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추고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자. 자연에서 세상을 보고 듣고 훈수하는 입장에서 큰 태풍이 불거나 홍수가 밀려오면 주민들은 몸을 낮추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온힘으로 몸부림친다. 그렇게 자연은 주기적으로 인간의 삶을 조절한다. 반면에 일부 인간은 자연의 거대한 바람과 홍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끝없는 욕망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린다. 때가 되면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며 미래를 생각하고, 인재를 키우는 지혜를 가진자만이 세상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선거가 끝났다. 힘 있을 때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사람 키우기를 주문한다. 따오기 부부가 새끼를 길러 야생으로 보내고 모처럼 먹이 터에서 함께 식사한다. 그동안 둥지에서 새끼 돌보느라고 함께 식사하기가 어려웠다. 마을 따오기지킴이 노인들은 백로나 왜가리가 따오기 먹이를 다 뺏어 먹는다고 장대까지 동원하여 애를 쓰신다. 그 모습이 6.5일 세계환경의 날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행동이다. 주민 협력 없는 환경운동은 사상누각이다. 시간이 걸려도 꼭 해내야 하는 과제이다.

지역마다 다른 생활문화와 역사-생태를 기록하여 새로운 길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시대이다.

'장 담그는 봄철의/낙동강 소금배여/밤에는 등불을 밝히고/나루터에 잠을 자던 배'를 이달희 시인이 읊었지만 낙동강 유역에 사는 기성세대들은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다. 비록 500㎞가 넘는 강 중 단 22㎞. 부산에 허락된 낙동강은 60리가 채 안 된다. 일명 '서부산 낙동강'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강에 서린 기억마저 흐릿해졌다. 하지만 '물류(物流), 문류(文流), 인류(人流)'를 잇는 다층적인 공간답게 서부산 낙동강은 다양한 예술작품 속에서 제 모습이 온전히 간직돼 있다. 얼마 전 부산발전연구원에서 서부산 낙동강 문학을 발간했다. 문학으로 낙동강 변천사 풀어 70여 곳의 나루터를 다시 조명하고 소금 배 등 옛 낙동강의 귀한 모습도 담아 <서부산 낙동강 문학지도>를 펴낸 것이다. 이 자료를 보면서 필자가 굳이 낙동강 하구의 옛 모습을 들추는 것은 우포늪에 살면서 소위 ‘우포학(소벌)’이 없는 우포늪보전과 따오기복원 그리고 생태관광, 주민소득 같은 키워드만 양산하면 ‘뿌리 깊은 나무’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낙동강이 만든 귀중한 자연유산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주민들과 함께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는 믿음으로 그나마 비사벌신문에 매달 짧은 글 솜씨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중이다. 지자체 일꾼들을 뽑는 선거가 끝났다. 치열한 선거 전쟁에서 살아남은 지도자들은 많은 약속을 하였다. 그러나 어떤 선거 공약에도 지역과 마을의 소중한 자산들을 현장에서 찾아내어 그것을 토대로 삶의 질을 담보하겠다는 약속을 보지 못했다. 행정과 의회는 농민과 어민, 소상공인 등이 평소 생산 활동을 어떻게 지원하고, 조례를 통해 제도화 하는 것은 일상의 업무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오랜 유산을 분야별로 분류하여 행정과 전문가, 지역주민들이 먼저 토론하면서 기억을 기록으로 저장하여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여 10-20년 뒤의 먹거리와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13년째 우포늪가에 살면서 이런 논의를 만들어가는 주체들을 본적이 없다. 그저 현안이나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인재를 볼 수 없었다. 지역에서 공적 활동으로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연결하면서 삶의 터전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새 군수는 과거 몇 가지 관행들을 과감히 탈피하여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단순히 소득증대로만 가능한지, 이 고장이 살아온 가치는 무엇이었는지를 새롭게 조명하여 함께 미래지역공동체를 설계하기를 기대해 본다. 꼭 14년 전 조해진의원이 처음 국회에 진출하고 시민사회가 마련한 신당마을 주민과 지역전문가들이 우포늪 생태자산과 생태관광에 대한 토론을 하고 대화하는 자리를 기억한다. 조의원은 인사말이 아니라 2시간 동안의 토론을 경청하고 평가 끝인사에서 이렇게 지역현안을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듣고 평가하는 자리에 참석하게 되어 고맙다고 했다. 덧붙여 이런 방식으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지역 현안을 풀어가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제 지역의 인구소멸과 청년 일자리 창출 등 현안은 행정과 주민, 전문가 등이 끊임없이 배움을 나누면서 해결하고 미래설계를 지역공동체가 만들어가는 시대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지역마다 다양한 요구를 주민이 원하는 방식과 시민사회 속 전문가들이 협업하여 행정과 정치권에 요구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실용적인 새로운 정치사회적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과 협업하여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올해도 야생에서 태어난 따오기들이 농민들이 모내기한 논에서 아장아장 걷고 있다.

주민들은 이 모습을 보면서 너무 좋아한다. 손주 보듯 미꾸라지 한 마리라도 더 잡기를 응원하면서 논에 붙박이로 사는 백로와 왜가리를 장대로 쫓아내면서 애정을 쏟아내고 있다. 그 모습이 천사이다. 어쩌면 따오기 한 마리와 주민들의 함박웃음이 우포늪의 미래인 야생동물공원을 만드는 힘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에 미래세대를 위해 노인들이 함께하는 지구적 행동이 되겠다. 기후변화 교육 필요성에 공감하는 흐름이 국제사회로 퍼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정규 교과 과정에 편성하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환경 교육을 헌법 조항에까지 포함시켰다. 이상 고온 현상과 가뭄, 홍수·산불 등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칼럼에서 도지사 후보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을 선거 공약으로 도민들에게 제시하고 그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가기를 원했다. 아쉽게도 필자가 기대했던 경남지역의 훌륭한 자연자산인 낙동강과 남해안 등의 습지와 야생동식물들을 바탕으로 한 생물다양성 증진과 그 실천 방안으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사회로 나아가는데 공약이 부족하여 아쉬움이 많았다. 이미 경상남도처럼 람사르협약총회를 함께 개최한 호주는 습지의 맹그로브 같은 야생식물이 탄소중립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준비하면서 미래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환경칼럼에서는 미래세대를 위한 학교현장에서 기후위기 대응 교육은 어떻게 제시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경남교육감 후보에게도 제안하고자 한다. 사실 그동안 경상남도가 2008년 람사르협약총회를 창원에서 개최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습지보전과 현명한 이용에서 선진적 지자체였다. 그러나 홍지사 재임 기간 동안에는 환경시계가 일시적으로 멈춘 시기였다. 반면에 2008년 10차 람사르총회 창원개최를 계기로 경남교육청은 우포생태교육원을 설립하여 습지교육을 학교, 지역사회,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지금도 국내외 습지교육을 선도할 만큼 발전하였다.

‘논습지결의안’과 ‘청소년을 위한 습지교육결의안’은 우포늪 미래자산이다

실제로 2005년을 전후하여 경상남도와 창원시, 민간환경단체 등이 주도하여 지구적 환경과제를 해결하는데 낙동강과 지리산, 남해안 습지들을 활용하여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다. 특히 ‘논습지결의안’을 국제회의에서 통과시키고, 경상남도 람사르환경재단까지 만들어 지구적 과제를 해결할 장치를 잘 만들었다. 일정기간 도청 내 조직으로 습지 계를 만들어 습지총량제와 습지보전실천계획을 수립하였지만, 습지 계와 국제기구인 동아시아람사르센터까지 폐지하거나 다른 지자체로 넘겨버렸다. 민간 활동가의 입장에서는 공적조직에서 이렇게 지속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한다면 도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새로운 도지사가 부임하면 경상남도의 습지정책에 대한 원상회복과 람사르총회 때 설계했던 미래계획을 민관이 협력하여 2008년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지방선거가 끝나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한 정책과 교육, 홍보 등 다양한 부분에서 경상남도와 경남교육청이 주체가 되어 기업을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의 원탁토론의 자리를 마련하기를 권고한다. 낙동강 배후 습지복원과 우포늪, 주남저수지, 화포천 습지 등을 묶어 낙동강습지벨트로 정부와 경상남도에 제안하여 현재 용역이 추진 중인 과제를 포함하여 학교와 도민들이 평생교육 차원에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함께 해야 할 때다. 마침 올해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제14차 람사르협약총회에서 경남교육청 우포생태교육원이 2018년 두바이 총회에서 제안한 청소년을 위한 습지생태교육 결의안을 170개국 나라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제주교육청 등 11개 연대 기관과 3년 동안 준비하여 우리 정부가 개최국인 중국과 공동으로 14차 람사르협약총회에서 제안할 예정이다. 이렇게 지역 교육청이 국제협약에 명시할 습지환경교육을 정부 수준에서 국제회의를 통해 결의안 통과를 추진하는 경우는 세계 최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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