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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습지생태경제벨트는 홍수재앙 방지 국책사업이다글, 사진 이인식위원
비사벌뉴스 | 승인 2022.08.23 17:56

바람이 불고 여우비가 내리면서 우포늪을 걷는 길이 제법 쾌적하다. 처서다. 밤이면 늦반딧불이가 야생의 밤을 밝히고, 여름철새는 남쪽으로 이동하고 겨울철새 선발대들이 ‘기럭 기럭’소리 내며 더 넓은 늪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먹이들을 꼭꼭 씹으며 행복해 할 때이다. 지난여름 우포늪에도 가뭄과 폭염으로 사람들이 우선 살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자연의 재앙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는 역사 속에 실재한 자연재앙이라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성경에도 창세기 6장 14~16절에 보면 길이 300규빗(약 135m), 폭 50 규빗(약 22.5m), 높이 30 규빗(약 13.5m)인 이 배는 지붕과 문을 달고 배 안은 3층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선체(船體)는 직육면체의 형태로 고페르나무(잣나무)로 건조하였고, 방수를 위해 안쪽에는 역청을 칠하여 굳혔다고 기록하고 있다. 후대에 구체적인 과학적 기록을 찾아 일부를 소개한다. “성경대로 복원된 노아의 방주 모습은 흔히 아는 배 모양이 아닌 직육면체다.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방주 모형실험을 통해 이 독특한 직육면체의 대형 목조 선박은 탁월한 구조안정성, 복원안정성, 파랑안정성이 입증됐다.

노아의 방주는 대 홍수 시대 실재한 기후재앙이다

당시 인간의 지식수준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완벽한 선박 공학적 비율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대전엑스포장에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 신우회에서 노아의 방주를 실제크기의 1/5로 제작해 실험연구를 진행했다. 노아의 방주 안전성 실험결과 방주는 43m 파고가 일어도 뒤집히지 않아 미국 선박의 안전기준치보다 13배나 높은 복원성을 보였다.” 당시 실험에 나선 과학자들은 “배가 정말 안전하려면 파도에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 놀랍게도 방주는 파도가 치면 파도 쪽으로 배 방향을 틀려는 성향을 보였다”면서 “처음 실험을 시작할 때 걱정과 달리 연구를 마친 후 하나님의 지혜와 설계로 방주가 제작됐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아의 방주는 성경적 의미를 떠나서도 기후위기 앞에 가뭄과 홍수, 산불 등 인간이 제어하기 힘든 자연재앙에서 착한 노아처럼 지구촌에 살아가는 인간들이 얼마나 지혜를 모아 행동할 것인가를 연대해야 할 때다. 가뭄과 산불 그리고 폭우 등이 예년에 비해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유럽과 호주, 미국 등의 고민에 더하여 한반도 사람들도 기후변화가 가져온 공포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서유럽 대홍수 때 ‘사망자 제로’였던 네덜란드 홍수 때 강물 빼내는 우회 수로 곳곳 조성하여 난폭해진 강물은 흐를 공간 줘 달래야”라는 칼럼까지 조선일보에 등장했다. 필자는 30년 전부터 낙동강 유역의 사라진 습지들을 복원하여 먹는 물에 오염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생물다양성 회복과 홍수터를 확보하여 게릴라 성 호우로 강 주변의 도시와 산업화로 공장지대가 된 곳이 기후재난으로 물속에 잠기는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정책을 호소해왔다. 최근 몇 년 동안 눈에 띄게 호주, 미국, 유럽의 산불과 작년 7월 중순 서유럽 폭우로 독일·벨기에에서 239명 인명 피해가 났다. 선진국 홍수 피해로는 재앙적 수준이었다. 반면에 독일·벨기에와 라인·마스 두 강을 공유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서는 희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주목할 일이었다. 그래서 필자도 기후위기 시대 ‘낙동강습지생태경제벨트’ 프로젝트를 환경부와 경상남도에 제안하여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환경단체, 전문가, 지역주민 간에 소통과 정책수립과정을 공유하면서 반드시 전 국토의 강과 하천에 낙동강 정책 사례가 일반화하기를 기대한 것이다.

‘강에 여유 주기(Room for the River)’ 프로젝트로 홍수피해를 막았다

한삼희 수석논설위원은 선진국 유럽의 홍수 대책에서 조차 나라 간 차이가 있음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작년 7월 중순 서유럽 폭우로 독일·벨기에에서 239명 인명 피해가 났다. 선진국 홍수 피해로는 재앙적 수준이었다. 서유럽 홍수 직후 환경칼럼에서 네덜란드는 독일·벨기에와 라인·마스 두 강을 공유하고 있는데도 희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네덜란드가 2007년부터 10년간 진행한 ‘강에 여유 주기(Room for the River)’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강바닥을 파고, 강폭을 넓히고, 제방을 보강했다. 우리의 4대강 사업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목적의 치수(治水) 사업이 있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칼럼이 나간 한 달 뒤에 뉴욕타임스가 네덜란드 치수 사업을 조명하는 르포 기사를 썼다. ‘홍수를 피하려면 흐름과 같이 가야’라는 제목이었다. 읽어 보니 필자가 놓쳤던 부분을 짚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강에 여유 주기’를 통해 기막힌 홍수 방어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었다. 제방과 제방 안쪽 구조를 강화하는 것 외에 홍수 유량의 일부를 제방 바깥쪽으로 빼내 피크 홍수 때의 수압을 낮추는 방법이다. 압력 밥솥의 뚜껑 꼭지를 살짝 젖혀 증기를 빼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뉴욕타임스는 마스강 제방 바깥쪽에 조성한 526만㎡(약 160만평) 규모 홍수 터를 주목했다. 구불구불하던 강을 정비하면서 과거 물길이었던 습지가 농지로 바뀌었는데, 그곳에 우회 수로를 조성했다. 작년 여름 홍수가 극한 수준에 다다랐을 때 강물을 그곳 우회 수로로 빼내 마스강 본류 수위를 33㎝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인근 도시 두 곳이 침수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 우회 수로는 평소엔 습지 생태 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네덜란드 에이설강의 예비수로 개념도. 맨 왼쪽은 평소 물 흐름. 가운데는 홍수시 상황. 맨 오른쪽은 예비수로가 홍수 유량을 분담한 모습. 예비수로는 평소엔 목초지로 활용한다. 자료를 더 뒤져봤다. ‘강에 여유 주기’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2017년 완성한 것이 라인강 지류인 에이설강의 8㎞ 길이 예비 수로다. 평소엔 목초지로 쓰다가 홍수 때 제방 수문을 열어 강물을 빼내 저류한다. 본류의 홍수량을 일시적으로 분담케 해 수위를 71㎝까지 떨어뜨리면서 홍수 에너지에서 김을 빼내는 것이다. 홍수가 끝난 뒤엔 하류 쪽 배수 펌프로 물을 본류로 퍼낸다. 본류와 수위 차가 유지된다면 물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중력 배수도 가능할 것이다.

주민과 행정,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홍수터를 확보해야

예비 수로 부지에는 원래 주택이 9채 있었는데 주민들을 설득해 이주시켰다고 한다. 우리도 강바닥을 파고 제방을 높이 쌓아 강물을 통제해왔다. 구불구불 흐르던 하천을 곧게 펴면서 제방 바깥쪽에 폐천(廢川) 부지가 생겼고, 그곳은 논으로 조성하거나 자연 습지가 돼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곳을 홍수 때 일시적 우회 수로, 또는 천변 저류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난폭해진 강물을 제방으로 가둬 제압하는 건 쉽지 않으니 강물에 흐를 공간을 여분으로 만들어 줘 달래자는 것이다.

지형을 잘 조사하면 인구 밀집지, 또는 상습 침수 지역의 상류 쪽에 비상시 천변 저류지로 활용할 후보지가 있을 것이다. 대개는 논으로 쓰고 있을 것 같다. 극한 홍수는 10년, 20년에 한 번 있는 일이다. 벼농사를 짓고 있다면 하루 이틀쯤 물에 잠겨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일시적 침수로 소출이 줄더라도 피해액을 훨씬 웃돌게 배상해주면 정부와 주민에게 윈윈이 된다. 놀고 있는 땅이라면 정부가 사들여 생태 습지를 조성할 수도 있다. 당연히 거주지가 아닌 곳을 골라야 하겠지만, 침수 예상지에 드문드문 주택이 있더라도 넉넉한 보상과 함께 부근 고지대로 이주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도 주민 설득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우리는 여름 한 철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데다 산악 지형이어서 폭우 때는 거센 급류 하천을 이룬다. 기후 붕괴 시대엔 아무리 튼튼한 제방을 쌓아도 예상을 뛰어넘는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극한 홍수 위협에 대처하려면 ‘한 방울도 안 새게 관리한다’는 발상만 갖고는 부족하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60%가 홍수 위험 지대인 나라다. 홍수와 함께 살아오면서 쌓아온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우포늪에 정착한 예술문화인의 역할을 기대한다

오래 전에 다녀온 일본 오끼나와에서 비행기와 배를 타고 여행한 이리오모테섬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생태관광의 모범 지역이다. 우포늪도 이런 책임관광을 전제한 영원한 생태관광이 지속되기를 소원한다. 추수가 끝난 이리오모테섬을 따라 아름다운 해변에서 쓰레기 공부를 한다. 한국,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서 밀려온 쓰레기를 분류한 뒤, 괜찮은 식당에서 지역의 음식을 자상하게 소개 받으면서 식사한다. 오후에는 전통마을로 들어선다. 지역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이곳의 풍성한 마을사에서 홍길동의 이상국가인 율도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470년 쯤, 난파한 조선인이 각 섬을 거쳐 귀환한 이야기를 토대로 허균이 소설을 썼을지도 모른다. 이곳에서는 노인은 지혜 창고, 청년은 마을의 힘, 아이들은 보석이라고 한단다. 논농사에 어업을 할 수 있는 강과 기수지역의 맹그로브 지역은 천연보호구이다. 마을에서 잠도 잘 수 있는 공간과 80%가 외지인들이 살려 들어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고, 아이들이 25명 있는 곳으로 대단하다. 마을 둘러보기와 맹그로브 체험은 참가자가 과제를 들고 배움을 나누고, 지혜를 모으는 프로그램이라 흥미가 많았다. 두 마을 해설사는 부부이고, 동경에서 환경성과 출판인으로 근무하다가 이곳에 정착한지도 30년이 되었단다. 지금도 처음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해변 쓰레기를 줍고 분류하여 이 섬이 영원히 지상 낙원이기를 바라는 그들이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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