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고전적 정의는 ‘나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관철시키는 힘’이다. 즉 나의 의지가 타인의 행동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힘이 바로 권력이다. 권력은 폭력과 다르다. 폭력 역시 일시적으로는 자신의 의지가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억압과 강제가 수반된다. 그러나 권력은 그것이 합리적으로 취득한 것이라면, 강요가 전혀 없어도 구성원의 자발적 충성과 복종을 유발하는 권위를 갖는다. 중요한 것은 권력은 자유와 대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정상적인 권력은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사회는 권력과 폭력의 경계가 모호하다. 권력을 잡은 자의 사고가 마치 조직폭력배의 사고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가장 후진적이고 야만적인 권력형태다.

권력 역시 자기 변신을 한다. 권력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된다는 뜻이다. 가장 진화되고 인간화된 권력은 ‘소통으로서의 권력’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에 의해 제안된 컴뮤니케이션으로서의 권력은 이제까지의 권력모델 중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소통으로서의 권력은 권력을 행사할수록 자신과 타자 양쪽의 자유를 증가시킨다. 즉 소통이 강화될수록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갖는 권력과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갖는 권력은 동시에 증가한다. 함께 성장하는 권력구조다. 권력이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밑의 사람도 위의 사람에게 권력행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확보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소통으로서의 권력, 즉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이며 인간화된 권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행사는 말처럼 쉽지 않다. 권력자의 권력이해는 그의 공부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지방정치인은 마치 나체로 거울 앞에 선 것 사람과 같다. 일분만 필름을 돌려도 그의 히스토리가 어린 시절부터 한 올도 남김없이 다 드러난다. 심지어 그의 부모와 조부모의 역사까지도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그러니 과거가 뒤숭숭한 리더는 언제나 등 뒤가 개운치 않다. 사람들은 앞에서는 머리를 숙여도 그가 돌아서면 그의 등 뒤에 마치 가래침을 뱉듯이 뱉어댄다. “촌놈이 완장을 차니 꼴깝을 떤다” “너의 과거를 모르는 사람 있냐” 등등. 시기인지 저주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나는 수 십 년 동안 그 말을 듣고 또 들었다.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창녕에 살면서도, 군수나 지방의원들에게 진심으로 예를 갖추는 이들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모든 것을 민초들의 일방적인 시기심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것은 분명 아니다.

존경이라는 뜻인 영어 리스펙트respect는 ‘다시 보다’라는 어원을 갖고 있다. 다시 볼만하고,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람향기 그윽한 사람이어야 다시 보고 싶다. 유감스럽게도 창녕 살이 삼십년 동안 나는 ‘다시 보고 싶은’ 리더를 본 적이 없다. 리더가 목에 깁스를 했기 때문이다. 리더의 목에 힘이 들어갔다면, 그것은 이미 그의 권력이 파산했다는 증거다. 힘이 들어간 권력일수록 가장 허약한 권력이다. 리더가 부실하면 자연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진정한 권력은 소통으로서의 권력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다른 사람들의 욕구와 요구에 응답하는 권력을 ‘스마트 파워smart power’라고 한다. 우리는 스마트 파워를 가진 리더를 기대한다. 과연 그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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