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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에서 내리사랑과 효도를 생각한다(연제-110회)글, 사진 이인식위원
비사벌뉴스 | 승인 2020.07.13 08:43

제주에서 온 벗들과 우포늪을 걷는다. 밤새 쏟아진 장마 비가 잠시 멈춘 길이 싱그러운 아침이다. 사로길 위로 우포따오기가 눈부신 분홍빛 날개 짓을 한다. ‘비밀의 정원’에서 그를 바라본다. 마침 이 시간에 KBS는 연예인 두 사람과 사초군락지 갈 숲에서 야생동물 흔적 찾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조용한 늪에 야생과 사람들이 분주한 시간이다. 평일 날 이 길은 대부분 나만의 공간이다. ‘비밀의 정원 우포늪’ 책도 이곳에서 구상했고, 20년 전 아이들을 위해 썼던 ‘우포늪의 생물’도 그랬다. 오늘도 “우포늪의 북두칠성”인 왕버들 군락지에서 수달과 청호반새, 물총새 등을 기다리며 왕버들 굵은 가지 뒤편에 몸을 숨기고 이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며칠 내린 비로 징검다리는 물에 잠겨있어 이럴 때 야생을 관찰하는 시간은 '수달 다카'를 기다리는 끈질김이다. 관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하늘을 나는 따오기와 야생동물 촬영 팀을 동시에 만난 것이다.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생명력 넘치는 이 길을 새벽녘에 물 억새와 갈대 잎에 송알송알 맺힌 이슬 사이로 몸을 맡기고 걷는 일이다. 풀잎을 헤쳐 나가면 온몸에 이슬방울 샤워로 온몸이 흠뻑 젖는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그 순간은 자연과 몸이 하나가 되어 행복이 햇살처럼 쏟아진다. 그 기쁨으로 새벽을 걷는 것이리라. 더하여 우포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모습 중에 하부지-할미가 손주들과 걸어가며 하는 행동들이다. 오늘도 할부지는 손주를 무등 태우고, 할미는 어부바하는 모습이 좋아 사진 한 장 남겼다. 코로나 이후, 자주 보는 모습으로 ‘내리사랑’의 아름다운 전통이다. 해넘이도 구름사이로 모내기한 논을 자연디자인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풍광이 아름답다.

우포늪은 자연학습장이자 문화예술가를 기르는 공간

산밖벌 복원습지에서 여름 밤 아이들과 야간 벌레 관찰로 우포자연학교를 시작한다. 달빛이 어스름하다.

곤충관찰용 텐트에 불을 밝히고 아이들은 손전등 밝혀 풀밭을 헤집으면서 벌레들을 찾아다니는 밤이다. 더운 여름날 휴가지에서 모기장 치고 손전등 하나 들고 아이들과 야간 곤충 관찰을 해본다면 추억에 남을 휴가가 되지 않을까? 별칭이 애벌레인 강사께서 관찰도구와 몇 권의 곤충도감을 펼쳐 놓고 불 밝힌 텐트를 찾아온 곤충들을 살펴본다. 종류별로 투명한 유리 채집통에 곤충을 넣고, 조별로 도감에서 비슷한 곤충 이름을 찾으면, 그 특징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이럴 때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집중하면서 질문하고, 관찰과정을 표현하게 하는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을 몰입하게 한다. 모가슴소똥사슴벌레, 열석점긴다리무당벌레, 애물땡땡이, 뿔잠자리. 갈색날개노린재, 왕인갈고리나방, 왕풍뎅이 등 야간 벌레 관찰에 신났다. 이렇게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휴일 밤 야간에 학습회를 갖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생태관찰에서 과학으로, 마지막 사진처럼 디자인 예술로 진화하는 과정을 아이들의 뇌 속에 미리 저축해 두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이 관찰하고, 말하면서 특징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그림을 그려내는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한다. 정해진 곤충관찰에 더하여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곤충들을 손전등으로 찾아내며 친구들과 놀고, 간식을 먹으면서 배움을 체화해 가는 셈이다. 자연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무한 가르침을 주는 스승인 것이다.

따오기를 품은 세진마을은 물구디였다

최근 산밖 벌이 복원 되면서 6만평의 농지는 예전 늪으로 다시 돌아갔다. 지금 그곳에는 출렁다리가 놓이고, 동네사람들 산책길이 되어 아침저녁으로 자연을 따라 걷고 있다. 휴일이 되면 탐방객들이 출렁 다리를 건너 쪽지 벌과 징검다리를 지나서 따오기복원센터로 길을 잡아 우포늪을 즐기기도 하고, 목포제방을 따라 소목을 지나 주매제방, 사지포제방, 대대제방을 따라 10여Km를 걷는 생명탐방 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그래서 세진(세상의 나루터)는 공자가 세상을 나서면서 배를 띄웠던 그런 길이었다. 한강 정구선생이 창산(창녕)군수로 부임하여 만진정을 세진나루터에 세우고, 남명 조식 선생을 생각하며 팔락정 등 8개의 학교를 세운 그 뜻이 세진마을에도 스며있는 셈이다. 그런 세진마을의 갈대와 물 억새가 넘실거리고, 그것을 개간해 가며 논농사 짓던 옛 모습을 얼마 전 한겨레신문 곽병찬 대기자는 이렇게 글을 썼다.

((낙동강 제방이 높아지기 전까지만 해도 세진마을 역시 주변이 늪이었다. 큰비만 오면 주변의 들과 계곡은 물에 잠겼다. 조선의 성리학자 한강 정구는 산허리에 팔락정을 짓고, 모래밭에 날아드는 기러기(平沙落雁), 팔락늪의 홍련(伏池紅蓮) 등 여덟 가지 기쁨을 즐겼다. 그중에 역수십리(逆水十里)란 게 있다. 범람하는 낙동강 물이 토평천을 따라 십리나 역류하는 걸 묘사한 말이다. 청백리라지만 한강도 심간 편한 양반네였다. 세진 둔터 다부터 등 계곡에 자리 잡은 세진의 세 마을은 범람했다 하면 대청 아래 섬돌까지 잠겼다. 주민들은 생필품만 챙겨 들고 산 위로 피해야 했다. “해마다 물 담은(침수하는) 여기서 어찌 사노/ 시집온 첫해부터 뒷동산으로 물 피난 갔었네/ 서 말 무쇠 솥을 물에 띄워 뒷산으로 물 피난 갔네.” 세진마을 며느리들의 한탄이었다. “너무 힘이 들 때면/ 나는 보따리를 싸놓고 살았다네/ 언제든 나가려고/ … 고추 말리는 연탄 방에 일부러/ 들어가 앉아 있기도 했지.” 세진살이는 그렇게 고달팠다.

시집온 지 40년이 지났지만, “시거리 물구디에서 자라/ 세진 물구디로 딸 시집보낸/ 속상한 친정엄마”만 생각하면 시거리댁은 아직도 눈물이 난다. 드묵댁이 기억하는 세진마을은 “미거지(메기)가 하품만 해도 물 담는 곳(물에 잠기는 곳)”으로 “귀신이 들어올 때 춤추고 왔다가, 물 때문에 울면서 나간다”는 곳이었다. )) 곽병찬 기자는 덧붙여 “곳곳에 제방이 생기면서 마을이 물에 잠기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지천이던 고둥, 대칭이 등 살림 밑천은 사라졌다. 철새만 손님처럼 찾아들던 그곳에 요즘엔 탐방객들이 사시사철 범람한다.”고 묘사하였다.

옥천마을, 잠어실 마을은 따오기마을이다

우포따오기가 가장 즐겨 찾는 곳이 모곡, 옥천, 잠어실이다. 복원센터에서 날아오르면 직선으로 가장 숲과 논이 가까이에 있어 머물기를 좋아한다. 잠어실 마을 팔순된 할머니는 매일 따오기를 관찰하며 손주처럼 좋아하신다. “오늘은 5마리가 아침에도 오고, 저녁에도 왔다가 뒷산 숲에서 자고 갔데이”라면서 동네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따오기 자랑이시다. 이렇게 주민들이 따오기를 사랑하는 덕분에 최근 잠어실마을과 옥천마을이 공동으로 람사르재단 후원으로 주민들이 따오기 논 만들기 자원봉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손모내기 방법을 알려주고, 미꾸라지 방사도 실시하였다. 옥천리 잠어실 마을에서 매일 우포늪 따오기를 관찰해오고 있는 공순태 할머니(80세)가 참가자들에게 마을을 찾는 따오기의 이동 동선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마을 주민들과 참가자들이 함께 따오기의 안전한 서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보냈다. 한편 따오기가 날아오는 아름다운 옥천마을 새색시의 추억담 속에 지금은 많은 분들이 걷기 좋아하는 사초 길에 대한 슬픈 추억도 있다. “옥천댁이 옥천리에서 둔터로 시집올 때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사초군락지의 추억은 눈물겹다. 좌우로 갈대와 억새밭이 아득히 펼쳐지는 그곳을 건너던 새색시는 눈부신 갈꽃 억새꽃이 얼마나 서럽던지, 한 걸음 떼고 눈물 훔치고, 또 한 걸음 떼고 흐느꼈다. 옥천댁은 둔터로 시집온 뒤 한 번도 사초군락 건너 친정에 가지도 못하고 세진마을에서 눈을 감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우포늪은 내리사랑길

코로나 이후, 우포늪은 가족단위로 걷는 모습이 늘어났다. 손주를 무등 태우고 가는 할아버지, 손주를 업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나의 어린 자식들을 무등태우고, 업고 걸었던 옛 생각이 나서 우포늪 생명길이 이제 ‘내리사랑 길’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손주들이 할비-할미를 모시고 우포늪에서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도 주고, 손주들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즐기는 그런 효도길이 되어도 좋겠다. 여름 우포늪은 계란 꽃 향이 사넬 향보다 은은하고, 하얀 나비들에게는 새악시 볼 만큼 이쁜갑다. 꼭꼭 물어주면서 꿀맛에 취해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날갯짓 현란하다. 온 세상이 여름 눈꽃으로 눈부신 날!! 느낌 걸음으로 야생 거리 두기하며 느릿느릿 걷는다. 효도길, 내리사랑 길은 영원한 생명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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