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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노래 혹은 자화상에 대하여이우걸 시인, 전 밀양시교육장
비사벌뉴스 | 승인 2022.03.10 08:38

우리가 어릴 때는 부곡에 온천이 없었을 뿐 아니라 농경지가 좁아 가난하고 교통이 불편한 오지였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서 제대 했을 때 까지 그랬습니다. 그런 곳에 어느 날 온천이 발견되어 부곡은 관광지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변화까지 따뜻하게 바라보며 내 고향의 자원을 자랑하고 싶었고 그래서 이 작품을 쓰게 된 것입니다. 관광지가 가진 그림자를 볼 수도 있었겠지만 고향 발전을 기대하고 기원하는 애향심이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나를 내려줄 눈 익은 정거장 있다

아직도 나를 기다릴 눈 익은 사람들 있다

아직도 쓰다 두고 온 눈 익은 수저 있다

 

봄 오면 걷곤 했던 아지랑이 들길 있다

그 들길 끝에 가서 누님 같은 강물 보고

집으로 되돌아올 때 웃어주던 덕암산 있다..............................(.향리) 전문

이 작품에는 ‘부곡리에서’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습니다. 고향의 풍경을 적극적으로 담고 싶었고 그래서 시적 묘미는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부곡온천에서 사창리 앞으로 쭉 걸아가면 낙동강을 만납니다, 낙동강은 자주 범람해서 수해를 입히지만 그 근처의 모래는 농사가 잘 되는 비옥한 토양이 되기도 했고 우리는 그 모래사장에 소풍을 가서 여러 놀이를 하며 놀던 어린 날의 추억이 깃든 곳입니다. 더구나 저는 부곡중학교를 다녀서 낙동강을 보며 자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편 같은 봄 햇살에 실눈을 떠 보면

배급 우유 억지로 먹고 토해내던 개울가엔

아직도 말 수가 적던

내 짝지의 신발이 있다

 

바람은 자주 나뭇가질 흔들고

나뭇가지가 가리키던 끝없는 하늘 길로

수만 번 새겼던 희망

돌팔매로 날리던 그곳.............................................................(모교) 전문

시집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에 실린 작품으로 ‘부곡초등학교’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습니다. 이 개울물에는 때를 씻곤 했던, 신발을 빠뜨리고 울곤 했던, 넘어져 얼굴에 흉터를 내어서 원망스러웠던 어릴 때의 여러 추억들이 어려 있습니다. 초등학교만큼 우리들의 꿈을 자라게 하는 아름다운 곳이 있겠습니까, 추억 속에서는 넓디넓은 모교의 운동장을 어느 날 직접 가보니 너무나 좁았습니다. 그때 우린 우리들의 눈으로는 그랬던 것이겠지요.

시인 박서영이 탐내던 작은 집들

노을을 받으면 난초처럼 귀를 열고

앞 강물 뒷산의 말씀 다 들으며 서 있다

 

내 친구 규식이가 야간학교 진학하려다

끝 내 마련 못한 입학금 같은 가난을

아직도 베개해 살며

미소 짓는 사람들의,........................................................................(노리) 전문

‘노리’는 낙동강 가에 있는 동네 이름입니다. 강변으로 풍경이 좋아서 지금은 외지인들이 많이 와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을 자주 오고 제삿날 고향 갈 때 반드시 거쳐 가려고 노력합니다. 그 풍경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을이 비치는 강물을 바라보면 마치 그 강물이 내 마음을 비춰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엔 이곳의 황홀하고 복잡한 감정에 젖어 저무는 주황색 하늘을 바라보며 자주 울먹거리곤 했습니다. 여기 규식이와 시인 박서영은 실명입니다. 보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햇살 들다 만 고요의 수렁이라도

늪에는 범할 수 없는 초록의 혼이 있다

우포는 수십만 평의 그 혼의 영토다

새가 와서 노래를 낳고

풀씨가 꽃을 피우고

깨어져 혼자 떠돌던 종소리도 쉬다 가지만

생명의 여인숙 같은

이곳엔 거절이 없다

 

편한 대로 닿아서

스스로 생을 가꾸는

배려와 위안의 따뜻한 나라여

늪에는 범할 수 없는 초록의 혼이 있다...................(늪) 전문

이 작품은 우리 창녕의 자랑 우포를 노래한 것입니다. 일억 사천만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을 대표하는 늪입니다. 이곳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나 문학관을 세운 뒤부터 수많은 동, 식물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이곳을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KBS 창사특집으로 방송된 ‘초록의 영토 우포늪’ 마무리 부분에 낭송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생명의 자유를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우포의 모습을 가식 없이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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