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고 따오기들도 미루나무 잠자리로 돌아온다. 눈썹달이 물억새 숲 위에 아기 미소처럼 둥글게 웃는다. 기러기류도 무리 지어 기럭기럭 소리 내며 늪 안 잠자리로 날아간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이때가 나에게도 외로움을 덜어내는 행복한 순간이다. 잠시 물억새 밭에 벌렁 들어 누워본다. 겨울바람도 머리 위로 지나가고 추운 기운도 사라지는 시간이다. 늪 안 곳곳에는 고니류와 기러기류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한편의 자연교향곡이다. 무료 공연이라 귀 쫑긋 세우고 어린 새들을 위해 힘차게 연주하는 어미들의 매일 밤 수고가 고맙다.

낮에 우포늪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생각한다. 마산 할머니 뵈러온 지훈이 가족이 잠시 우포늪 새들을 보러 왔다. 초등학교 4학년이 전국을 다니며 새 관찰에 열심이란다. 멸종위기종 3종을 따오기센터 앞 논에서 보고 즐거워한다. 독수리와 잿빛개구리매, 말똥가리, 백조의 호수에서 수백 마리의 고니류들도 탐조하고 떠났다. 주남지에 가서 재두루미도 보고 거제에 가서 아비도 볼 것이라고 한다. 특히 새덕후의 유투버가 아이들에게는 좋은 선생이란다. 미래세대의 탐조활동이 늘어나면 야생의 서식지 복원도 늘어나기를 기대하면서 꼭 "새들의 밥상'을 읽고 새 그림도 그려보기를 권했다. 최근에도 방학 중에 북해도와 동남아 휴가를 가족과 같이 하면서 새 탐조를 할 것이라는 두 가족 즐거운 표정을 보았다. 이런 가족들이 우포를 방문하면 늘 나는 행복하다. 언젠가는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야생에서 오감으로 느끼는 자연체험을 많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나눌 참이다.

작은 학교를 살려서 습지대안학교를 만들자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이 2008논습지결의안. 2018습지도시결의안, 2022습지교육결의안을 국제협약 속에 통과시킨 일은 일관되는 생태습지 다양성 복원 설계과정이다. 그 완성은 ‘습지생태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하면서 야생과 함께 살아가는 배움 장소를 만드는 일이다. 쉽게 갈 수 있는 길보다 어려운 길을 가는 사람들이 모여 결의안을 이행하기 위하여 함께 하였다. 멀리 광주와 순천, 인근의 대안학교인 평화고등학교, 범숙학교 책임자, 생태와 관련된 학부모, 대안교육관련 교육청 장학관 등 작지만 알콩달콩한 모임을 람사르환경재단이 자리를 마련했다. 어쩌면 지난 세월 교육운동을 하면서 일관되게 참교육의 길을 찾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갖자"를 새기며 먼 가시밭길을 헤쳐 나왔는지도,,,그 길의 끝은 모르지만 92년 리우세계환경회의 참석을 계기로 참교육의 길을 습지보전과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한 쉼 없는 외로운 투쟁을 지금도 하고 있다. 모든 것은 스스로 좋은 동지들과 뜻을 세우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서둘 일도 아니다. 스위스 람사르총회에서 175개국이 함께한 공교육습지교육결의안 통과한 나라별 이행과정으로 학교교육 내에 습지생태특성화과정과 대안교육 등을 고민하는 워크숍이 시작되고 있다.

첫 발표자로 순천인안초등학교, 두 번째 발표로 여태전 (전 간디학교, 태봉고, 상주중 등) 대안교육의 으뜸(현 건신대학원 대안교육학과 교수)이 발표한다. 주관은 람사르환경재단이 디딤돌을 놓는다. 그 덕분에 나라 안 곳곳에서 마을공동체 교육과 생태교육을 몸으로 실천한 분들을 만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순천인안초등학교는 20명이 안 되는 작은 학교에서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흑두루미생태교육을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특히 순천시의 지원과 협력으로 작은 학교가 입학과 전학을 원하는 아이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다고 발표한다. 작은학교살리기 운동이 농어촌에서는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육청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실패한다. 그 사례로 유어초등학교가 따오기학교로 생태전환 교육과정을 시작하면서 일부 지역주민들의 비협조로 무산되었다는 소식은 좀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교훈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은 지역의 협치를 전제로 새롭게 시작할 일이다.

‘습지생태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돕자

나는 이 학교에 10년 전 교직원 대상 첫 워크숍에 강사로 간 인연이 있다. 더하여 제주 폐교 위기 선흘분교도 동백동산 습지특성화학교로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제 대안교육은 공교육의 미래학교가 되어야 한다. 여태전 교수는 박종훈 교육감으로 바뀌면서 태봉고와 상주중이 살아나는 사례를 말하면서 지금은 습지생태 등 더 다양한 대안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생태교육을 주도하는 힘은 열정 선생들과 지역사회 활동가, 순천시의 협력으로 잘 되었지만, 10년을 앞장서서 지속해온 교원들은 너무 피곤하다고 말한다. 스스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10년 이상 지속가능한 생태교육을 교육과정의 단순화로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방안 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결국 습지생태특성화대안학교 제도가 구축되어서 스스로 좋아하는 학교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인안초와 상주중 등 발표 후에 여교수는 교육마을과 함께하는 인생학교까지 구상한 것도 소개한다. 살아있는 자들이 우리들의 해방일지를 쓰는 날까지 가시밭길을 헤치며 나아가 가시덤불 속에 살아갈 작은 생명들을 위해 지키고, 가꾸고, 어둠의 세상을 빛이 스며드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정리 말 중에 인안초등학교는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생태적 감수성을 학교교육을 통해 생태교육과정에 더하여 성장과정에서 변화하는 모습도 소개하였다. 옆 학교 사례 비교하면 1/3 정도가 별량중학교(배움 공동체 대안적 학교)로 진학한단다. 그 학교는 행복학교로 초등학교의 체험경험이 오롯이 꽃피울 수 있는 대안교육 같은 과정이란다. 부모들은 인안초등을 거쳐 별량중에 보낸 것이 잘했다며 자존감이 충만하고 창의적 분야에 대학 진학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도교육청 대안교육 담당 장학관도 자문 의견을 꼼꼼하게 해주어서 다양한 습지생태대안 교육의 길을 안내하여 고맙다. ‘습지생태교육특성화교육’이나 ‘대안교육’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 살아갈 아이들이 행복한 배움 나누는 공간이 조만 간 만들어지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한명을 구한 사람은 세계를 구한 것이다"

유태인을 구한 쉰들러리스트 영화를 보고 생명의 존귀함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우포생명길을 걷는다. 많은 방문객들이 이 길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곳이 귀한 생명들이 밤낮으로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그것은 어릴 적부터 유럽이나 독일처럼 자국의 환경교육법에 의해 자연과 사람이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지를 우리 교육에서는 가르치지 않아서 아이들이 연못에 돌을 던지고, 곤충을 보면 무서워하며 죽이려고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이러한 삶을 살아온 세월이 오래되지는 않았다. 70년 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무차별적 개발과 아이들 교육과정에서 입시경쟁과 도시로 진출함으로써 자본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육제도가 가져온 불행의 씨앗이었다. 그래서 일부 생태보전활동가들은 생물다양성회복과 서식지보전운동을 통해 ‘생명교육’과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통해 시대적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자연교육이 화두로 떠올랐다. 지금도 정부는 농촌을 경시하고, 농부들은 먹거리에 과도한 농약을 뿌려 돈이 되는 상품 재배에 열을 올린다. 우포늪이 중병을 앓고 있어도 모두 남탓이다. 4대강 사업으로 범람이 되지 않으면서 6천만 년 전부터 살아온 화석식물인 가시연이 살아가지 못하고 다양한 수생식물이 일반 연으로 인해 사라져가도 행정과 주민들은 관심이 없다. 따오기가 복원되어 마을로 날아가면 잘 보호해주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귀찮은 존재로 여기면서 농사짓는 데 해가 될까봐서 다른 야생의 멸종위기종이 늪으로 해마다 돌아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과거 군청에서는 보호지역으로 유입되는 하천 변에 대형 축사를 허가하고, 주민들이 쓰레기를 불태우는 일상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를 다른 지자체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도 않는다. 참 지난 30년 세월을 보면 우포늪 주변 건축물 짓고 보호지역과 농경지에 시멘트 관로 매설에 대한 어떤 대안 고민을 위한 주민 워크숍도 없었다. 주민

민원 무서워서 어떤 미래정책도 피해간다.

우포늪은 지금 중병을 앓고 있다

현재 우포늪에는 희귀 야생조류가 찾아오지만 중병을 앓고 있는 늪지를 쳐다보면 걱정이 늪 앞선다. 최근 10년 동안 3월과 10월에 물고기들이 집단으로 죽어간다. 보통 6-8월에 일어나는 일이 우포늪에는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무르 강에서 살던 황새가 6000km 긴 여행을 하고 우포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고니류와 기러기류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스스로 찾아오는 풍부한 자연자산이 해마다 찾아오지만 이 생명들을 잘 보호하면서 지역경제에 어떻게 도움이 되도록 현명한 이용을 고민하는 정책마련은 전무하다. 다행히 복원센터가 따오기에 제공하는 미꾸라지 덕분으로 황새와 여름철새들이 겨울을 잘 지내고 봄이 되면 고향으로 잘 돌아가기를 빌면서 매일매일 관찰하면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관계기관과 환경감시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오히려 다른 지역 사람들이 글쓴이가 올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겨울철 먹이나누기’하러 서울에서 차를 대절하여 우포늪과 고성 독수리 보러 온다고 한다. 1월 3일에는 서울 자연의 벗에서 많은 사람들이 야생동물 먹이 값을 가지고 우포로 방문한다. 세진리에서 밥도 사먹고 잠도 자면서 함께 먹이나누기도 하고, 해피빈에서 후원한 귀중한 돈으로 한 생명이라도 더 돌볼 수 있도록 후원하는 행사이다. 미루나무에 오늘은 29마리 따오기가 앉았다. 어둠이 내리는 시간까지 너희들을 지켜보았다. 이렇게 귀한 사람들이 오면 따오기 먹이도 나누고, 해질 무렵 새들이 잠자리로 돌아가는 자연체험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우포늪 방문하는 진정한 생태관광을 할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도움도 되는 그런 행사를... 미래 세대에게는 우리 세대가 못한 과제인 남북의 평화통일과 기후위기 시대 생태전환교육을 통해 조선민족으로서의 품격을 갖추어 후손들에게 멋진 세상을 물려주는 기반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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