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중엽,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을 강타하며 인구의 1/3이나 희생시킨 무서운 전염병인 흑사병(Pest)에 대해 배운 기억이 있다. 당시 세계 인구가 4억 5천만 명 남짓인데 비해, 흑사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무려 1억 명이 넘었다고 하니,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흑사병 때문에 중세 봉건제도가 무너지게 되었고 경제의 뿌리까지 흔들렸다. 용케 살아남은 사람들도 하루하루를 살얼음판을 걷듯이 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고통스럽게 지내야 했다. 부동산 가격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돈 가치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부자들은 구원받기 위해 종교기관에 재산을 헌납하고 운명을 맡겼다. 교회와 성직자들은 기부 받은 돈으로 종교 미술품을 제작해 봉헌하고 기도했다. 따라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같은 화가와 조각가들의 탄생을 볼 수 있었으며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게 되었다. 인본주의 즉, 르네상스는 비단 미술 분야뿐만 아니라 음악과 문학 등 인문학 전 분야에 걸쳐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반드시 흑사병 때문은 아니겠지만 1천년 이상 지속된 교회(神)중심의 중세사회가 무너지고 사람을 중시하는 르네상스가 꽃을 피우게 되었다.

지난해 연말,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발병해 전 세계를 공포로 내몰고 있는 코로나 19(COVID19) 또한 대재앙의 신호탄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철저한 위생관리로 신규 확진환자가 다소 주춤한 건 사실이지만 이 또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료약이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경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급습하는 바이러스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 발병국인 중국은 물론, G1국가인 미국, 일본과 우리나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심지어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전 세계가 코로나 공포에 떨고 있다.

흑사병 치료제가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3백년 뒤인 17세기에 개발되었던 것과 단순 비교할 순 없겠지만 현대의학이라 하더라도 1-2년은 걸려야 코로나 치료약이 나올 것이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그때까진 어쩔 수 없이 고통스런 생활을 해야 한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해야 할 것이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피하고 숨어 지내다시피 격리생활을 할 것이다. 만약, 감옥살이 같은 삶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1-2년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삶의 질은 급격히 나빠질 것이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가 오고 삶의 패턴도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이미 핵가족을 넘어 1-2인 가구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조차 예상할 수 없는 고립무언(孤立無言)의 시대를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산업구조도 급격히 재편될 것이다. 우리사회에 뿌리내린 가정 배달업은 진화할 것이고 여행이나 항공 산업은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통폐합이 급속하게 이루어질 것이고 온 라인 수업이 보편화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일을 로봇이나 기계가 대신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원활치 않아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농사나 조업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 또, 감염병을 조기에 박멸하지 못하면 시대적 변곡점에 설수도 있을 것이다. 즉,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 시대로 나누어 구분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 이전처럼 마음 놓고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없을 것이고 방독면이나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생활해야 할지도 모른다. 요즘도 민낯으로 다니는 사람을 보면 어색하고 낯선데, 오래 지속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인터넷이나 SNS 등 사회관계망은 급속도로 발전될 것이고 인간미는 사라지게 될 게 뻔하다. 그밖에도 상상할 수 없는 기상천회한 일들이 줄줄이 나타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두렵고 걱정된다. 인간에 의해 훼손된 지구가 참다못해 화를 낸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제발 재앙이 아니길 바라며 조속히 치료제가 개발되어 괴질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희망한다.

비사벌뉴스  bsb2718@hanmail.net

<저작권자 © 비사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