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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은 새벽과 노을이 관광자원이다글, 사진 이인식위원
비사벌뉴스 | 승인 2019.11.03 11:58

지난주에 연세 높으신 수녀님들이 사시는 어느 수도원에서 하루 종일 우포늪에 사는 생명들과 자연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날 우포늪 안내를 위해 수도원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숙소에서 수도원 방문객을 위한 성경을 폈다. 어린 시절 동네 교회를 다니면서 보았던 성경을 50여년 만에 창세기 편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하느님의 정원을 인간은 왜, 박차고 나왔을까? 신들의 정원에 살고 있는 야생을 사람들은 또 왜 그렇게 못살게 구는지? 생물다양성감소와 기후변화의 책임은... 끊임없는 질문이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 속에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이티오피아,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같은 구체적인 지명들이 성경에 그려져 있다. 이런 지명들은 강이 범람하는 습지가 풍부한 지역이다. 또 한권의 종교학자 책에는 " 모든 종교의 윗자리에는 아픔이 있으며, 이 아픔을 공감하는 것이 종교의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이라고 쓰고 있다. 역사 속에, 지금도 갈등하고 있는 종교와 인간의 욕망으로 망가져 가는 지구별ㅡ신들의 정원도 아픔이 가득하다. 과연 인간들이 다시 복원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유엔에서 16살 소녀 툰베리는 기후변화에 어른들과 각국이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평생을 근검과 절약이 몸에 배인 연세 높으신 수녀님들을 모시고, 우포늪 신들의 정원으로 안내했다. 며칠 전 사람 키보다 더 높게 물속에 잠긴 늪 길을 걸으며 강의 범람이 자연과 인간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생을 수도원에서 노동과 기도를 통해 살아온 분들이어서 이 땅에서 멸종했던 따오기를 보면서 생명사랑에 대한 깊은 공감을 표했다. 마침 야생으로 나간 12마리 따오기가 하늘 높이 비상하여 20여 분 간을 모두가 감탄하면서 가을 하늘을 바라보았다.

 

겨울철새들이 우포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겨울철새들과 아름다운 따오기가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갈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지난 9월 30일 처음 2마리 큰기러기가 우포늪을 찾은 후, 300여 마리로 늘어났다. 큰고니 5마리, 노랑부리저어새 6마리도 먹이활동을 한다. 오늘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물닭, 고방오리 등 다양한 물오리들이 생이가래 군락지에서 많은 양을 먹어치운다. 하루 동안 먹은 흔적이 대단하다. 지난 한주 동안 집중 관찰하면서 변화무상한 자연에게 두 손 모은다. 어재 저녁에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올곧은 삶을 살아온 이들을 공부하고, 매월 한 번씩 답사하기로 했다. 역사 속에 살아있는 그들의 흔적을 찾으며 오늘에 되살리는 일이 나를 담금질 하는 것이리라. 겨울새들이 춤춘다. 따오기들도 가을 하늘을 즐기고, 겨울준비를 위해 먹이활동을 부지런히 한다. 따오기를 기르는 논에서 노랑부리저어새와도 어울린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늪에서는 부리를 좌우로 저어가며 먹이활동을 하지만 따오기 논에서는 별 움직임 없이 미꾸라지를 몇 십초 단위로 잡아 올린다. 마치 백로들처럼 움직임을 관찰하여 부리로 잡아 올리는 것이다. 따오기 논은 센터 에서 지속적으로 미꾸라지를 공급한다. 센터 안에서는 지렁이도 공급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더위를 피해 센터 안에서 생활하던 따오기가 가을이 되자 센터 밖 논으로 다섯 마리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멸종위기종인 황새목-저어새과-따오기들이 조만 간 함께 어울릴 날을 기다린다.

 

우포에서 세상나루터로 향한지 30년이다

간혹 아직도 세월만 재촉하는 촌로가 때로는 쓸모가 있는지를 반문한다. 기관지가 약해 새벽 마른기침을 하면서도, 화왕산으로 치솟는 해와 물안개 속에 물질하는 어부들 모습을 보러 걷는다. 때로는 지역 후배들과 낙동강 흐름을 따라 역사적 인물의 흔적을 더듬고, 공부하고, 오늘에 이르러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뇌한다. 오늘도 의령에서 지역사를 공부하는 벗과 창원대 남교수와 의령문화원에서 만나, 한강 정구선생의 봉산욕행이야기를 나눈다. 낙동강과 황강, 남강을 답사하며 지역 인물을 만나고, 기록을 남기면서 남은 생의 더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남명의 사상과 곽재우의 행동철학은 어느 날 나의 삶의 디딤돌이 되었다. "왜적을 늪으로 유인하여..."는 늪의 생태적 가치를 습지보전운동으로 승화하는데, 인문학적 상상력을 보탠 귀한 지침 글이 되었다. 꼭 28년 전 일이다. 돌아오는 길에 도동서원과 동산서원을 들렀다. 옛 선비들은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원에 모여 의병을 일으키고, 때로는 사발통문을 돌려 파리장서 같은 독립운동을 행동으로 옮겼다. 어떤 가문은 왜놈들을 피해 아예 북간도를 비롯한 만주 땅으로 떠났다. 최근에 순천만 붉은발말똥게 마을 축제에 다녀오면서, '북간도의 십자가'를 봤다. 문익환, 윤동주, 문동환 등 익숙한 이름들이 영화 속에 살아있었다. 주류 기독교는 대부분 기복신앙으로 변질 되었지만, 소수 기독교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항일투쟁에 나선 사실을 역사 속에 기록을 남겼다. 영화를 보면서 여러 번 눈물을 훔쳤다. 지금도 북간도 공동체 정신은 민주화ㅡ농민운동 ㅡ통일운동 속에 살아있다. 봉오동전투, 청산리전투 등이 북간도의 십자가를 통해, 깊은 신앙공동체를 통해 역사 속에 늘 살아있듯이 나라가 어려울 때 낙동강 주변에서 의병 정신을 가르친 남명조식 선생이 보고 싶어 합천으로 발걸음을 벗들과 옮겼다. 와룡정에서 그 유명한 단성소를 읽으면서 해를 넘기며 임진년에 남명 조식 선생의 제자들이 의병장으로 나서지 않았으면 왜놈들에게 450년 전에 나라를 내어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따오기복원센터 자리가 있는 곳은 곽재우가 임진년 전쟁 때, 의병들과 전쟁 준비를 하던 둔터라는 곳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역사 발전이다

교육민주화운동과 환경운동으로 시대정신을 따라 살았던 글쓴이에게도 부마항쟁 40주년에 참석하라는 초대장이 왔다. 우포늪에 들어와 산지도 10년 세월이 되어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부족했다. 창원만 가도 어색하다. 벌써 부마항쟁 40주년이다. 경남대에 문대통령께서 참석한 가운데,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부마항쟁 40주년을 기념한다. 부마항쟁은 3·15와 달리 학생이 앞장섰지만, 시위과정에서 자영업자,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아무런 이념 갈등 없이 자유, 민주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한마음으로 국민저항권을 관철한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40년 만에 다시 우리는 모두 마산, 그 자리에 다시 서 있다. 지역사회 노력 속 인식 변화는 가져왔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과제로 남았다. 덧붙여 3.15 부정선거, 부마항쟁 민주화 운동은 마산의 정신이다. 글쓴이가 마산중학교에 다닐 때도 3.15기념탑 앞을 지나면 괜히 어깨가 우쭐하였다. 앞으로 민주화운동에 앞장 선 사람들은 건강한 시민들과 함께 검찰개혁과 교육개혁, 언론개혁, 지역부패 청산을 위해 촛불정신행동으로 민관-시민들이 힘을 합쳐 땀 흘려 정직하게 일하는 사회, 공정과 빈부격차가 줄어드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위기를 벗어나는 녹색성장이 필요한 시기이다. 주변 중국과 일본까지 자연과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사회도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전환이 급한 때이다. 경남도 주관 관광의 날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하여 돈으로 만드는 관광이 아니라, 감성과 공감, 감동으로 지역사회 자연문화유산을 발굴하여 호흡이 긴 설계도 만들기를 주문했다. 국내외 체험학습, 생태관광 등으로, 민관학 협력, 행정지원 제도화가 시급하다. 제발 대형 프로젝트보다 주민과 지역사회가 스스로 나서도록 청년 일꾼 키우는데 투자하라. 우포늪은 새벽과 노을이 관광자원이다. 나아가서 해인사ㅡ우포늪ㅡ봉하마을 연계만 해도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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