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지봉유설에서 이수광은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떨쳐 일어선 장군들 중에 유독 이순신과 곽재우의 공이 제일”이라고 했다. 곽재우는 관직을 주면서도 귀 기울이지 않는 왕에게 “전하는 신의 말을 쓰지 않으면서 신의 몸만 이용하려 한다(殿下不用臣言 而欲用臣身者). 이는 신을 관직으로 묶어 다른 여러 신하처럼 부리기만 하려는 것이다. 전하는 여러 신하를 개와 말처럼 여긴다(殿下視群臣如犬馬). 그런데도 신까지 그 가운데로 몰아넣으려고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자신은 개와 말이 될 수 없다고 관직을 거부하면서, “삼가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다시는 신을 부르지 마시옵소서(伏願殿下勿復召臣焉)”라고 선언했다고 전한다. 오늘날에도 경계인으로서 벼슬아치들과 국록을 먹는 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역사의 강에서 의령과 창녕, 함안 등이 연대하여 새로운 임진왜란사를 써야한다

50년 지기 벗들과 김해 대동면 낙동강 변 꽃축제 장에서 모임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망우정(창암정) 마루에 앉아 1952년 임진왜란을 생각한다. 망우정은 곽재우 의병장이 임진, 정유재란을 끝내고 태어나서 자랐던 의령 땅을 버리고 말년에 은거하다 쓸쓸히 생을 마감한 곳이다. 곽재우는 영암에서 귀양살이를 마치고 1602년 경남 창녕군 도천면 우강리 낙동강을 바라보는 자그마한 언덕 위에 기와집을 짓고 망우정이라 이름 지었다. 이때부터 자신의 호를 망우당이라 하고 세상과 절연한 채 낚시로 세월을 낚으며 신선처럼 살았다고 전한다. 강바람에 흔들리는 황혼 물결을 바라보며 지난 임진년 창의하여 화왕산성에서 정유재란을 승리로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벼슬길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나라의 정세가 어지러운 가운데 임지에서 수군보다 육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소를 올렸지만 그 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조정에 반발하여 벼슬을 그만두었다. “중국 고대의 사상가 순자(荀子)는 <의병(議兵)>에서 ‘삼지(三止)’, 즉 ‘장수가 지켜야 할 세 가지 지극한 것’을 말했다.” 임금의 명령을 위반해 장수 자신이 죽임을 당할지라도 “장졸들을 위태로운 곳으로 몰아넣지 말라(不可使處不完), 이길 수 없는 적을 공격하지 말라(不可使擊不勝), 백성을 속이지 말라(不可使欺百姓)”는 것이다. 이 원칙은 이순신이 1597년 초 부산포 진격 명령을 거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곽재우가 예측한 대로 진주성은 결국 함락됐고, 이순신과 달리 조정의 불합리한 명령을 실행한 원균의 조선 수군도 전멸 당했다. 곽재우가 48세에 경상좌도 병사에 부임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장계를 올려 도산성을 수리할 것을 간청하고 성을 수비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조정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사직서를 내고 낙향했다. 그로 인해 ‘임금을 업신여긴다’는 탄핵을 당해 곧바로 전라도 영암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1년 후 귀양에서 풀려난 뒤부터는 현풍(玄風)의 비슬산(琵瑟山)에 들어가 곡식을 끊고 솔잎을 먹으며 신선(神仙)처럼 살았다.“( 박종평 역사비평가, 이순신 연구가) 곽재우는 일찍이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답안지의 내용이 선조의 미움을 사 합격이 취소되는 불운을 겪은 이후 출사의 뜻을 접고 야인으로 살았다. 그러나 임진전쟁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의병을 일으켜 왜적을 물리치는데 앞장선 것이다. 그 공으로 무려 스물아홉 차례에 걸쳐 벼슬을 제수 받는다. 이중 열네 번은 고사하고 열다섯 번은 출사하였으나 이마저도 뜻이 맞지 않으면 사직하고 노년에는 망우정에 몸을 숨기고 살아냈다. 간곡한 광해군의 청을 못 이겨 두어 번 임지로 나갔으나 곧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말년에는 강 건너 임진왜란을 함께 치른 조방 의병장과 벗하며 낙동강 황혼을 따라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래서 낙동강은 뛰어난 자연과 역사가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강이다.

낙동강에서 보물을 찾아야 한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에서 발원하여 영남지방의 중앙저지를 통해 남해로 흘러드는 강이다. 본류의 길이는 525.15㎞로, 남한에서는 제일 긴 강이며 북한을 포함하면 압록강 다음으로 길다. 총유역면적은 2만 3860㎢로 남한 면적의 4분의 1, 영남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한다. 낙동이란 명칭은 가락의 동쪽이라는 데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가야와 신라 천년 동안의 민족의 애환과 정서가 서려 있고, 임진왜란과 6·25전쟁의 비극을 간직하고 있는 강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낙동강 하구에서 안동까지 160Km는 유로 경사가 완만하여 과거에는 안동까지 배가 올라갈 수 있어서, 낙동강은 영남지방의 내륙 수로 교통의 동맥이 되었다. 그 지형적 특징으로 근대화와 산업화의 동맥으로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글쓴이가 주목하는 것은 삶터로 살아왔던 영남지역은 낙동강이 경상남도에 접어들면서 황강(黃江, 116.9㎞)과 남강(南江, 193.7㎞)을 합한 뒤 동류하다가, 삼랑진 부근에서 밀양강(密陽江, 101.0㎞)을 합친 뒤 남쪽으로 유로를 전환하여 부산광역시 서쪽에서 바다와 합류하는 곳이다. 낙동강 하구에 기수역이 사라지며 재첩·장어실종, 동양최대 철새도래지 명성도 잃어버린 낙동강 하구둑이 시험 개방되면서, 정부, 매월 대조기 바닷물 유입해 연중 자연 상태 가까운 기수역 조성에 나서면서, 향후 염분 피해 모니터링 등 농업 및 각종 용수 문제는 상시 확인에 들어간다. 1987년 건설된 낙동강 하굿둑이 35년 만에 수시 개방돼 생태계 회복의 신호탄을 쐈다. 낙동강 하구 일대 공단 개발과 식량 생산지인 김해평야 보호 등을 위해 인위적으로 막았던 물의 흐름을 자연 상태로 되돌리고 생태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다. 강물과 바닷물의 단절로 사라진 생물자원의 보고 낙동강 '기수역(汽水域)'을 매월 바닷물 조차가 가장 클 때(대조기) 하굿둑 수문을 열어 바닷물이 강으로 들어오게 함으로써 연중 자연 상태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게 이번 조치의 핵심이다. 하굿둑 상시 개방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농업 분야와 각종 용수 문제 등은 향후 면밀하게 지켜봐야 하는 것은 남은 숙제다.

2005년도에 쓴 글을 다시 소환하여 기록한다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이날 우리 정부도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주관하여 행사를 개최한다. 마침 행사는 우포늪이 소재한 창녕 부곡에서 열린다. 그 동안 정부 행사는 수도권에서 열렸지만,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경남도가 주관하여 행사를 치르는 것이다. 이것은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이라는 정책기조와도 맞아떨어지지만, 무엇보다 경남도와 습지학회, 환경단체들이 힘을 모아 정부 행사를 지역에서 개최하도록 오랫동안 준비한 끝의 결실이다. 올해는 제 9차 국제습지총회인 람사회의가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열리고, 이 자리에서 2008년 람사회의 개최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현재 루마니아와 중국 등이 정식으로 개최의사를 람사 사무국에 밝힌 상태이고, 경남도는 환경부에 경남에서 국제회의가 열리도록 요청하였다. 환경단체가 경상남도에서 람사총회가 개최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낙동강유역의 자연유산인 우포늪을 비롯한 많은 습지들이 보전되고, 지역주민들에게는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자원으로 이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습지를 이용한 오폐수 처리와 홍수예방, 생태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하는 것은 보편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최근 건설교통부의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안에도 습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 내용 중에는 홍수방지를 위해 낙동강 유역에 총 20개의 홍수터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동안 제방과 하천 직강화 등 토목공사 일변도의 치수정책에서 벗어나 강 유역의 원형, 즉 습지를 활용하여 치수정책을 근본적으로 제고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환경부도 낙동강 하구 등 세계적으로 중요한 한국의 습지보전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GEF지구환경금융）가 212만 달러를 지원하고 한국정부가 436만 달러를 부담하여 국내에 산재한 습지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환경부에 별도의 전담 사업관리단을 설치, 5년간에 걸쳐 추진한다. 이렇게 국내외에서 습지활용을 놓고 많은 예산과 정책을 투입하며 지혜를 모으고 있다. 이때 민간단체는 이러한 습지의 복원과 현명한 이용과정에 주민참여의 중요성을 생각하면서 정부 당국에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정부는 2005년 제안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기대한다.

첫째, 오랫동안 농경지와 주택지로 활용하기 위하여 습지가 줄어들면서 홍수피해가 늘어났다. 이제는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상습침수지역을 포함한 과거 습지였던 농경지를 매입하여 생물서식처와 홍수 방어용 터로 이용하고, 홍수기가 아닐 때에는 친환경적인 농산물을 재배하여 지역주민들이 판매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덧붙여 야생동식물 서식지로 가꾸어 생태계서비스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주민소득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어업행위에 대한 적정한 주민교육과 관리 계획을 통한 생산, 유통 및 판매까지 행정의 주민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어업 행위와 다양한 토종 물고기 어획증가 대책을 마련하여 어업문화유산과 어민소득증대까지 나비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셋째, 습지는 절종된 생물과 멸종위기종의 복원대상지역이다. 이를테면 황새, 따오기 등의 야생동물을 복원하여 텃새화함으로써 종 보존과 생태자원으로 활용하면서 주민들이 참여하여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덧붙여 유용한 생물자원을 마을 주변 대체습지에서 육종하여 주민소득 증대와 주민들이 관리하는 대체습지는 우포늪의 생물자원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생태관광객 안내와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한다. 마을 안에서는 우포늪과 주변에서 재료를 구하는 전통음식 제공과 우포늪과 연관된 상품을 판매하여 우포늪 보전과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연계하도록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거 쓰레기 매립장을 비롯한 환경파괴 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후, 그 장소에 교육적 기능을 가진 은폐관찰소 등을 세우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주민, 환경단체, 행정이 공동운영하는 주민교육, 청소년교육, 해설가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보전지역 야간 감시 등 모니터링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공동체가 힘을 모아 낙동강가의 모래톱과 습지, 강과 해안변의 숲을 가꾸고 복원하는 일로 미리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비사벌뉴스  bsb2718@hanmail.net

<저작권자 © 비사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