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인성인문학교육연구소장 이명선

세상은 두 개의 강으로 갈라져 있다. 두 개의 강은 언제든 평행으로 흘러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의 모든 비극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영원한 대립의 구도는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나눈다. ‘우리’와 ‘그들’로 구분하는 극한 대립의 세계관을 정치학에서는 ‘마니교의 정치학’이라고 부른다. 고대 근동의 종교인 마니교는 세상이 서로 대립하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 두 진영 사이의 전투, 즉 빛과 어둠 사이의 싸움이 세계사를 규정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우리는 빛’이고 ‘그들은 어둠’이 된다. 불행히도 ‘우리 대 그들’이라는 마니교의 대결 도식은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대결 모델로 존재해 왔고 지금도 역시 건재하다. 대선을 앞 둔 우리 사회는 모두들 마니교의 망령에 휩싸여 있다. 선거가 끝나도 서로 다른 두 개의 강은 함께 흐르지 못할 것이며, 양 쪽 강가의 사람들 역시 여전히 ‘우리’와 ‘그들’로 나뉘어져 있을 것이다.

지방정치 역시 이러한 대결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지역 공동체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대립 외에 세대 간의 갈등,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한 문화적 충돌 등이 더해져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두 개의 강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생태와 성장 역시 그 어떠한 것 보다 첨예한 대립의 강들이다. 생태(生態)는 보존에 방점이 있고 경제성장(經濟成長)은 개발을 강조할 수밖에 없으니 서로 상생하고 화해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탐욕적 성장을 멈추는 제로성장을 실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건너 편 쪽에서는 성장하지 못하면 실업율의 상승으로 인해 가정은 물론 국가 차원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맞고 다른 하나는 틀린 주장이 아니다. 둘 다 나름 의미 있는 목소리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창녕은 우포늪을 품고 있는 생태도시이기도 하지만, 역동하는 산업도시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 군정을 책임진 군수들은 나름의 전문성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전문성은 ‘무지’의 또 다른 말이기도 하다. 망치를 손에 쥔 사람은 보이는 것 모두가 못으로 보이듯이, 전문성으로 무장된 사람들은 자신의 전문성으로 다양한 색깔의 세상을 이해하고 처방하려 한다. 그 결과 리더의 전문성이 심화되면 될수록 조직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전문성의 강조는 총체적 시야를 가리기 마련이다. 리더의 덕목은 전문성이 아니라, 두 개의 강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조율과 통합의 지도력이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대결, 세대 간의 이해관계, 다문화 시대의 문화적 갈등, 생태와 경제성장처럼 갈라진 두 갈래의 강들은 특정한 전문성만으로는 이해할 수도 없고 치유할 수도 없다. 통합과 조율, 즉 두 개의 강에 다리를 놓는 어려운 작업은 전문화된 행정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과는 다른 또 다른 차원의 역량이 요구된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적 상상력이다. 총체적 시각과 비전은 개별화된 전문성이 아닌 인문학적 상상력에서 나온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은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전체를 볼 수 있는 훈련과 공부로 단련된 리더가 아니면 해결하기 불가능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사회가 분화될수록 한 쪽을 풀면 다른 한쪽이 꼬이는 복잡한 일들이 많아진다. 간절히 소망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산적해 있는 풀기 힘든 과제들을 상처 없이 풀어낼 수 있는 리더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지금의 창녕은 어느 때보다도 그러한 리더가 더욱 간절하다. 돌이켜보면 불행히도 내 가슴 속의 영원한 고향 창녕에는 지금까지 그런 리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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