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은 햇님을 으뜸 하여 달님과 별님, 풀별님을 포함한 우주 만물에 나아가 가을밤에 귀뚜라미 소리까지 존귀한 존재입니다. 이러한 생각에 이르면 사람 간에 받은 상처까지도 자연 안에서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갈대숲과 물억새 숲을 지나면서 아침 햇살에 빛나는 이슬에 더하여 바람에 머릿결을 너울거리며 사람의 마음을 흔듭니다. 잠시 멈추어 바라보는 순간에 미소가 터져 나오고 밤새 야생동물들이 오갔던 풀 섶과 그들이 흔적을 남긴 똥을 보며 가끔 향긋한 고라니(물사슴)똥을 허리 굽혀 맡아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삵이나 족제비 같은 친구들이 남긴 똥은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들이 남긴 풀 섶 오간 길을 한참 바라보다가 덩치가 큰 녀석들이 걸어간 자리는 흔적이 또렷하고, 맹금류들이 밤 사냥을 한 곳에 남긴 새들의 깃털 뭉탱이 앞에서는 지난 밤 삶과 죽음의 과정을 상상하며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아온 존재로서 두 손 모으고 머리 숙인 뒤 푸른 하늘을 바라봅니다.

따오기 마을에서 늪지식물을 이용한 음식을 만들다

조선시대의 전통사회에서 곳간 열쇠를 쥐고, 집안 살림을 꾸려가는 일은 여성들의 몫이었다. 여성들의 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 조리였다. 음식 조리는 나날의 식생활은 물론,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중요한 책무였던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을 위해서도 매우 긴요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이름 있는 양반가에서는 나름대로 특유한 음식 조리법을 만들어 이를 기록하였고, 그 책을 대물림했다. 그러나 일반 양민들의 마을에서는 그러한 레시피를 기록한 글이나 체계적인 조리방법이 전해져 오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마을이 위치한 지형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먹거리가 그 흔적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늪 마을에는 물속식물이나 물고기들을 이용한 먹거리 흔적이 지금도 일부 전해져 오고 있다. 이번에 잠어실 마을에서 노인들이 재현한 올비 묵과 말밤(물밤) 묵을 입안에 넣으면서 목이 잠긴다. 용왕님 밥상을 우포 잠어실에서 주민들이 한 상 차렸다. 새들의 밥상이기도 한 마름 열매 물밤과 고니류가 즐겨먹는 올비(올방개)로 만든 묵과 식기(식해) 등으로 늪마을 전통 식품을 재현하여 가을을 즐기는 행사였다. 개똥이 아이들이 노래도 부르고, 마을 어르신들을 안이 주는 아름다운 시간도 있었다. 전국 마을 마다 지역성에 기반한 작은 축제를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지면 좋겠다. 과거 2013년 세진마을에서도 붕어조림과 식기(창녕식 식해) 등을 먹으면서 옛 음식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너무 반가운 손님! 큰고니 두 마리가 떡하니 자고 있다

우리나라 유치원에서는 과일 깎는 체험을 교육과정에 일상적으로 하는가? 우포자연학교는 나무타기 체험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두발 혹은 네발로 너구리처럼 나무 아래 둥지 품에 안기는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그곳에서 긴장과 집중을 통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나도 아이들로부터 큰 기쁨과 힘을 얻는다. 23살에 교사가 되고나서부터 나의 첫 선생은 마을이고, 아이들이었다. 처음 부임한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마을을 둘러보면서 다음 날 칠판에는 마을 지도를 아이들과 그리고, 가정방문 준비와 지리-사회 수업의 시작 교과서로 쓴다. 왜? 우리는 국정교과서에 모범으로든 00지역 지도를 가지고 수업을 하는가? 학교의 공간 구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교원과 학교 구성원들이 아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그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오늘을 이야기 하고 미래의 위험을 스스로 극복하도록 교육내용부터 깊이 사제동행으로 살펴볼 일이다. 부자와 전문가 집단이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들은 아이패드 같은 전자기기를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개인적인 시용은 부모와 아이들의 몫이지만, 학교에는 싸구려 전자기기에 아이들을 맡기는 교육은 "아이들이 당장 놀아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행복해야 하는" 권리를 빼앗는 일이다. 우영우드라마에서 '어린이해방군' 총사령관 방지뽕이 말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더 나아가 코르작이라는 교육사상가는 평생 동안 "아이들의 삶도 어른들 삶과 같다. 다만 어른만큼 경험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을 위해 위험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교원과 부모들이 함께 하면서 그들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교육과정이 마을교육공동체로 전환해야 한다. 무늬만이 아니라, 기후위기-재난이라는 큰 위험-죽음 대비시대를 맞아 아이들이 스스로 어른들을 향해 삿대질하고, 어린이 의회에 소환하여 법정에서 그들이 심판하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 교육공동체가 정부를 향해 법제도적, 정치적 행동이 없다면 매주 1회씩 대중적 캠페인을 상설화하는 대열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포따오기 단풍으로 순천만 흑두루미 가을도 깊어간다.

순천만 벗들이 지난 시절을 회고하면서 나를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명명하면서 한바탕 웃었다. 그들이 1980~90년대 순천지역에서 동부사회연구소라는 시민단체를 통해 발간하는 기관지는 품격 있는 출판물이었다. 특히 90년대 우포늪 습지 보전 운동이 끝날 즈음 운명적으로 순천만보전운동에 나선 동사연과 인연이 되어 순천만 보물찾기에 나섰다. 당시 서울대 고철환 교수, 교원대 김수일 교수, 경상대 오경환교수, 경남대 양운진 교수 그리고 나까지 2박 3일 동안 순천만 대대선창을 중심으로 동사연 현재 소장인 김인철 박사 등 실무진들과 흑두루미와 황새, 저어새 등 법정보호종이 거짓말 같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당시 순천시장이 허가한 골재 채취 현장이 여러 분야별 전문가와 시민활동가 덕분으로 오늘 날 순천만 모습으로 살아남았다. 오늘도 당시 조사하던 날과 비슷한 시기에 배를 타고 강나루 선생과 갯벌로 나갔는데 놀랍게도 568마리 흑두루미가 하늘에서 내려앉는 광경을 보았다. 이것은 순천만과 내년 정원박람회의 개최에 큰 축복이다. 그 때 59마리 흑두루미를 보고 탄성을 질렀는데... 그래도 나에게는 순천만의 최고의 뷰는 흑두루미가 도착하기 전 갯벌과 회갈색 갈대숲과 추수 전 황금빛 논을 따라 대대제방을 걷는 순간이다. 술자리에서 별량 갯벌에서 나오는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조개 썩(섭)써구와 대갱이 이야기로 순천식당에서 저녁 식사가 즐겁다. 25년 전 순천만 보전운동에 앞장섰던 동사연 멤버들과 둘러앉아 옛이야기를 하면서 나이 들었으니까, 마지막 자원봉사는 지역에서 분야별로 후학을 기르는 일이라며 모두 크게 흡족했다. 더하여 우포늪 겨울 관찰 길에 목 단도리하라며 선물을 준비한 따뜻한 마음도 고맙다. 많은 분들과 순천지역 시민사회의 노력과 더불어 언젠가는 흑두루미를 처음 찾아낸 꼭 기억해야 할 (고)김수일 교수의 흔적도 순천만과 우포늪 한 장소에 남기면 좋겠다.

홍수터와 천변저류지 확보로 우포늪을 확장하자

오랫동안 낙동강 변에서 살아온 경험으로는 장마 비로 여름 한 철 홍수가 일상화되었을 때는 주민들은 홍수에 대비하는 예측 가능한 대비책을 늘 준비하고 살았다. 매년 범람을 겪는 동네에는 나이가 든 어르신이 낙동강 상류에서 중하류로 내려오는 홍수량을 막대기 하나로 높이를 재어가면서 집안 옷가지나 이부자리를 챙겨 높은 곳으로 피난을 하거나 아니면 올해는 집안까지는 물이 차지 않을 것이라며 물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그 때는 서울에서 동아일보 등 신문기자들이 남지 용산마을 앞 낙동강과 남강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언론사 기자들이 홍수가 끝났다며 짚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70년대는 옆에서 목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연현상에 의한 홍수는 예측 가능하였다. 그러나 70-80년대를 지나면서 안동댐이 생기고, 국가 하천마다 댐과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보를 설치하면서 집중 호우나 기상이변으로 게릴라성 물폭탄이 쏟아지면 아무리 과학적 대응제도를 가지고 있어도 갑작스런 폭우 앞에는 홍수 통제(조절)가 불가능해지면서 갑작스럽게 댐을 열거나 보의 물을 방류함으로써 홍수지역 주민들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생명과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상선약수'의 기본철학과 댐, 보 등 정책을 수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환이 시급하다. 2021년 낙동강 장천제 붕괴와 섬진강 제방 범람으로 많은 재산 피해를 가져온 홍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시기에 천변 제내외지에 대한 통합적 관리와 홍수터 복원과 천변저류지 확보 등을 통하여 생태농업과 축산, 임산물 생산을 함으로써 홍수지역 주민과 기후재난 시대 범람대비책을 세우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를 법제도화해야 할 때이다. 홍수기금도 적립하여 지역별로 알맞은 홍수정책 만들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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