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록을 종합하면 郞將張龍은 본래 判事張海의 奴였는데 不禮를 이유로 장해에게 채찍질 당하자 신돈과 안사기에게 호소했고, 공민왕의 측근인 김흥경이 안사기의 부탁을 받고 왕에게(혹은 신돈에게) 보고했다. 당시 신돈이 왕의 권한을 위임받았으므로 순군(순위부)에 명령해 장해를 체포하고 契券(노비문서)을 취하도록 했는데, 장해가 契券을 가지고 도망하자 그 딸을 잡아 순위부에 가두고 이어서 장해도 체포해 순위부에 가두었다고 정리해 볼 수 있다.

판사 張海는 그 집 노비였던 郞將張龍이 이미 해방되었음에도 때리며 주인 행세를 했고 장룡 노비문서를 폐기하지 않고 지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노비 출신 장룡을 편든 신돈에 의해 구속되었다. 이를 두고 고려사 신돈전을 찬술한 儒者는 신돈이 “群小의 마음을 거두어 姦慝을 濟하고자 함이 이와 같았다(ⓐ)”라고 폄하했다. ⓐ가 고려사절요에는 신돈이 무릇 賤隷가 訴良하면 한결같이 모두 良으로 판정하니 奴婢背主者가 蜂起해 “聖人出”이라고 말한 기사의 바로 뒤에 나온다.112) 신돈이 訴良한 노비의 편을 들어 모두 良人으로 만든 것에 대해, 고려사절요를 찬술한 儒者는 신돈이 群小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姦慝을 숨기려 한 것으로 폄하했고, 고려사 신돈전을 찬술한 유자는 判事張海의 家奴였던 자(張龍)를 편든 신돈을 비난했다.113) 이는 유자의 기본 입장이 良賤制를 기본으로 한 신분질서의 유지였기 때문이다. 신돈은 群小의 마음이 아니라 大衆의 마음을 얻으려 한 것이었다.

林樸은 推整都監즉 전민변정도감에서 平決한 바가 많았지만 신돈이偏聽하는 것을 辨하지 않았기 때문에 寃屈이 자못 많았다고 한다.

이는 신돈이 公義를 外假하나 사람들에게 市恩하고자 했다는 기록 및 무릇 賤隷가 訴良하면 한결같이 모두 良으로 판정하니 奴隷背主者가 蜂起해 말하기를, “聖人이 나셨다”라고 했다는 것과 대비된다. 고려 말 혹은 조선 초에 역사를 편찬한 儒者는, 전민변정도감(전민추정도감)에 접수된 소송에서 임박의 판정은 ‘平決’ 즉 균형 잡힌 판결로, 신돈의 판정은 ‘偏聽’ 즉 한편에 치우친 聽納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신돈이 偏聽했기 때문에 寃屈이 자못 많았다는 것은 신돈이 약자, 특히 노비 편에 섰기 때문에 강자 내지 士族이 寃屈이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전민추정도감에 신돈은 평민 노비에게 유리하게, 임박은 士族에게 유리하게 판결했는데, 둘의 신분 계급적 기반이 다른 데 따른 신분 계급적 입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신돈도 시대적인 한계로 인해 노비제도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지만 천예(노비)가 원래 양인이었음을 호소하면 신돈이 모두 다 양인으로 판정했다고 하니 엄청나게 많은 노비가 해방되어 양인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홍건적과 왜구의 침략을 겪으면서 노비문서가 많이 불탄 상황도 신돈 집권기에는 노비에게 많이 유리했다. 이는 공양왕 때 노비쟁송 관련 기사에서 시사 받는다. 공양왕 4년 2월에, 人物推辨都監이 決訟法을 정하는 기사에, 근년 이래 戶口法이 弊하여 戶口를 가진 자가 兵亂에 잃어 權奸輩가 그러한 것을 揣知해 良民을 拘占하여 父祖奴婢라 妄稱하는데, 被拘人이 訴良해도 근거가 없고 官司도 역시 변별할 수 없어 淹延히 세월을 보내니 寃抑이 더욱 심해 和氣를 해친다고 했다. 또한 都官이 上書하기를, 辛丑(공민왕 10년) 겨울에 賊3(홍건)이 京城을 범하여 公私文卷이 거의 다 亡失되니 奸凶이 夤緣해 爭端을 만들었는데, 혹 契籍이 없는 자가 許文을 冒受하고 혹 실제로 原卷이 있는 자가 도리어 문서가 없어 眞僞를 핵실하기 어렵게 되어 決絶이 마땅하지 않으니, 지금부터辛丑年爭訟明文이 없는 자는 陳告를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고려 말기에는 잦은 전쟁으로 호적과 노비 문서가 많이 사라졌고, 특히 신축년(공민왕 10년)에 홍건적에 의해 개경이 함락당하면서 公私文卷이 거의 다 亡失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힘 있는 지배층이 악용해 양민을 억압해 노비로 만들기도 한 반면 신돈 집권기에는 그가 평민 노비 편을 들었기 때문에 평민 노비에게 유리했다고 볼 수 있다.

신돈과 임박의 판정 차이는 근본적으로 신돈이 노비와 佛僧출신인 반면 임박이 士族이자 儒者이기 때문에 발생했다. 신돈이 노비 편을 들어주자 奴隷중에 주인을 배반하는 자가 벌떼처럼 일어나 “聖人이 나셨다”

고 외쳤으니, 신돈은 노비 내지 약자의 영웅으로 떠오른 반면 노비 소유주 내지 士族의 다수에게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악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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