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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의 모든 존재는 생성과정이다글, 사진 이인식위원
비사벌뉴스 | 승인 2021.10.15 11:18

나는 우포늪에 들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자연을 느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신묘함에 몰입하는 시간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느낌걸음을 걸으면서 자연의 소리와 풀 향기를 통해 나의 오감이 작동하는 순간순간이 행복이다. 물고기가 뛰어오르고, 딱따구리들이 늙은 나무들을 쪼아 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이 생명평화이다. 늪이라는 어머니 품에서 다양한 생명들의 생성과 삶의 과정을 훔쳐보는 시간이 나의 삶의 활력이고, “모든 존재는 생성과정이다”라는 앎을 깨닫는 순간이 새로운 만물에 대한 사랑(자비)로 진화하는 기쁨이기도하다. 최근 도올 김용옥이 ‘생명의 본질’을 수운의 동학사상에서 찾아내어 서양의 유일신 사상은 폭력적으로 규정한다. “모든 존재는 생성과정이다”라는 화두를 풀어내며 수운을 통해 자연에 스스로 그러한 곳으로 돌아가자는 노자의 사상을 관통하는 21세기 동학혁명 사상의 길을 제시한다. 동학혁명 사상도 고조선에서부터 도도히 내려온 생명평화 세상의 흐름이다. 고조선은 신화의 세상이기도 하지만 그 신화의 본질은 환웅이 땅에 내려오면서 홍익인간 세상으로 옆으로 넓게 펼쳐지는 사회이다. 평화민족의 질서를 이루는 한 예로 소토 같은 공간으로 신화의 세계는 폭력적인 야만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디언의 추장은 권력자가 아니라 부족의 조정자로 늘 가난한 자였다. 추장은 리더가 아니라 조정자로 춤과 노래도 잘하고 말로 설득하는 부족의 재판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추장은 이른 아침 정령으로 태양을 맞이하는 제식자이고 가난한자로서 전쟁의 지도자와는 다르다. 인간은 오랫동안 신화의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런 세상에서는 특정한 이념이 유일신으로 살아나 전쟁을 일상으로 몰아가고, 오늘날 자본이 유일신이 되어 세계지배를 주도하는 행태와 같은 것이다. 수운은 이러한 서양의 유일신으로 인간의 삶을 몰아가는 서양 제국주의 행태를 간파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최근 도올은 수운의 동학혁명 사상에서 새로운 세상의 길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60강까지 들으면서 자연 안에서 홍익인간으로 더 잘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우포초록마을에서 추장이 되어 자연과 인간의 생명평화 공동체를 구현하는데 일조해야겠다는 꿈도 꾸어본다.

우포늪가에 사는 민초들

겨울철새 선발대인 쇠오리 등 물오리 200여 마리가 반갑다. 목포늪 미루나무에 6마리 따오기가 머물다가 잠자리는 또 다른 곳으로 찾아갔다. 우포늪 근처에서 살면서 새를 좋아하여 수리부엉이 둥지를 찾아다니고, 고라니도 키우면서 어린시절을 보낸 팔십중반 어르신과 걷는다. 한번은 동네 개구장이들이 수리부엉이 새끼 두 마리 입에 모래를 잔뜩 넣어 두었단다. 그것도 모르고 혼자 새끼보러 갔다가 갑자기 수리부엉이 어미가 등짝을 공격하여 깜짝 놀라 집으로 왔는데, 날카로운 발톱에 찍힌 흔적과 피가 옷에 묻어나와 혼났던 기억을 되뇌인다. 둔터 사는 친구가 매를 가져와서 길렀는데 부산에서 새키우는 사람이 매를 사러와서 제법 비싼 값을 받았단다. 1년 뒤, 매거래는 불법이라는 경찰의 전화를 받고는 관상조류로 평생을 새키우기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여우와 늑대를 보며 살았던 옛이야기를 들으며 마을 사람들이 기러기류, 오리류를 잡아 단백질을 채우던 시절을 회고 하면서 지금도 틈만 나면 우포를 걸으면서 야생의 새들을 관찰하며 즐겁게 사신단다. 어르신 생각으로는 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없다고 한다. 개구장이 시절 마을 곳곳에 새둥지 찾아 놀이하던 때가 그리운 듯하다.

창녕사람 신돈스님

역사 속에서 창녕과 관련된 큰 인물로 두 사람이 거론된다. 고려 말 공민왕의 권한대행으로 토지개혁과 노비해방을 주장한 신돈스님과 창녕 조씨로 영남의 선비로 추앙받는 남명 조식선생이다. 신돈에 관해서는 지금도 호불호가 갈리지만, 남명 조식에 대해서는 날이 갈수록 역사 속에서 재조명이 되고, 퇴계 이황과 더불어 영남을 대표하는 선비다. 화왕산을 거쳐 관룡사 용선대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 바라보면서, 옥천사에서 태어나 한 시대를 전민변정도감(토지개혁)과 노비해방이라는 화두를 풀어 백성들로부터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던 신돈선사를 생각한다. 한편 5년 동안 왕권을 대리한 개혁정치는 옮았으나, 권력무상이라고 소위 성추문 사건에 휘말리며 기득권의 반격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도 흙탕물 속 미꾸라지 꼴이 되었다. 불자이면서 주자학을 받아들여 정몽주, 정도전 같은 인물을 발탁하여 고려 말 혼탁한 사회를 개혁할 인물로 추앙받았지만, 당시 새로운 권력으로 대두되던 이성계와 정도전, 조준 등이 조선을 설계하면서 역사 속에 사라졌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은 권력을 쥔 세력들이 부패하면 백성들에게 외면 받고, 기득권세력의 반격으로 도도한 역사의 흐름도 왜곡되어진다. 지금 이 시대에도 가장 민초들에게 필요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두 가지 조건이면 충분하다. 어떻게 살아왔는가? 민초들이 쌍수 들고 환영할 만한 정책을 가지고 있는가? 교육, 의료, 주택, 기본소득 등으로 평생 국가가 최소한 삶의 질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이제, 진보 보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측은지심과 화이부동 -대동 사회를 세종대왕과 정조 같은 시각에서 동학세상, 촛불혁명 마음으로 나아가기를 소원한다.

백성을 향하는 마음과 행동이 진보이다

공민왕이 수행을 그만두고 세상을 구하라고 요청하자 신돈은 일단 사양했다. 백성을 위해 나라를 개혁한다 해도 왕이 대신들의 모함과 이간질에 흔들리면 ‘도로아미타불’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민왕은 맹세까지 하며 승려 신돈에게 거듭 간청했다. “대사는 나를 구하고 나는 대사를 구할 것이며, 다른 사람의 말에 미혹되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을 부처와 하늘 앞에 맹세하노라.” (고려사 열전) 신돈의 업적은 당시 자연재해와 고리대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전민변정도감(田民辨整都監)을 설치했다. 전민변정도감은 고리대를 갚지 못해 권세가의 노비로 전락한 백성들의 신분을 회복해줬을 뿐 아니라 양반에 의해 불법적으로 점유된 토지를 국가로 귀속시켜 정부의 재정을 확충했다. 불제자인 신돈은 과거제도 역시 개혁했다. 비슷한 학파의 합격자와 시험관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기존 좌주문생(座主門生) 관계를 뜯어고쳤다. 대신 성균관을 중수해 새로운 개혁 세력을 키워냈다. 이때 배출된 신진 학자들이 훗날 조선 건국의 초석을 닦은 정도전과 이에 반대했던 정몽주 이색 하륜 등이다. 한편 신돈이 자신의 입맛대로 권문세족을 요리하자 공민왕은 그를 더욱 신임하게 되었다. 살아있는 부처의 권력은 하늘을 찌를 듯이 성대해졌다. 그러나 신돈은 점점 권력의 맛에 취해갔다. 상벌을 멋대로 행하면서 마음에든 사람들은 벼슬을 주었고 눈 밖에 난 자들은 가차 없이 내쳤다. 그러자 관리들은 특혜를 바라거나 위세를 두려워해 앞 다퉈 재물과 노비를 바쳤다. 무소불위의 권력은 그를 인륜에 눈 먼 괴물로 만들었다. 이러한 업적과 흠결에도 신돈이 가혹하게 요승으로 평가받는 데에는 ‘고려사’를 기록한 조선건국 세력이 고려 말기 역사를 폄하하기 위한 의도로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 왜곡하고 각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그러나 화엄세상을 꿈꾸었던 신돈도 끝내 기득권자들이 칼춤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늪에 살면서 생명들의 생성과 멸하는 과정을 보면서 “가시연꽃이 물속에서 꽃을 피우는 순간은 화엄세상이다.” 한반도에서 사라졌던 따오기를 관찰하는 시간도 홍익인간 세상이고, 추운 겨울 냉이가 뿌리 속 기운으로 꽃을 피우는 순간 또한 민중세상이다. 그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조선 땅에서 인간이 꿈꾸어왔던 동학세상일 것이다. 신돈은 화엄사상의 대가이다. 그리고 민초들 입장에서 정치를 펴고자 했던 인물이다. 후세에 많은 인물들이 기득권세력에 의해 개혁이 실패했지만, 동학혁명과 촛불혁명은 아직도 민중들의 가슴에는 미륵세상을 기다리며 세상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따오기가 노을따라 흐르는 시간

구름 좋은날. 따오기 10마리와 큰기러기 9마리가 같은 시간 아름다운 비행을 한다. 기러기류들을 봄에 떠나보내고 가을에 다시 만나는 일을 6개월 단위로 한다. 음력 추석 대보름 쯤 매년 선발대가 나타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화투장 8월 보름달 안에 기러기 3마리가 날아들 듯이 우포하늘에서 비행한다. 선조들의 기록문화가 이렇게 정확한지 매년 실감한다. 오늘은 따오기도 특별 비행을 했다. 복원센터에서 오후 5시28분에 미루나무로 나와서 5시 31분에 마을 잠자리로 향한다. 마을에서도 잠시 머물다가 목포늪 앞 미루나무에 쉬었다. 이곳에서도 잠시 머물다가 다른 마을로 잠자리를 찾아갔다. 최근 따오기 무리들이 복잡한 비행을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새로운 지도자는 무척 까다로운 녀석인 것 같다. 노을 따라 흐르는 따오기를 맞은편에서 그들을 관찰하는 것에도 민감한 것 같다. 3번이나 진로를 변경하다가 잠자리로 향한다. 따오기무리들이 편안하게 잠자리로 향하는 시간은 하늘과 산. 땅. 물이 하나 되는 생명평화 공간이다. 이 시간에 그들을 움직임을 보며 이 땅에 사라진 따오기가 이곳에서 정착하여 조선반도 전체로 펴져나가기를 바라며 매일 두 손 모으는 사람도 있고, 그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진가도 있다. 따오기가 잠자리로 돌아간 어둠이 내린 시간에는 별을 보며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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