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인성인문학교육연구소장 이 명 선

항공기 사고를 조사한 통계를 보면 부조종사가 조종타를 쥐었을 때보다 기장이 조종타를 잡았을 때 추락 사고가 훨씬 많이 발생한다. 충격적인 보고다. 상식적으로 기장은 부기장보다 경험도 많고 노련하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부조종사가 조종타를 잡고 있을 때는 상사인 기장이 부조종사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감히 기장의 판단에 다른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 경험 많은 상사인 기장에게 하급자인 부기장이 솔직히 말하기에는 심리적인 압박감과 저항감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 결과 참혹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은 높아진다.

‘상사에게 반론 할 때 느끼는 심리적 저항 강도’를 권력거리지수(PDI, Power Distance Index)라고 부른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권위적이고 억압적이며, 낮을수록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다. 각국의 통계를 보면 미국이 권력거리지수가 가장 낮다. 미국이 왜 강한 나라인지 알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다. 거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는 북한과 같은 폐쇄적인 나라들일 것이다. 이것 역시 그들 나라들이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최악의 나라임을 보여주는 이유다. 조직을 민주적이고 개방적으로 이끌려면 ’권력거리지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권력이 가장 효율적이고 영향력 있을 때는 그것이 조직에 스며들 때다.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이점을 유의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권력은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행사되는 권력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나눌 수 없는 것이 권력이다. 그러나 반드시 나눠야 할 것 역시 권력이다.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권력의 속성은 집중에 있다. 퇴행적인 권력의 방향은 언제나 중심으로 향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오늘의 시대는 지금까지의 방향과는 다르게 권력이 행사될 것을 요구한다. 우리시대의 탁월한 지성인 재레드 다이아몬드(J. Diamond)는 역사의 새벽을 제일 먼저 알린 문명선진국이었던 중국이 자신과 비교도 안 되었던 유럽에 뒤처진 이유를 중국의 ‘중앙집권적 권력이 오랫동안 지속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쇠퇴는 거대한 대륙이 권위적인 단 하나의 목소리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인류 최초로 나침판을 만들어 인류에게 바다의 길과 방향을 알려주던 항해강국이었다. 그러나 조선소를 폐쇄하라는 황제의 말 한마디에 중국전역의 조선소는 하루아침에 없어졌다. 배를 만드는 기술과 기술자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복원하려했을 땐, 이미 경기에서 꼴찌가 되어있었다.

간곡히 당부한다. 옛날 중국의 상황이 창녕에서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 리더는 권력을 합리적으로 분산해야 한다. 다양한 목소리가 숨 쉴 수 있도록 권한을 과감히 나누기를 바란다. 이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다음의 말을 깊게 음미해 보라. “누군가의 사람됨을 시험해보고 싶으면 그에게 권력을 쥐어줘라.” 링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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