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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노래 혹은 자화상에 대하여이우걸 시인, 전 밀양시교육장
비사벌뉴스 | 승인 2022.02.20 20:12

오늘 밤 그분은

두자미를 만나서

흰 배를 저으며 부곡리로 돌아오고

빈산에 매어두었던

달빛을 풀어놓았다

달빛은 오랜만에 피리 소릴 내더니

그 분이 아끼시던 살결 같은 한지 위에

눈 익은 초서가 되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밤 그대 지켜 선

하염없는 촛불이여

돌아온 흰 배는

다시 흰 배로 돌아가고

남겨둔 묘비명 위엔 어둠이 묻어있다........................(제삿날) 전문

‘제일(祭日)’이란 시조입니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작품입니다. 살아오면서 아버지에 대한 시조를 별로 많이 쓰질 못했습니다. 가난한 선비, 농삿일에 익숙치 못하셔서 어머니와 형님들이 가정 경제를 이끌어 오시게 한 분이지만 행신이 반듯하셨고 인자했습니다. 늘 글을 읽고 시를 쓰시는 분이셨습니다. 글을 좋아하는 그 피를 제가 받은 것 같습니다. 제삿날이 되면 아버지는 이렇게 왔다 가실 것 같아서 그 상상의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아직도 저는 아버지의 사진을 모시고 있습니다. 어느 출판사에서 아버지에 관한 산문과 아버지 사진을 요구해서 큰집에서 갖고 온 것입니다. 가끔 그 사진 앞에서 인사를 드리지만 아버지께 저는 정말 해드린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저가 대학을 가고 월급을 받아 고향 땅을 살 때 너무나 좋아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한 효도라면 효도 일 뿐입니다.

산 하나 초록으로 지켜선 고향 마을에

섬처럼 농삿일 하며 형님이 살고 계신다

달빛도 벗하여 앉히는

평상은 그의 장원...

자궁암 앓는 형수님

폐선처럼 그늘져 있고

맏이 딸 외지 동생

가뭇 소식 없어도

세상사 구름 보내듯

웃음 섞어 보내시며 ...............................(형님) 전문

큰 형님을 생각하며 쓴 작품입니다. 큰 형님은 우리 집안의 모든 수난을 다 짊어지고 살아오신 분입니다. 일제 치하 초등학교에 다니셨고 6;25 사변에 직접 참가하셨고 급변했던 한국사의 현장에서 우리 가족의 생계와 교육 보건 등 모든 일들을 해결하며 살아오신 저가 가장 존경하는 분입니다. 이 작품을 쓸 당시 형수님은 암을 앓고 계셨습니다. 지금 형님은 계시지만 형수님은 타계하셨습니다. 이 작품은 상상력으로 쓴 글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현실을 모사한 가장 현실에 가까운 그림입니다.

반쯤은 젖어 있는 어제들이 여기 있다

망각하면 더 편안한 불행의 여러 이름들

그러나 지울 수 없는 바퀴 자국이 선명하다

생은 길모퉁이의 행상처럼 고달팠다

땀내 나는 얼굴들을 하나 둘 들여다보면

그 상처 나누어 가졌던 지혜도 스며있다 .................(가족사진) 전문

저의 유년 기억은 ‘가족’ 하면 이렇게 회색빛으로 채색되어 있습니다. 못 먹고 못 입고 못해본 많은 이름의 결핍들과 불안이 늘 생활 주변을 그늘지게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세대들은 2세들에게 잘 해주려고 노력했고 국가가 부강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한국의 경제발전에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의 고향 시들은 사람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부터는 지명이나 장소에 관한 작품들을 몇 편 선보일까 합니다.

여기 하늘이 내린

은혜로운 물이 있다

육신을 씻으면 마음 먼저 맑아지고

마음을 먼저 씻으면 육신 함께 더워오는

 

뒤에는 덕암산 앞에는 낙동강

배산임수 구도 속으로 영험의 수맥이 흘러

이 고장 어진 사람들

목숨처럼

가꾸며 산다..........................................................(부곡온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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