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잠수교와 징검다리가 끊겼다. 고라니와 멧돼지, 삵 등도 야산으로 잘 피했으리라. 이들은 늪가 풀숲에서 생활하는 녀석들이다. 비 그치고 노을 따라 파랑새 23마리가 비행연습을 한다. 파랑새 가족들이 많이 늘었다. 남쪽으로 떠나기 전 새끼들 데리고 훈련 비행이다. 오늘도 강 따라 이노정과 송담서원을 거쳐 도동서원에서 멀리 가야산 해거름 속에 사라져간 역사 속 인물들을 기억한다. 올곧은 선비들과 임진년 의병활동으로 이름 없이 사라져간 민초들이 그립다. 최근 한일관계를 보며, 한반도가 평화로우면 일본 정부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대한민국을 우습게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수정과 어부정에서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어부정은 황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 주변 하늘에도 우포따오기가 날아다닌다. 건너편 고령 우곡마을에서도 농부가 따오기를 보았다는 제보를 해왔다.

발품을 팔면 즐거운 하루가 열린다

이렇게 따오기는 낙동강과 남강, 황강, 회천 등을 따라 먹이 터와 잠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가파른 야산 언덕을 오르면서 지역문화재로서 가치 있는 곳이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수정과 어부정을 비롯한 많은 곳들이 낙동강 변에 나라 안 밖의 정세에 따라 많은 선비들이 세상 걱정하며 살았던 곳이다. 이수정도 구한말 한일합방에 반대하여 의병 활동을 전개한 노응규의병장과 노승용의사 등이 1905년에 수개월간 피신하여 이곳에 머물며 전략을 짰던 역사 깊은 현장이기도 한다. 도도히 흐르는 강을 보며 거듭 한반도의 평화를 빌어본다 “밭에서 일하다가 소나무에 앉아 있는 처음 보는 오리 한 마리가 보이더마는, 쪼갠 있으니까, 시꺼먼 까마구가 막 쫓아낸께 날아가는 모습이 희고 거무튀튀한 날개로 보이더만. 우는 소리가 따오기 소리 같더라.” 그런데 이틀 있다가 또 봤네. 잘 아는 저묏골 할머니가 전한다. 마을로 들어서는데, 하늘에 따오기가 늪으로 날아간다. 아마 이곳에서 제법 오랫동안 터를 잡느라고 주변을 맴도는 모양이다. 이리저리 숲속을 살피자 소나무에 앉아 쉬고 있는 녀석을 찾았다. 그래, 그 나무 근처에 담비도 나타난 적이 있어 아마 숲이 좋아 너희들 쉼터로 적당할지도 몰라. 오랫동안 칡넝쿨 뒤에 숨어서 따오기를 살피다가 뒤돌아 나왔다. 이제 곳곳에서 야생에서 살아갈 따오기가 발견되면서 우포따오기의 미래에 큰 희망을 걸어본다.

대봉늪에 따오기가 날아들었다

중국 현장 따오기 둥지처럼 야생으로 나간 따오기들이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 내년 봄에는 야생에서 자연부화를 위한 둥지 마련을 기다린다. 가슴 아픈 것은 대봉늪에 따오기가 찾아와서 며칠을 머물다가 남지 쪽으로 이동했다. 환경단체가 관찰한 기록사진을 보면 대봉늪 숲에서 잠자고, 늪가 주변에서 먹이활동을 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때로는 신전 늪이 보이는 성사 앞 논에서 먹이활동을 한 것도 기록으로 나타난다. 이미 대봉늪은 왕버들을 비롯한 산림과 늪 기능이 뛰어난 곳이라는 것은 습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첫 눈에 알 수 있다. 특히 대봉늪은 숲이 우거지고, 늪 수위가 낮아서 따오기가 먹이활동을 하기 에는 매우 뛰어난 환경이다. 한편 그곳에서는 늪과 논에서 먹이활동에 더하여 논두렁이나 산림 속 습한 곳에서 지렁이와 곤충들을 즐겨 먹는 것으로 파악된다. 복원센터 주변은 현재 먹이를 공급하지만, 일반 농경지는 아직 먹이 터로서의 가치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봉늪은 모든 조건을 갖춘 우포늪과 같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과 협의 과정도 없이 전임 군수시절 하천부서에서 밀어붙여 따오기 서식지를 람사르습지도시 창녕군이 앞장서서 망가뜨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대봉늪에서 주민 벌목과 창녕군 하천부서에서 홍수대비 수로정비라는 명목으로 왕버들 군락지를 훼손할 때도 이곳을 지켜낸 경험이 있는 글쓴이로서는 창녕군에 대하여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김충식 전임군수에게는 여러 차례 작은 우포늪인 대봉늪을 잘 보전해 달라고 했지만, 결국 이렇게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창녕군과 낙동강유역청, 경남도는 민관협의로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주민들과 행정에게도 여러 차례 건의한 바, 이곳 생태경관과 주변 왕버들 군락지를 잘 보전하면 향후, 생태관광지로 주목 받을 것이라고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정책마련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습지는 기후변화 대응에 큰 자산이다

우포늪(소벌)과 순천만은 어머니의 품처럼 곱고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유산이다. 지구촌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품들이다. 필자는 살아오면서 이 두 습지를 보전하기 위하여 젊은 한때,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필자의 습지보전운동에 결정적인 도움과 계기를 준 것은 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세계환경정상회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환경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국무총리가 이 회의에 참석했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국가 정상들이 참석해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에 대한 미래 의제를 다루기 시작했던 것이다. 리우회의는 한국 시민사회의 환경NGO들도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환경문제를 정면에서 살펴볼 기회가 되었다. 91년 낙동강 페놀사고로 국내 기업과 정부, 지자체의 환경파괴 정책에 진절머리가 나던 시절, 리우회의에서 만난 많은 지구촌 민간단체들의 활동은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본은 여전히 미나마타병과 ‘이따이이따이’ 공해병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정식으로 국민들에게 사과와 보상을 약속하지 않아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일본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캠페인을 국제회의장에서 벌이고 있었다. 반면 이미 유럽은 호된 환경문제를 거친 탓인지, 청소년들이 정부지원으로 이곳까지 와서 브라질의 아마존 삼림을 걱정하는 토론과 현장 방문을 통해 지구촌 환경문제를 공부하고 있었다.

깊은 감명 준 브라질 리우정상회의

어른들은 자연환경의 소중함과 기후변화, 생물다양성회복을 위한 기금마련 캠페인,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공유하는 심포지엄을 연일 개최하였다. 이들은 달라이 라마의 명상을 통한 인간의 감수성회복운동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중남미 여러 나라들이 환경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다소 의외였다. 특히 노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이 환경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남미의 노동조합들은 생산현장 내의 노동자 건강 문제와 소비자를 위한 환경적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각종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노동과 환경’이라는 책자 발간을 통해 국민들의 환경권과 소비자권리를 걱정하는 선진적 조직이었다. 전 브라질 대통령인 룰라는 당시 노동자의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노동자당의 대표였다. 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토론문화를 통하여 녹색사회를 위한 민주적인 절차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남미는 70~80년대를 거치면서 군사독재 정권과 거대한 자본의 힘인 신자유주의 물결 앞에 토속문화와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무너지고 있었지만, 피폐해진 삶의 현장을 복원하려는 노력과 약자를 배려하려는 공동체문화가 살아 있었다.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조직 간에 정보공유와 참여, 소통이 교호하는 사회였던 것이다.

자연과 농업이 공생하는 녹색경제

오래 전 이명박 대통령이 자원외교를 위해 브라질을 방문했다. 이미 그는 서울시장 시절 쿠리티바시(市)를 방문해 서울시의 버스 중앙차로를 벤치마킹한 적이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을 화두로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국정과제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4대강 보 건설에 앞장서는 등 토목사업에 앞장서면서 시민사회와 대립하여 집권 내내 갈등을 빚었다. 당시 녹색성장 프로젝트도 지역사회의 자연자산과 문화 역사 유산을 토대로 주민들과 지자체가 스스로 선택하여 토론을 거쳐 정부가 지원책을 폈다면 작금의 어려운 경제 속에서도 사회적 기업을 통한 지역공동체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만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껍데기 건물들과 지속가능하지 않은 전시성 사업으로 낭비한 국고가 얼마나 많은지를 우리는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마침 현 정부는 농촌과 도시재생이라는 화두를 통해 지자체의 공모를 받고 있다. 이럴 때 우포늪 주변의 농촌 마을 중 한곳을 시범적으로 선택하여 자연과 농업을 자산으로 하여, 발전 정략을 마련하여 젊은이들도 이참에 우포늪 같은 곳에도 일자리를 구하여 살아갈 수 있다는 미래 전략을 마련할 때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재생 모델이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행정책임자가 민관 협력으로 만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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