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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에서 황강 지나 회천을 바라본다글, 사진 이인식위원
비사벌뉴스 | 승인 2020.12.06 20:36

메일 내용새벽길에서 먹구름 잔뜩 낀 하늘을 본다. 그런데 구름사이로 잠깐 붉은 하늘이 열린다. 카메라로 풍경을 담고 두 손 모은다. 자연의 순간순간의 변화무상한 모습에 삶의 지혜를 배운다. 새들도 먹이 터로 향하면서 아침을 연다. 인생도 순간순간이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느끼며 두 손 모아 자연에 경배한다. 그 먼 길 따뜻한 곳으로 찾아온 겨울철새들에게도 고맙고, 파괴되는 자연을 지키려고 나라 안 곳곳에서 싸우고 있는 당신들에게도 두 손 모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우포늪에서 황강과 회천의 모래톱 습지를 보다

우포늪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은 이방면 등림에 소재한 어부정이다. 어부정은 등림리 장천에서 합천보를 지나 낙동강 변을 따라 약 5km쯤 가면 절벽과 노송이 울창한 절경이 바로 어부정이다. 이곳은 가야시대의 고성 등림산성으로 둘러 싸였고, 맞은편 서쪽은 합천군을 통과하는 황강 모래톱을 따라 맑은 강물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곳이다. 이곳을 거쳐 북쪽으로 거슬러 오르면 대가야 땅 고령으로 향하는 회천이 합류한다. 황강과 회천은 임진왜란 당시에 합천사람 남명 조식의 수제자인 정인홍의 제자 글벗들이 의병활동으로 유명한 곳이다. 회천을 거슬러 오르면 ‘무릉도진’이라는 고령 박씨 집성촌에 이른다. 박정완(1543∼1613)은 김면, 곽재우와 더불어 임진왜란 3대 의병장으로 일컬어지는 정인홍(鄭仁弘)의 문인이다. 박정완은 왜란이 발발하자 동생 박정번(朴廷璠)과 함께 가동(家僮, 집의 종)들을 이끌고 개산포 전투, 무계 전투에 참전한다. 그는 박정번과 더불어 이들 전투에 크게 기여했고, 전공을 인정받아 뒷날 거창 현감, 안음 현감을 역임한인물이다. 이곳에서 마을 이장을 만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회천지역에서 마을을 지켜낸 옛이야기를 듣는다. 특히 낙동강 변에 부래정을 세워 화왕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서 임진왜란이 끝나고는 글벗들과 교유하면서 망우당 곽재우처럼 재야에서 조용히 살았다. 박정번(1550∼1611)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곧 창의하여 김면 진영에서 작전 계획을 세우는 참모로 활동했다. 그는 개산포 전투를 사실상 주도했고, 정유재란 때에는 곽재우와 함께 화왕산에 입성했다. 예빈시주부에 제수되었으나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으며, 종전 이후 문연서당(文淵書堂)을 열어 후학들을 육성했다.

한강정구와 박정번은 도동서원 건립에 함께하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한강 정구가 도진에 머물면서 박정번과 도동서원을 세우는데 함께했다는 이야기에는 귀가 쫑긋했다. 두 사람은 회천을 따라 배를 띄우고, 현풍 낙동강 변에 위치한 도동서원의 축대의 미적아름다움을 구현한 이가 박정번이라는 이야기에는 더욱 몰입했다. 조선 선비의 상징인 한원당 김굉필을 모시는 도동서원은 영남일대에서는 흠모의 대상이다. 퇴계도 남명도 그리고 한강 정구를 포함한 영남의 선비들은 한원당을 중심으로 그 인맥과 학맥들이 이어오면서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앞장서서 고을을 지키거나 사방에 사발통문을 돌려 힘을 모았다. 도진마을 죽연정사(竹淵精舍) 안내판에도 선비들의 창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정자 주인 박윤(朴潤, 1517∼1572)의 '장손(長孫, 맏손자) 박원갑(朴元甲)은 임란 창의로 공이 많았다'는 것이다. 박원갑(1564∼1618)은 경상우도 의병도대장(義兵都大將) 김면과 함께 창의했고, 정유재란 때에는 곽재우, 박정번과 함께 화왕산에 입성하여 의병 활동을 한 셈이다. 이곳에서 또 낙동강 너머에 학의 날개처럼 펼쳐진 화왕산을 바라보며 정유재란의 승리를 회고하였다. 회천에서 물위에서 날아오르는 비오리를 보며 부래정으로 향한다. 도진마을 뒷산을 넘으면 경관이 뛰어난 부래정을 만난다. 학암 박정번의 세운 낙동강 부례(부래) 정에서 화왕산을 바라본다. 풍광이 뛰어난 곳에서 화왕산에서 벌어진 정유재란을 회고하며 역사적 흔적을 더듬는다. 고령 회천 도진 출신 박정번은 정유재란 때 곽재우장군과 함께 의병장 참모로 화왕산에서 싸워 승리하였다. 임란이 끝나자 그는 부래정을 짓고 낙동강에서 의병활동을 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는 왜적이 이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도록 부래정에서 감시하는 곳으로도 염두에 두고 지었으리라. 부래정을 지나 노을이 내리는 시간에 망우당 곽재우의 묘에서 다시 화왕산을 마주한다. 역사 속에서 백성을 보고 간 선비들은 비록 죽음을 면하지 못했지만, 조광조, 한원당 김굉필과 같은 선현들은 죽음을 뛰어넘어 세상을 열어갔다. 혼란한 이 시대에도 정의를 위해, 차별을 없애기 위해 공동체건설을 꿈꾸는 자들에게 두 손 모으는 시간이다.

해질 무렵 산허리에서 새들을 관찰한다.

2-3일 간격으로 산허리와 마을에서 따오기들이 무리지어 행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마을 앞 잠자리로 이용하는 소나무가지에 앉아 깃털을 다듬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는 순간은 행복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따오기들이 일제히 쉼터에서 날아오른다. 참매 한 마리가 따오기 쉼터 앞에 나타나자 재빨리 무리지어 도망을 가는 것이다. 참매는 무리 중에서 뒤처진 2마리 뒤를 부지런히 쫓아갔지만 사냥에 실패하고 말았다. 도망 간 따오기들은 복원센터로 돌아갔다가 오후 5시 20분 다시 잠자리로 돌아온다. 따오기 관찰일기를 쓰고 있는 필자로서는 매우 긴장했던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이미 10일 전 참매에게 쫓긴 경험이 있는 따오기들이 마을 쉼터로 돌아오는 데 3일이 걸렸다. 처음에는 참매의 공격을 받고는 며칠 동안 마을에 돌아오지 않다가 그 후 참매 공격이 다시 있은 날, 잠시 센터로 돌아갔다가 10분 후에 마을잠자리로 돌아와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다행히 쫓겨 갔던 따오기들이 바로 쉼터로 돌아왔다. 야생 따오기들도 스스로 주위의 위험한 환경을 극복해가는 과정으로 보여서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다시 며칠 후에 마을주민으로부터 따오기가 잠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며 최근에 참매 등 맹금류 4마리가 나타나면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따오기의 움직임을 센터 맞은편 산에서 관찰했다. 3-4일 관찰한 결과 주민들이야기처럼 평소 마을에 들어가는 시간에 따오기들이 잠자리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센터 근처 나뭇가지에서 어둠이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자연에서 따오기들의 삶도 변화무상하다

오늘도 해질 무렵 행동을 살피기 위해 먼발치에서 쌍안경으로 관찰한다. 평소 오후 5시경이면 마을 잠자리로 바로 돌아가는 시간에 마을로 직행하지 않고 늪을 가로지르며 이리저리 방황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며칠 전 복원센터 맞은 편 산에서 본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오늘도 나무 가지에 잠시 앉았다가 어둠이 완전히 내린 뒤에야 잠자리로 떠나는 모습을 어렴풋하게 느끼면서 울음소리로 짐작할 뿐이다. 다음날 잠자리를 마주보는 곳에 집이 있는 주민에게 어둠이 내려야 따오기가 잠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른 아침에 먹이 터로 나가는 따오기를 관찰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을 주민들도 모처럼 13마리 따오기가 무리를 이루어 마을에 안착하여 내년 자연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 졸이며 따오기들이 잘 생존하기를 응원하고 있다. 그러나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예측하지 못한 참매와 말똥가리 등 맹금류들이 자주 출몰하면서 따오기들도 비상 상태이다. 다행히 야생에 나온 어린 따오기들이지만, 그들만의 생존 전략으로 복원센터 근처에서 어둠이 내리는 시간까지 대기하다가 참매 등 맹금류들이 공격할 여지를 주지 않는 생존지혜를 스스로 터득해 가는 행동에 긴장감에 더하여 기쁨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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