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오종식문화관광해설사

낙동강 상류의 물길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 너들 샘에서 발원하여 상류 봉화 운곡천(雲谷川), 청송․영양․안동시 임하면 일대의 반변천(半邊川)과 여러 지류를 모아 서쪽으로 굽이쳐 흐른다. 그리고 봉화, 예천에서 발원한 내성천(乃城川), 문경의 금천이 예천군 풍양면 삼강나루 근처에서 낙동강과 만난다.

약 7km 하류에서 문경 영순면에서 영강(穎江), 상주 함창읍 퇴강리의 병성천(屛城川), 의성․군위를 적시고 상주 중동면에서 낙동강에 합류하는 위천(渭川), 김천․구미의 감천(甘川), 성주의 백천(白川), 영천․대구의 금호강(琴湖江), 고령의 회천(會川)등이 낙동강에 흘러든다.

낙동강 513km(황지못 기준)중 발원지에서 고령군 회천까지 경상북도 물길은 약 393km 장장 1,000리 길이다.

낙동강 상류의 범위는 반변천(안동, 청송, 영양), 내성천(봉화, 예천, 영주), 영강(문경, 상주)이 합류하는 낙동강칠백리 표지석까지 상주시 함창읍까지다. 황지연못에서 영강이 합류지점까지 248km, 630리에 이른다.

낙동강 상류권

조선 선비들의 주거지(住居地)와 정자

조선 선비들의 복거(卜居, 살만한 곳을 가려서 정함)에 대해 이중환의 <택리지> ｢복거총론｣에 잘 나타나있다.

① 먼저 지리(地理, 풍수지리)를 살피고, ② 생리(生利, 땅의 기름짐과 물류의 편리성)를 살피며, ③ 인심(人心, 미풍양속)을 살피고, ④산수(山水, 산천의 수려함)를 살폈다. 이 네가지가 갖추어 져야 터를 정하고 집을 지었다.

그런데 산수를 마지막에 두었지만 “가까운 곳에 소풍할 만한 산수가 없으면 정서를 순화시킬 수 없다.”고 해서 사는 곳의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물며 공자도 “군자는 살 만한 곳을 반드시 가려서 택한다.”고 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반드시 사는 곳을 가린다. 그것을 서식처(棲息處)라 부른다. 사람이나 식물등 살아있는 생명체는 자기가 살기 좋은 땅에 산다는 뜻일 것이다.

낙동강 상류에서 살았던 선비들은 대체로 시냇가를 주거지로 정하는 일을 당연시했다. 여러 가지 이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산수의 평온한 아름다움과 상쾌한 운치가 있고, 농사짓는 데에 많은 이점이 있었다. 다만 시냇가에 살되 반드시 큰 산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아야 평시나 전쟁등 난세에 유리했다.

농사짓기 좋은 농업용수가 풍부했고, 난세에는 가족이 피할 곳이 있기 때문이었다.

농지와 산맥이 가까이 있어 농업용수를 위해 골짜기 마다 물을 막을 제방과 보 쌓기가 쉬웠다. 백두대간·낙동정맥이 감싸고 낙동강의 크고 작은 지류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 선비들이 터를 마련하고 농지를 조성하기 좋았다.

봉화군 사미정

사대부들은 관직에 나가면 사는 곳이 달랐다. 중앙관리가 되면 한양에 살았고 벼슬을 물러나면 고향에 돌아와 시골집에서 지냈다.

관직에 올라 고향을 떠나도 논밭과 집은 그대로 관리하며 유지했다.

벼슬을 그만두고 돌아가 생활할 집과 땅이 없다면 곤란하다. 수입이 없으면 사대부로써 품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벼슬에서 물러나거나 버릴 때도 돌아갈 집과 토지가 있어 가문이 쉽게 몰락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뜻에 맞지 않으면 벼슬을 초개(草芥)같이 버릴 수 있는 것도 돌아갈 터전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안동 만휴정

정자문화의 시작

성리학자들은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하는 왕조교체기, 연산군 4년(1498)~명종 원년(1545) 4대 사화, 그외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죽임을 당하거나 귀양 가거나 치명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세상을 피해 숨어 지내는 피세의식(避世意識)이 생겨났다. 벼슬을 잃거나 물러난 수많은 관료들이 낙동강 상류로 숨어들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문의 후손교육을 통해 명문가(名文家)로 발돋움하려 애썼다.

이런 움직임은 타문중과 경쟁을 통해 더욱 치열해져 갔다. 결국 영남사림들이 많은 사화를 통해 화를 입었지만 끝임 없는 인재양성으로 마침내 선조 때 훈구세력을 몰아내고 사림이  승리한 원동력이 되었다.

한반도의 강은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구불 구불 사행천을 이룬다. 물의 힘으로 퇴적사면과 공격사면이 만들어 진다. 퇴적사면은 농경지와 마을을 만들고 공격사면은 절벽을 만들었다.

선비들은 그림같은 강변 벼랑에 수많은 누정(樓亭)과 대(臺)을 조성했다.

조선 읍지를 통해 전국의 정자 분포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경상도가 거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정자가 많다.

안동 하회마을 전경

입지조건에 따라 산의 산정(山亭), 시내의 계정(溪亭), 강의 강정(江亭), 바다의 해정(海亭), 연못의 지정(池亭), 바위의 암정(巖亭), 언덕의 안정(岸亭), 마을의 촌정(村亭)으로 나눌 수 있다.

이용형태에 따라 노닐 며 경치를 감상하는 유상(遊賞)의 장소, 독서하고 강론하는 강학(講學)의 장소, 조용히 심성을 수양하는 장수(藏修)의 장소, 선조의 무덤을 바라보며 은덕을 생각하는 추모(追募)의 장소, 전답농사를 감독하는 감농(監農)의 장소, 먼 곳을 조망하기 위한 조망(眺望)의 장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만을 위해서 정자를 세우지는 않는다. 대체로 유상하고 강학하고 장수하는 장소를 겸하여 다목적적인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정자를 경영하는 주체에 따라 궁가의 정자, 관가의 정자, 문중의 정자, 유림의 정자, 개인의 정자, 촌락의 정자가 있다.

거주하는 장소와 관련해서는 가택결합형, 별당형, 가택부근형, 별개 형으로 구분한다.

경북의 정자들은 개인 정자가 많고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정자도 적지 않다.

조사에 의하면, 경상북도 정자 가운데, 안동 청송 영덕 예천 영주 문경 봉화 영양 등 8개 시군에 분포한 것이 합계 650개가 넘어 경북전체 2/3에 이른다.

예천 병암정

1970년 임병섭이 엮어 간행한 <영남누대지>에 의하면 전체 2122개 중 안동이 204개, 영주가 157개를 차지하는 등 경북북부권역이 다수를 점유하고 있다.

경북 안동문화권에 많이 누정이 생겨난 이유는 여말선초나 조선전기 4대사화와 같은 정치적 변동기와 관련이 있다. 관리들이 귀향하여 계곡과 산림에 숨어들었던 사족(士族)들의 후예들이 16세기에 들어와서 영남사림파를 형성한 것과 연관이 있다.

그들은 시냇가에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면서 향약을 시행하여 향촌자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향촌교육에도 힘써 서당, 서원을 창설했다. 처사적 풍류를 향유하기 위해 경관이 좋은 곳에 이름 붙인 대(臺, 부용대등)를 찾아 즐기거나 그 곳에 누정을 지어 안락한 조망을 취하려 하고, 정사나 암자, 재실을 지어 성정을 순화하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

이는 결국 유교문화의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정신에 기초하여 자연경관과 인문경관의 결합을 중시했던 결과이다.(출처 : 낙동강 상류의 누정풍류-안동대 이종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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