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간 서울 다녀오느라고 늪을 비운 사이에 우포에서 3일째 머물면서 나와 인연이 된 청년이 있다. 3일째 12시에 만나 오후 6시까지 비밀의 정원에서 숨을 고르고 징검다리 옆 왕버들군락지에서 야생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년은 이틀 동안 3만보를 걸었으니 우포를 구석구석 들여다 본 셈이다. 동국대 오충현교수 제자여서 더욱 반가웠다. 자연의 벗 연구소 오창길대표도 만나고, 군복무 시절에는 틈틈이 야생동물을 한글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모든 시간을 쏟았다는 특별한 젊은이다. 처음 본 인연이지만 편하게 같이 탐조도 하면서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기 10분전까지 가야고분군도 보여주면서 창녕을 잊지 말고 또 인연이 되자고 약속했다. 직접 한글로 그린 따오기 티셔츠를 선물로 주었다. 덕분에 즐거웠다. 다녀간 후 고맙다는 인사도 보내 왔다. "오늘 정말 알차면서 마음 가득 얻어가는 하루였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숨겨진 많은 곳들과 생물들을 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아쉬움 꼭 다시 우포에 방문하여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버스 시간까지 꽉꽉찬 행복한 코스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육이나 교류회 제안 모두 언제든 연락 좋습니다." 처음 만남에서 "먼저 여기 앉아 봐요. 자연을 먼저 느껴보죠" 통성명을 하기 전에 먼저 비밀의 정원에서 명상했던 이야기까지 페이스북에 써 놓은 것을 보면 걷고, 숲에서 명상하면서 야생을 느끼도록 한 것도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이방 장천제 붕괴에도 용호천 이선제가 홍수피해 줄였다

“2년 전 홍수 때 무너진 섬진강 제방에 따른 엄청난 피해와 달리, 낙동강 장천제도 붕괴됐지만 피해는 적었다. 낙동강 범람원에 있던 자연제방을 양호한 상태로 보전해 보조제방 역할을 한 덕분이다. 이선제(二線堤)라고 하는 자연제방이 본 제방(장천제)의 완전붕괴를 막아 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 주택가로 밀려오는 홍수 세기와 토사 유입을 줄인 사실을 필자가 밝힌 적이 있다.” 라는 국토부 산하 건설기술연구원 이삼희선임연구위원의 글을 읽고 기후위기 시대 낙동강 유역의 홍수관리 대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2008년 람사르협약총회를 앞두고 우포늪과 용호벌 등 낙동강 유역의 일제 강점기에 조사 기록된 100여 군데 습지 흔적을 찾아 홍수방지와 생태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그 답을 이박사는 용호벌 사례로 제시하였다. 한마디로 이방장터를 비롯한 시가지 주택 등이 침수하지 않은 이유를 장천제 붕괴 지점부터 용호늪까지 이어진 하천이 있어서 일부 농토는 침수 피해가 있었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박사는 이선제라고 하는 자연제방이 본 제방(장천제)의 완전붕괴를 막아 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 주택가로 밀려오는 홍수 세기와 토사 유입을 줄인 사실을 밝히면서 “네덜란드, 벨기에, 미국, 일본에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홍수를 생활화한다는 개념 하에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방을 일방적으로 높이는 대신 강폭을 넓히거나(네덜란드, 벨기에), 홍수 시 일정한 강물은 오히려 제방 밖의 수변 완충지를 설정하거나(일본), 옛 홍수 범람 터를 복원(미국)해 초과 홍수량을 일시 저류시켜 하류권역의 재해 부담을 줄이고 홍수가 끝나는 시점에 재빨리 빼내는 전략 등이다.”라며 이를 계기로 자연제방을 더 발굴해 낙동강 본제방과 자연제방 사이를 홍수 완충지로 설정해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자연제방은 지역친수공원이나 농로로도 이용하고 완충지에서는 홍수조절 기능에다 유기농 경작지, 자연습지원, 탄소저감 실험장, 녹조처리용 산화지, 야생화원, 캠핑장 등 지역특성에 적합하고 주민이 선호하는 것으로 접목해 활용하면 될 것이라면서 필자가 정부와 경상남도에 ‘낙동강 유역 습지생태경제벨트’ 정책제안에 국제적 추이에 적합한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필자는 지자체가 민관협력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홍수와 생태관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자연지형에서 원석을 발굴하여 잘 가공하여 값진 보석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을 거듭하는 셈이다.

수도권 홍수피해를 보며 지자체의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

실제로 며칠 전 서울 나들이를 하면서 수도권 폭우에 첨단 시설을 한 서울이 홍수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았다. 한편 한강 변에 그나마 남은 샛강이 홍수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현장 확인하였다. 집중 호우 후유증으로 지하철 에스카레이트가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곳도 있었다. 반면에 한강 여의도 샛강을 방문 했을 때 홍수위가 2m 정도 올라왔던 흔적이 버드나무 가지와 잎에 남아 있었다. 4.6Km 길이의 샛강에도 범람으로 홍수위가 높아지면서 상당부분 물 저장고 역할을 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금년에는 낙동강에 큰 홍수가 나지 않았지만, 과거 기록에 의하면 "1925년 중부지방에서 발생한 을축년 대홍수에 버금가는 홍수가 1933년 남부지방에서도 발생했다. 이때 이름 그대로 완만한 토평천(土平川)을 따라 낙동강 큰 강물이 옛 우포늪으로 역류한 뒤 낙동강 수위가 내려갈 때 빠져 나갔다. 이른바 홍수조절지로서 역할을 하면서 창녕지역은 물론 부산, 김해 등 하류권역의 피해를 크게 줄인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렇게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다부터 홍수터를 복원한 것도 2008년 람사르총회를 준비하면서 계획한 것임을 밝혀둔다. 다부터 6만평을 복원하여 습지개선지역으로 확장한 것에 더하여 과거 홍수터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여 부산과 창원 등 도시의 홍수 재해위험을 분담하는 지자체에게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낙동강 중상류지역의 홍수조절 기능을 가진 지자체에게는 홍수기금과 지역의 현명한 이용을 위한 재정지원을 통하여 지방분권차원에서 생태-역사-문화적 가치를 더 높이는 전략을 세우는데 해당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 시대 창녕군의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 미래계획이기도 하다. 덧붙여 우리나라는 여름 한 철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데다 노년기 지형이어서 홍수관리에서 해당 지역특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기후변화 시대에 대형 홍수를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자원화하려 노력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정부에서는 적극 호응하고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전국적으로 주민이 호응하는 방향으로 하천관리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현 환경부의 방침과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의병은 나가 싸울 뿐 그 공을 논하지 않는다

낙동강과 황강, 남강은 선비정신과 의병운동과 항일운동의 산실이다. 백산 안희제 선생 고택에서 13인이 참석하여 낙동계 주관 의령 답사를 시작한다. 의령은 임진왜란 홍의장군 곽재우와 일제하 항일운동 백산 안희제, 민주화운동의 이수병 같은 역사적 인물이 산재한 곳이다. 한글학자 이극로 등과 삼성 이병철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인물들 뒤에 이우식 같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재물을 독립운동과 사람을 키우는데 내놓았다. 더하여 남민전 사건으로 독재정권에게 목숨을 잃은 이수병도 백산선생 장남 안상록과의 깊은 관계로 만주 발해농장으로 백산을 따라 이주한다. 그 독립정신 가치가 이수병 가족을 포함하여 이극로, 안호상 등이 남북의 언어 장벽을 없게 한 북쪽의 김두봉, 남쪽 최현배 선생의 한글운동을 이어간 것이다. 백산과 안호상 생가 마루에서 매미노래 들으며 의령문화원 허영일 선생의 이야기에 성득용, 오종식, 곽상수, 하재청, 성기욱, 노승석, 전점석 등 참가자들이 상호대담하면서 시간을 잊고 있다. 이웃 세간리에서 망우당 생가와 현고수를 바라보며 임진전쟁 당시로 돌아간다. 잠시 고맙게도 망우당 생가 문화관광해설사 유정란씨가 얼음 커피를 한잔씩 제공한다. 다시 길을 잡아 퇴계 이황선생 처가였던 가례동천에서 퇴계와 이웃 삼가토동 태생 남명을 소환한다. 조선을 대표하는 두 분의 시대정신이 경상좌도와 우도의 후학들에게 선비정신과 벼슬아치의 덕목을 열었다. 덕원서원 옆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자굴산 아래 카페에서 13사람이 오늘 답사 소감과 차기 10월 합천과 산청 남명 선생 답사 날짜를 정하고, 이후 그동안 임진년을 깃점으로 낙동강 중류 시대적 과제를 공동 배움과 기록으로 정리하는 한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안동에서부터 성주, 달성, 고령, 합천, 창녕, 의령 등 낙동강을 따라 역사적 흔적을 더듬으며 생태, 역사, 문화 등의 지역사에 대한 새로운 길을 어떻게 모색하고 행동 할 것인가를 고민한 자리였다. 인연들이 고마운 날 일행과 헤어지고 차마 의령 땅을 떠나지 못하고 어둠이 내린 시간까지 정암루와 곽재우 흔적을 더듬고 있다. 남지에서, 이노정에서, 주남지에서 구름산매 사이로 집으로 돌아가는 노을이 무척 아름다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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