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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은 기후위기 시대에 대안지역이다글, 사진 이인식위원
비사벌뉴스 | 승인 2021.01.23 16:09

영화 타이타닉의 주연 남배우 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가 2014년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이렇게 외친다. “세계 지도자 여러분, 저는 직업을 위해 연기하지만 여러분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인간도 다른 생물처럼 멸종의 길에 이를 것이라는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 팬데믹을 넘어 계속 되는 기후재난 앞에 우리는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지구촌 모두가 합의 된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다.

민준이가 야생동물 먹이 값을 보냈다.

어린 민준이가 “독수리야! 내가 모은 돈으로 고기를 샀으니까, 그거 맛있게 먹고 건강해야해”라고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감동이다. 30년 전 우포늪보전 운동 시작하면서 어려웠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다가, 민준이 말 한마디에 그 고생이 기쁨으로 바뀐다. 그래 고맙다. 억만금보다, 미래 세대들이 야생동물을 생각하는 행동이 너무 고맙다. 아이들이 독수리 먹이 나누는 곳에 따오기 두 마리가 따옥따옥 소리 내며 낮은 날개 짓 한다. 마치 아이들과 가족들이 야생에 먹이를 나누는 모습을 응원하는 것처럼 주변을 맴돌며 따옥따옥 소리를 내고 사라진다. 예쁜 고사리 손들이 독수리 먹이를 작은 비닐봉지에 담아 이곳저곳에 나누어준다. 벌써 하늘에는 파수꾼들이 눈 부릅뜨고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낮은 비행을 한다. 규리네 가족이 준비한 먹이까지 더해져 간이며, 비게 에다 살코기까지 오늘은 야생들의 늪에서 잔치가 벌어질 터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이 먹이를 나누고 얼음지치기 끝내고 먹이 터를 나오자 까마귀들이 쏜살같이 나무에서 먹이 터로 내리꽂는다. 왜가리 한 녀석도 잽싸게 고기 덩어리 한 점 입에 물고 귀찮게 구는 까마귀들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한 번씩 날개를 펴서 위협해 놓고는 꾸역꾸역 말아 먹어치운다, 하늘 위에는 이 잔치 상에 빠질 수 없는 흰꼬리수리 2마리까지 합세한다. 잠시 후 왜가리와 까마귀들이 포식하고 있는 곳에 말똥가리 한 마리도 고기 한 점에 뜯으며 웃는 표정이다. 그동안 강추위로 야생의 맹금류들에게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물이 얼어버리면 물고기도 못 잡고, 풀을 뜯는 고니류나 기러기류도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고 늪 가운데에서 며칠씩 꼼짝하지 않는다. 이런 지경이니 오늘 잔치에 초대된 152마리 독수리는 말할 것도 없고, 평소 근처에 오지도 않는 말똥가리와 왜가리까지 나타났으니, 추위가 계속되면 삵과 오소리, 너구리까지 덤빌지도 모른다. 아이들도 얼음지치기와 둑을 따라 산밖(벌) 늪에서 쉬고 있는 큰고니와 무지하게 많은 큰기러기들을 보러 오가면서 아이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끼리 막대기 한 개식 들고 신나게 뛰노는 모습이 네 눈에는 아이들도 자연이다. 저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 코로나가 컴퓨터하고만 씨름하게 만들었으니, 그 스트레스는 어땠을까. 참고로 어제 독수리가 마늘 밭에 앉았다는 것 때문에 아예 마을 앞 논에서 늪 안 둔치에서 먹이 터를 옮겼더니, 독수리들은 더 자유롭게 비행하면서 쉽게 내려앉는다. 다행이다. 아이들이 돌아간 시간에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산밖 벌(복원습지)에 쉬고 있는 녀석들을 숨어서 살피고는, 아이들의 미래와 야생의 보호를 위해서 “앞으로도 늪 근처를 차츰 복원해가면서 사라져가는 생물 종을 보전하고, 살아있는 생물들에게도 건강한 삶터를 만들도록 정부와 기업 지자체 등을 향하여 고래고래 소리 질러볼게”라고 약속하고 우포늪 야생을 향하여 두 손 모으고 돌아서는 행복한 시간이다.

한훤당 김굉필은 조광조의 스승이었다.

두 분은 영산사람 신돈처럼, 조선조에서 시대적 난제들을 혁파하고, 만백성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득권 세력들과 투쟁하다가 목숨을 내놓은 역사 속에 살아있는 인물이다. 현재 이 시대의 개혁과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첫째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자본 세력과 성장 중심 관료, 정치권에 대한 혁파가 필요한 시대이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재야 살면서 앞 시대를 살아간 선현들에게 길을 물으러 우포에서 가까운 도동서원을 찾아 낙동강을 따라 오르는 일이 잦아졌다. 한훤당은 증조부가 현풍 곽 씨에 장가들어 현풍에서 살았다. 20세 되던 해에 함양군수로 부임한 점필재 김종직을 찾아가 그의 문하에서 소학을 배우기 시작하여 마침내 김종직의 수제자로 성장함으로써 조선조 유학의 적통을 이었다. 늘 우포늪에서 야생의 세계를 돌보면서 나에게 인간으로서 부족함을 느끼면 우리로 받고 배움을 구하는 낙동강 중류 변에 스승들이 많이 있다. 오늘도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 도동서원에서 도착하여 대니산 뒤로 노을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임도로 길을 잡는다. ‘공자를 받드는 산'이라는 의미인 대니산(戴尼山)자락에는 한훤당 김굉필선생의 묘와 도동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대니산을 휘감아 도는 낙동강은 안동 화회마을처럼 유려하다. 늘 도동서원을 방문하면 다람재에 올라 멀리 가야산의 노을을 가슴에 담고는 집으로 향한 날들이 많았다. 오늘은 대니산에 올라 노을을 보고 싶었다. 대니산 자락에는 낙동강을 따라서 달성 도동서원, 송담서원, 석문산성, 부리진 등이 엣 이야기하며 자리 잡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늘 영남의 선비들의 맑은 정신을 나누어준 한훤당의 기운이 위쪽으로는 퇴계, 아래로는 남명이라는 조선 중기 탁월한 인재들을 키워냈다. 이후, 임진년과 일제의 침략이 있을 때마다 영남선비들의 저항정신을 이어가게 한 원동력이다. 그래서 대미산 정상에서 낙동강 너머로 지는 해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노정에서 한훤당 김굉필과 일두 정여창의 우정을 생각하며 강 건너로 지는 해를 보는 마음처럼, 강나루 터 뱃사공이 민초들의 삶의 현장을 이어주듯이 옛 선현들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 나도 이제 황혼이다. 낙동강과 강 사이를 마주하는 산자락을 넘나드는 해와 달처럼 온 산하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이 되어 어둔 밤에 작은 등불이 되고 싶은 것이다. 살날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작은 불씨가 되고, 한 톨의 씨앗이 되리라. 나의 작은 불씨 하나는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지나친 자본경쟁에 헤어나지 못하고, 인간 개인의 절제를 넘어 지구촌에 소수의 자본가들이 기후재앙을 불러올 행동들에 대하여 선현들은 어떤 행동을 했을까? 현재 국민을 대표하는 벼슬아치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재야에서라도 미래세대 가슴에 불씨 하나 남기고 떠나고 싶은 날이다. 노을이 아름답다.

사람과 야생 모두 하나이고, 부처이다.

영축산 아래 영산사람 “신돈은 어렸을 때부터 노비, 매골승 등 궂은일에 종사해 세상의 온갖 쓴 맛을 보며 성장“했으리라 추측한다. 그래서 화엄경의 핵심인 “내가 부처다”라는 가르침에 더하여 냉이 꽃 같이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며 온힘을 다하여 꽃을 피우는 화엄종의 위대함을 일찍 깨우쳤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부처의 가르침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만이 아니라, 세상의 이름 없는 풀하나 미물에 이르기까지 생명을 부여하고, 불자들이 길을 걸으면서도 발아래 뭇 생명들에게까지 배려하라는 가르침을 설파했는지도 모른다. 영축산 위에 머무는 독수리가 공양하러 우포늪으로 날아오는 시간은 성스러운 순간이다. 밥을 나누는 사람도 공양을 하는 짐승도 부처이고, 생명평등을 깨우치는 공간이다.

오늘도 맑은 하늘을 나는 새들과 덤불사이로 내달리는 고라니와 삵 그리고 부엉덤 바위에서 눈감고 자고 있는 수리부엉이도 우포늪 안에서는 모두 한 가족이다. 나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딱새 암수와 되새 무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높은 하늘에 비행하는 흰꼬리수리와 말똥가리, 참매에 이르기까지 그들 간에 먹이 경쟁이 일부 있지만, 그것 또한 자연의 섭리려니 하고, 무심하다. 오늘도 바람은 차지만 늪 안에는 얼음이 일부 녹아 왜가리들과 백로 그리고 고니류, 기러기류, 물오리들도 분주하게 먹이활동을 한다. 마침 왜가리 한 마리가 빠가사리(동자개) 한 마리를 잡아서 얼음 위에 내동댕이치면서 요리하느라고 애쓴다. 동자개의 가슴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에 가시가 있어 그것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목에 걸리거나, 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다듬느라고 수고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수리부엉이도 물닭을 잡아먹고 다리만 남겨 놓았다. 수달도 징검다리 돌 위에 물고기 뼈를 잔뜩 똥으로 흔적을 남겼다. 맹금류들도 곳곳에 물오리들을 잡아먹고 물가 갈대 숲 근처에 많은 날개깃을 흩어놓았다. 늦은 시간까지 초승달 아래 지나가는 야생따오기를 관찰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더 넓게 늪 안의 곳곳을 쏘다니면서 먹이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슬기로운 야생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 같다. 센터 논에서도 먹이를 먹다가 참매 한 마리가 나타나자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센터 가까운 논에 앉아 먹이를 먹는다. 참매는 날아가는 먹이를 노리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매처럼 먹이 위쪽에서 급히 내려가면서 먹이를 발로 차서 떨어뜨리지 않고, 먹이에 가까이 이르면 다리를 쭉 뻗어 예리한 발톱으로 낚아채듯이 잡는 점은 참매만이 터득한 사냥술이다. 그래서 참매는 줄기차게 따오기 꽁무니를 따라다니면서 사냥하는 셈이다. 해가 떨어지는 17시가 되자 일제히 쪽지 벌 쪽으로 비행하여 그곳에서 40분가량 머물다가 마을로 이동했다가 이내 다시 늪으로 돌아 나온다. 이 행동은 주목할 만한하다. 한 번 내지 두 번식 반복하여 잠자리로 돌아가기 전 행동을 하는 것은 과거 참매 트라우마와 더불어 천적에 대한 경계심을 동료들과 놓치지 않는 훈련과정이라고 예측된다. 6시가 되자 5마리와 이어서 6마리가 제자리로 합류함으로서 추운 몸을 추스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뿌듯함도 부처의 가르침처럼 한갓 미물도, 사람인 나도 함께 살아갈 공간을 서로 지켜주는 것이 화엄의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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