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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어느 시각장애인이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작품 전시회를 했는데 기자가 ‘하필이면 왜 미술과에 갔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화가는 ’그림은 마음의 눈으로 그리는 것 아닌가요?‘ 라고 그 기자에게 되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시는 어떤 오브제를 노래해도 결국은 그 오브제를 통해 자기를 노래하는 것이고 그것은 자화상을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아직도 못 다 새긴 자화상이 있어서

잦아가는 육신에 기름을 붓고

밤마다 나를 테워서

더듬더듬 너를 그린다.....................(시작詩作) 전문

저는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시조를 열정적으로 쓰고 있는 것은 이 땅에 부르고 싶은 저의 노래가 남아 있어서 입니다. 아울러 이 작업은 제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제 자화상을 그리는 일입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고향 노래를 하지 않고 문명의 오만에 대하여,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하여, 또는 우리 사회의 그늘을 예의 주시하여 노래함으로써 현대시조의 사명을 다 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 노력 또한 저를 증명하는 일이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바로 제 자신에 대하여, 또는 가족에 대하여, 저의 고향 산천에 대하여 노래해 온 것을 보면 수구초심의 본성을 피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향을 노래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원적인 자신을 노래하는 것이고 그러한 자화상의 성공이 바로 제 예술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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