생공원으로 회복하는 매우 야심찬 구상도 포함돼 있다. 이른바 와일드 라이프 파크(Wild life park)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이는 ‘우포늪 보전과 따오기 복원 제안의 대부’로 불리는 이인식 우표 자연학교 교장. 그는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실과 환경부, 경상남도에 이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역설하느라 동분서주한다. 이 제안서는 이미 2년 전에 밑그림을 그려낸 상태다. 그는 “그린뉴딜 정책에 우포늪과 화포천, 그리고 주남저수지를 포함한 낙동강 생태경제 벨트 프로젝트를 정부가 전국화하기를 제안해 놓고 있다”라고 전했다.

성낙인 군수는 우포늪 복원으로 생태관광 발전 전략을 세우자

그렇게 2018년 경남도에 제안한 프로젝트가 우여곡절 끝에 2022년도에 환경부와 경상남도가 동시 연구 용역을 끝냈지만, 환경부의 고위 공무원이 나에게 진심으로 “정권이 교체되었는데, 낙동강 습지 벨트 사업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웃으며 기후위기로 세계적으로 과거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정책적 힘을 모으는데, 습지를 복원하여 야생동식물 보전과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민간전문가의 제안을 정치적 문제로 푸는 정부라면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는 희망 없는 정부가 되지 않겠어요. 나는 어떤 정부든지 생태문제를 이념적 가치로 풀어간다면 미래세대에 대한 모욕이며 ‘인구소멸, 지방분권 등’을 정치구호로 외치는 나쁜 정부로 규정 할 것입니다. 그래서 경상남도와 창녕군에 과거 정부에 제안한 프로젝트를 다시 되새기며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그것은 다른 전문가가 본 기록에 토대로 하면, “낙동강 생태경제 벨트 구상은 ‘습지의 메카’에 대한 자긍심에서 묻어난다. 경남의 습지는 대체로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다. 하천과 그 배후에 형성된 습지를 비롯하여 산지의 평탄면에 형성된 산지 습지, 그리고 남해연안의 갯벌을 포함하여 다양한 습지가 분포한다. 습지 보전 운동도 우포늪을 중심으로 1990년대부터 거세게 일어났다. 2008년에는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Ramsar COP10)가 이곳에서 열렸다. 경남을 ‘습지의 메카’라고 부르는 것은 습지의 다양성과 습지 정책을 선도해 왔기 때문에 붙여진 훈장과 같다.” 다른 시군의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들은 우포늪을 포함한 낙동강 생태자산이 얼마나 이 시대에 중요한 기후위기 시대에 중요한 생태적 가치와 지속가능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

부엉덤에서 시작하는 사초길도 복원 습지이다

1997년 습지 보전지역이 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다. 정부의 ‘우포늪 생명 길’의 사초군락도 최초 복원된 습지이다. 보호지역이 되기 전에는 주민들이 보리농사와 양파 농사를 짓던 곳이다. 우포늪 생태관에 따르면 1997년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후 1998년부터 보전지역 내에서 농지로 이용되던 사유지 20만 평을 매입해 복원된 습지임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농지를 습지로 변모시킨 ‘산밖벌’

가장 최근 복원된 습지는 산밖벌. 산밖벌은 2017년 농경지를 복원한 습지다. 이곳도 원래는 자연 습지였다. ‘산 밖 굼턱진 곳의 벌’이란 뜻을 가진 우포의 막내 늪이다. 우포늪은 4개의 자연 습지와 복원 습지인 산밖벌을 총칭한다. ​산밖벌도 1970년 대 제방을 쌓고 논을 만들어 농사를 지었던 곳이다. 산밖벌은 습지생태계의 회복이라는 고유의 기능과 더불어 우포늪을 방문하는 탐방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래서 습지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걸을 수 있도록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습지에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생하고, 주변에는 식재된 식물들이 계절에 따라 색다른 모습으로 드러낸다. 겨울이면 큰고니, 큰기러기, 민물가마우지, 물닭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오리들이 찾아와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한다. 산밖벌의 면적은 19만2250㎡(5만8000여 평). 탐방로 둘레는 2.8㎞. 제방과 산밖벌을 잇는 길이 약 100m의 우표 출렁다리도 2016년 11월에 개통했다.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천연기념물 따오기 복원사업도 바로 우포늪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9년 이후 6차례 자연 방사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포늪 인근에 국내 유일의 습지 전문기관인 국립생태원 습지센터와 경상남도 람사르 환경재단, 우포생태교육원이 들어서 있다. 이러한 축적된 자원과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낙동강 습지 벨트 조성으로 행정기관의 협업으로 새로운 창녕 발전과 생태계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잘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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