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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선생님의 고사성어
비사벌뉴스 | 승인 2020.05.14 11:51

○ 호춘소식 好春消息

好 : 좋을 호, 春 : 봄 춘, 消 : 사라질 소, 息 : (숨)쉴 식

좋은 봄소식

春在水無痕 春在山無迹 李白桃紅未吐時 好個春消息(춘재수무흔 춘재산무적 이백도홍미토시 호개춘소식)

봄이 물에 있지만 흔적이 없고 봄이 산에 있지만 자취 없구나. 흰 오얏꽃 붉은 복숭아꽃 아직 피기 전이지만 좋은 봄소식이구나.

남송의 왕신(汪莘)이 입춘을 맞아 지은 ‘복산자(卜算子)’라는 사(詞)에 나오는 구절이다. 왕신은 주역에 능통하고 불교·도교에도 조예가 깊었던 은자로, 주희와도 교유가 있었다. 입춘은 24절기의 으뜸으로 봄과 한 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2월 초면 아직은 겨울이 위세를 부리고 있지만 봄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때로 여겼다.

입춘에는 차례대로 세 가지 징후가 있는데, 동풍이 얼어붙은 땅을 녹이는 동풍해동(東風解凍), 겨울잠 자는 동물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칩충시진(蟄蟲始振), 물고기들이 올라와 얼음을 지고 있는 어척부빙(魚陟負氷)이다. 얼음이 다 녹지 않은 시냇물에 물고기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물고기가 얼음을 지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시인이 느끼기에 얼어붙은 시냇물에도, 차가운 겨울 산에도 이미 봄의 전령이 찾아와 있다. 다만, 눈에 보이는 봄의 흔적이 없을 뿐이다. 봄의 상징인 자두 꽃과 복숭아꽃은 아직 저 멀리 있지만 시인은 외친다. 이 얼마나 좋은 봄소식인가!

일주일 뒤면 입춘이자 설날이다. 입춘 추위에 장독 깨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므로 겨울의 심술을 잘 견뎌야 한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산뜻한 봄의 기운을 느끼면서 활력을 찾아보자. 예로부터 입춘에는 만물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고 여겨 농사짓는 사람들은 이 시기에 한 해의 농사를 구상하곤 했다. 이번 연휴 동안 때로 가만히 눈을 감고 입춘의 참뜻을 명상해보자. 삶이 겨울잠에 빠져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천지의 변화에 발맞춰 입춘대길(立春大吉)을 외치며 심기일전해보자.

○ 풍우교룡 (風雨蛟龍)

風 : 바람 풍, 雨 : 비 우, 蛟 : 교룡 교, 龍 : 용 룡

비바람에 교룡이라

積土成山 風雨興焉 積水成淵 蛟龍生焉(적토성산 풍우흥언 적수성연 교룡생언)

흙을 쌓아 산을 이루면 거기서 바람과 비가 일어나고, 물을 모아 연못을 이루면 거기서 교룡과 용이 생긴다.

‘순자’ 권학(勸學)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니 낙숫물이 큰 연못이 된다는 말은 흔히 듣던 것인데 순자는 질적 변화를 강조하는 글귀를 더하고 있다. 작은 동산에서는 바람이나 비가 일어나지 않지만, 크고 높은 산이 되면 자체적으로 바람과 비가 생긴다. 얕은 연못에는 붕어나 잉어가 살 뿐이지만 깊은 연못에는 신령스러운 교룡과 용이 살게 된다. 배움의 효능을 참으로 멋있게 표현한 명문이다.

순자의 배움은 유가 경전과 예법에 관한 것이고 그 효능은 유가적 성인이 되는 것이지만, 이 구절은 일반적인 배움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학문이나 예술의 세계뿐만 아니라 자그마한 기예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려면 기본적으로 상당한 양적 축적이 필요하다. 대체로 긴 시간과 많은 정성을 요구하는 것일수록 나중에 나타나는 질적 변화도 깊다. 때로 삶의 질을 크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붕어나 잉어 정도가 아니라 교룡과 용이 생기는 것이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고, 우리가 접하고 택하는 배움의 종류는 실로 많다. 그중에서 하나 정도는 꽤 많은 양적 축적을 요구하지만, 질적 변화도 크게 일으키는 것에 도전해보자. 필자는 명상을 권하고 싶다. 건전한 명상은 대체로 긴 시간 동안 성실하게 수련해야 함을 강조한다. 처음에는 기대한 만큼의 효험도 없고 지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관문을 넘어서고 나면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나중에 양적 축적이 많아질수록 질적 변화도 커진다.

진입장벽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진정으로 삶의 변화를 갈망한다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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