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1운동 당시 창녕지역에서의 정황을 『한민족독립운동사』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위에서 보이듯, 3월 18일 의령사람 정호권이 남지리 동지들과 남지장날에 만세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남지사람들의 이름과 기록이 남지 않아 3.1운동을 하였음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는 기록이다. 시대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역사적 사실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사라지고 만다. 본 글은 영산의 3.1운동 독립결사대보다 더 끈질기게 항일운동을 했던 ‘열혈 남지사람들’의 역사를 조명하였다. 「일제강점기 남지사람들의 항일운동」은 어느 지역보다 더 격정적으로 치열하였음을 기록에 의해 고찰한다.

사진은 1923년 8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약 1년여 동안 전라남도 신안군 암태도에서 벌어진 소작 쟁의다. 당시 농민들의 대표적인 소작 쟁의로 대지주 높은 소작료 착취에 맞서 ‘암태소작인회(岩泰小作人會)’를 조직하여 소작 쟁의를 벌였다. 농민들은 7할~8할에 달하는 소작료를 4할로 인하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자 대지주는 거부하고 일본 경찰을 출동시켜 농민들을 저지하였다. 결국 농민들의 요구가 계속 묵살되자, 농민들은 대지주 아버지의 송덕비를 파괴하게 되고 50여 명의 농민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농민들 수백여 명은 다시 경찰서와 법원 앞에서 아사동맹(餓死同盟)을 맺고 단식 투쟁을 하는 등 시위 농성을 벌였다. 일제는 쟁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섰고, 결국 농민들은 소작료를 4할로 낮추는데 성공하였다. 이와 같이 소작 쟁의는 민족적인 자각을 통해 점차 농촌 문제와 민족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게 되었고,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민운동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통계에 의하면, 소작 쟁의는 1922년에 21건, 1923년에는 176건, 1925년에는 204건으로 늘어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였다. 암태도 사건 이후 전국에서 소작 쟁의가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1926년부터 1929년까지 2,486건의 소작 쟁의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 배경에는 조선 노농 총동맹(朝鮮勞農總同盟)과 같은 단체와 전국 각지에 조직된 농민 조합들도 큰 영향을 끼쳤다.(출처-우리역사넷)

암태도 소작 쟁의와 같은 농민운동이 1927년 12월 7일 남지에서도 발생하였다. 이른바 불납동맹(不納同盟)으로 영남수리조합 구역 토지의 50%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인 소유의 천기농장(川崎農場) 남지 개성사(開成社)에 300여명의 군중이 몰려가 소작인들의 요구조건과 불평등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수확고의 80%~90%를 바치라고 하니, 이에 응할 수 없다며 남곡면 등 5개면 수백 명이 장마면 유리에 모여 ‘소작인동맹’을 결의하고 서명 날인 한 후, 7일 오후 3시 천기농장 개성사에 300명이 집결하여 항의하였다. 그러나 지주들은 소작인들의 요구를 듣고 억울한 사람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말을 하고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불온하다며 해산하라 하였다. 이에 이 자리에서 해결이 어렵다면 지주에게 생명이 달린 소작인에게는 별도리가 없다며 오후 7시경 일제히 소작료 불납의 사실을 발표하고 해산하였다고 전한다.

일제강점기 헌병경찰을 동원한 무단통치로 독립운동을 탄압하던 조선총독부의 강력한 통제 속에 일본인 대지주 천기농장을 상대로 불납동맹을 결의한 사람들의 투쟁정신은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그것은 1923년 4월 8일, ‘영산소작회’ 조직되고 영산 3.1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층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농민운동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1923~1925년 동아일보 신문기사에 나타난 소작인회와 對지주 투쟁을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의 이정은 연구원은 ① 소작료·지세 및 공과금 문제 해결 ② 2모작 세금 거부 ③ 부정 사음(不正舍音)에 대한 성토 ④ 소작권의 무단 이동에 대한 대처 ⑤ 소작쟁의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정리하고 있다. 즉, 영산소작회 활동은 영산 3.1운동 23인의 결사대의 주동적 역할을 한 구중회(具中會)와 핵심대원 김추은(金秋銀) 장진수(張振秀)가 관여한 점을 들어 3.1운동이 민중의 계급적 자각으로 이어져 농민운동으로 발전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출처- 한국독립운동사연구 2권 1988 P139~166)

하지만, 필자가 ‘영산소작회’ 관련 동아일보 신문기사 16건 모두 살펴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영산소작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간 사람은 남지사람 이주목(李周穆)이었다. 이주목은 영산소작회 관련 신문기사에 6회 등장을 하는데, 1923년 4월 29일, 제1회 총회에서 남곡면위원으로 사회(司會)를 맡은 이후 상무위원 선임, 부정사음성토회(不正舍音聲討會) 연설, 1924년 10월 28일 제3회 총회에서 의장(議長) 등으로 활동하였다. 특히, 이주목은 1920년 5월 28일 동아일보 마산지국 창녕분국이 남곡면 남지시에 있을 때, 주임으로 활동하며 영산소작회 관련 총 9건의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1923년 11월 30일 구남회(3.1운동 독립결사대)는 영산지국에 기자로 임용된 후 7건의 기사를 남겼다. 즉 이주목은 소작회 회원이며 현직기자였기에 소작인들의 권리보호와 착취되는 실상을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한 것이다.

영산소작회에서 이주목(1887년생)의 활동이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1920년 4월 1일 창간한 동아일보 신문운동에 선도적 참여와 1920년 5월 28일에 창녕군 남곡면 남지시 창녕분국장에 정기호, 이주목은 주임으로 변화하는 창녕을 비중 있게 다루는 등 지역여론을 주도한 사회적 지위와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 보인다. 특이한 것은 南谷面[南旨市] 명칭인데, 1920년 7월 3일, 昌寧郡南旨市發展과 公立普通學校設立 기사에 남지시발전과 학교의 필요성을 보도할 정도로 지역의 자긍심이 대단하였다.

둘째, 이주목은 1910년부터 남지 마산정에서 ‘대중야학원’을 설립에 관여하였고, 1925년 5월10일자 남곡면 마산리 ‘노동야학회’ 기사에도 등장하는 것을 볼 때, 일제에 항거하는 무장독립투쟁에 참여치 못하는 대안으로 교육을 통한 애국계몽운동의 실천과 민족실력양성운동 및 사회주의적 의식변화에 힘쓴 것 같다. 즉 지역 민중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교육자로서 활동한 부분이 신망이 높았던 것이다.

셋째, 이주목이 동아일보 1920년 6월 14일 창녕군 남지리(상포리)에서 ‘詩社組織’을 기사화한 사실과 영산향교에서 재임(齋任) 장의(掌議)로 활동하였다는 것은 높은 유학적 학덕으로 명망 있는 지역유지였다. 그러한 연유로 1919년 3월 18일 남지시장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한 정호권과 뜻을 같이 한 동지로 짐작할 만하다.

신문기자로서 세계정세의 흐름을 읽는 안목과 사회주의적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영산향교에 출입하면서 교유의 폭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이주목(1887년생)은 당시 창녕에 못지않은 행정과 경제력을 가진 영산에서 활동한 지역유지로서 3.1운동 23인의 결사대를 주동한 구중회(1898년생)와 김추은(1895년생) 장진수(1894년생) 보다 연상이고 존경받는 선배로서 영산소작회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1924년 10월 28일 영산소작회 제3회 정기총회에서 이주목이 議長과 司會를 주관한 이후, 1925년 5월 24일을 마지막으로 영산소작회의 기사가 사라졌다. 영산소작회가 와해되면서 이주목은 1925년 1월 8일자 기사와 같이 ‘남지청년회’를 조직하고, 회장에 취임하여 지역운동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그것은 1927년 6월 남지에서 함께할 독자적 ‘소작동맹’이 창립되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주목을 중심으로 한 남지청년회와 이대영, 정대수를 중심으로 한 ‘남지소작동맹’이 조직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1925년 2월 ‘영남수리조합’의 성립에 따라 지역 청년들의 민족적 자각과 영산소작회 활동의 영향으로 영남수리조합 구역 내 소작농들의 소작권 보호를 위해 투쟁노선이 남지지역으로 옮겨온 것이다. 동아일보 1927년 10월 13일 기사 『영남수리조합 답사기』에 의하면 영남수리조합의 구역 내 총면적 1,032정보(3백만 평) 중에서 720정보, 즉 7할이 일본인 6인의 소유로 되어 있다. 이중에서도 일본 神戶(고베) 川崎武之助(가와사키 다케노스케)가 경영하는 천기농장(川崎農場)은 5백정보(1백5십만 평)로 총면적의 약 5할을 점령하였다. 구내 조합원의 총수는 955인이나 되는데 상기 6인이 720정보를 가지고 949인의 다수가 겨우 3백정 보의 땅을 소유하였다. 결국 조합원 구성에서 절대다수가 소작농이었다.

즉, 남지청년회와 남지소작동맹은 일제의 차별적 토지소유 지배구조에 대항하고 착취당할 하층 농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영산소작회보다 더 규모가 커진 남지에서 농민운동의 주체로 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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