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초기 청렴함의 대명사인 맹사성에 대한 일화다.

맹사성은 고려 말 우왕 때 문과에 급제하여 조선 세종 때 좌의정을 재냈다. 맹사성은 생활이 검소하고 청백하여 나라에서 주는 봉급 외에는 결코 탐하지 않았으며 항상 겸손하여 벼슬이 자기보다 낮은 사람이 찾아와도 반듯이 공복(功服)을 갖추고 대문 밖에서 나가 맞이한 뒤 윗자리에 앉혔다.

이처럼 겸손함으로 유명한 맹사성은 젊은 한 때는 자만에 가득 차 있었던가 보다. 하기야 17세의 젊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했기에 우쭐할 만도 했을 것이다.

맹사성이 어린 나이에 장원급제하여 파주군수로 부임했을 때다. 우쭐한 맹사성은 유명한 무명선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고을을 잘 다스릴 수 있을지 물었다.

스님이 “나쁜 일은 하지 않고 좋은 일만 하면 됩니다.”라고 말하자 “그건 삼척동자도 압니다.”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 했다.

스님이 다시 “차나 한잔하고 가시지요”라고 하자 맹사성은 마지못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스님이 차를 따르는데 차가 잔을 넘쳐 방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맹사성은 “스님 찻잔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고 있습니다.” 라고 하니 스님은 “찻잔이 넘치는 것은 아시면서 지식이 넘쳐 인격을 망치는 것도 모르십니까?”라고 했다.

맹사성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곳에 더는 있을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허겁지겁 방을 나오다가 문틀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스님이 말했다. “몸을 낮추면 머리를 부딪치는 일이 없지요.”라는 일화다.

그 후로는 무명선사의 가르침을 좌우명으로 삼아 살았다고 한다.

그 후 1435년 조선 초기의 최고 재상으로 추앙받았던 맹사성은 벼슬을 내려놓고 온양에 내려가 초야에 묻혀 살았다.

당대 최고의 재상으로 이름을 떨친 그였기에 그 고을에 신임 사또가 부임하면 맹사성을 찾아가서 인사를 올리는 것이 관례처럼 되었다.

어느 날 새롭게 부임한 사또가 인사를 하기 위해 관아의 관리들을 거느리고 맹사성을 찾아갔다. 마침 밭에 나가 김을 매고 있던 맹사성은 사또가 온 것을 알았지만 그를 밭 둔덕에 세워둔 채 김만 계속 매고 있었다.

돌아갈 수도 그냥 서 있을 수만도 없던 사또는 팔을 걷어붙이고 밭에 들어가 함께 김을 맸다.

사또가 움직이자 관아의 관리들도 서로 질세라 열심히 김을 맸고 해가 질 무렵이 돼서야 맹사성은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그만들 하시고 나오시게” 밭의 둔덕에 자리를 마련한 맹사성은 그제야 신임 사또의 인사를 받으며 말했다.

“고을 사또로 오셨으니 오늘 하루만이라도 뙤약볕에서 땀을 흘려 일해 보면 이 고을 백성들의 노고가 어느 정도인지 아셨을 것입니다. 아침저녁 밥상을 대할 때마다 밥알 하나하나에 맺혀있는 백성들의 땀을 생각하십시오. 그리하여 부디 모든 이에게 존경받는 목민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경상남도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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