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람사르습지도시인 우포늪을 소재로 새로운 국제교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경남교육청 소속 우포생태교육원에서는 창녕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창녕군-중국 창수시 람사르 습지도시 환경교육 국제교류 설명회를 가졌다. 창녕교육지원청, 우포생태분원, 창녕군청, 창녕군 람사르 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와 창녕 명덕초·유어초·이방초·옥야고 학생과 학부모 등 5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설명회는 오는 8월 22~26일 중국 창수시에서 열리는 한·중 교류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추진 현황을 공유하고, 내실 있는 교류회 준비를 하고자 준비한 첫 행사다. 이처럼 우포늪이 보전되고, 따오기가 야생으로 나가고,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삶터에서 새로운 형태로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따오기는 이집트와 그리스에서 신(神)이었다

'따오기'는 이집트 신화의 죽음 신이자 도서관의 신인 토트(그리스문자로 Θωθ)의 머리가 '따오기'(새)라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따오기의 굽은 부리는 초승달을 상징한다. 토트 (Θωθ,)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중요한 신으로서, 지식과 과학, 언어, 서기, 시간, 달의 신이다. 주로 따오기나 비비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이집트와 그리스 등에서는 태양과 달이라는 고대 신으로 묘사된다. 2017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집트 보물전’을 한 적이 있다. 그 전시회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기원전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정교하게 도금된 따오기 형태의 관(棺) 안에 따오기 미라가 담긴 것이었다. 아마 우포늪에서 따오기 야생방사를 앞두고, 그 의미를 탐색해 보는 것은 지적호기심에 더하여 따오기라는 새가 이집트 나일 강이 낳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들여다보는 기회였다. 나일 강 범람이 만든 선물은 사람 뿐 만 아니라, 야생동식물들의 생명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나일 강 범람 이 남긴 많은 모래톱은 인간에게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선물한 셈이다. 인류의 4대 문명 발생지는 중국 황하, 이집트 나일 강, 이라크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인도 인더스 강이다. 이는 낙동강이 범람하여 만들어진 김해평야처럼 강이 여름철 범람하여 상류에서 밀려온 거름 끼가 풍부한 신이 준 선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강의 범람은 인간에게는 재앙이자, 신의 선물로 여겼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집트 나일 강 변 범람지역에서 당시 흔하디흔하게 하늘을 나는 따오기가 알을 낳고, 생명을 키우는 야생동물들을 보면서 경외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것은 비록 따오기뿐만 아니라, 모든 야생동물들의 삶을 보면서, 이집트인들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도 영원한 삶이 있다고 믿었다. 동물 미라는 고대 문명 가운데 이집트만이 가지는 독특한 문화유산. 이집트인은 동물을 단순히 가축으로 여기지 않았고, 사람과 동물을 동등한 존재로 받아들였다. 다양한 동물들의 미라를 만들고 정성스럽게 관까지 만들어 안치했다. 그들은 동물 미라에는 자신들의 간절한 바람을 신에게 대신 전하는 메신저로서 동물을 신성시한 이집트인들의 믿음이 담겨 있다고 한다.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오기

해질 무렵, 노을 빛깔을 뽐내며 우포 하늘을 날아오르는 야생따오기 모습은 눈부시다. 40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 새 생명, 우포따오기를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관찰하는 일은 큰 기쁨이다. 우포따오기 야생방사 27일째, 매일 늦게까지 먹이활동을 하고 잠자리로 떠나는 36Y를 관심 깊게 관찰한다. 매일 만나는 이 녀석을 골목대장이라고 별칭을 지어주었다. 이 친구는 미꾸라지보다 복원센터 앞 버드나무 길 숲속의 습한 곳에서 지렁이를 주로 잡아먹는다. 하루 종일 이곳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간혹 길가로 나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어슬렁거린다. 사람들은 혹시 사고라도 날까봐 가슴을 졸이면서 지켜본다. 글쓴이는 휴일에는 자전거를 타고 이곳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십시오. 따오기가 길가에 놀고 있습니다.” 오늘도 57Y와 함께 숲속에서 먹이를 잡다가 57Y가 오후 6시50분 쯤 복원센터를 향하여 떠나자, 슬그머니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36Y가 부리를 좌우로 땅에 비비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무슨 행동일까? 잠시 후 논안으로 들어가서 미꾸라지를 잡아보다가 시원찮은지, 다시 논둑에서 잠시 머물다가 7시1분에 날아오른다. 내가 있는 쪽이 아닌 반대쪽으로 날아 늪 쪽 미루나무를 따라 제1전망대 근처에서 복원센터 안 잠자리로 돌아가는 듯하다. 대부분 따오기들은 먹이 터에서 날아오르면 복원센터 안으로 바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36Y는 항상 오후 7시경에 늪 안으로 날아올라 복원센터 안 잠자리로 돌아간다. 시간이 나면, 따오기 머문 흔적을 찾기 위해, 주변의 잠어실과 노동마을 등을 돌아본다. 잠어실 마을 앞에서 만난 마을 이장은 2~3일 전에 두 마리 따오기가 마을 앞 쪽지 벌 길가를 어슬렁거리는 두 장의 사진을 보여준다. 노동 마을에서는 형설의 전당 집 앞 전봇대에 앉은 따오기를 보았다고 말해준다. 아직 다른 시군에서 따오기를 목격했다는 증언은 없지만, 늪 주변과 강변을 오르내리며 잠자리로 이용할 숲을 곳곳에서 찾고 있을 것이다. 대략 40일 정도 관찰을 한 뒤에는 창녕군과 따오기복원센터에 다양한 관찰 결과에 대한 상호 정보교환을 위해 평가 간담회를 제안할 계획이다.

따오기보호를 응원하는 방문객들

따오기가 야생으로 나아간 이후, 많은 탐방객들이 방문한다. 이들 중에는 복원센터에서 보호

중이던 따오기를 이미 관찰했던 탐방객도 있는데 그는 “사실 그동안 새장에 갇혀있던 따오기는 예쁘지 않았고, 까마귀 울음과 비슷한 따옥따옥 소리는 비명 같았지만 새장 밖으로 나온 따오기는 사랑스럽다.”며, “행복해 보이는 따오기를 보며 자신도 같이 행복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느슨한 울타리가 쳐진 서식지와 탐방로를 마음대로 오가는 따오기를 지켜주기 위해 저 멀리서 숨죽이며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함께 생명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따오기에게 접촉하면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생태배움터가 열린다. “애들아! 따오기 노래 이 할아버지가 가르쳐줄까?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같이 온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이 배우지 못한 따오기 동요를 불러보자며 권하면 아이들은 신기한 듯 부모들의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른다. 콘크리트 동물원에 갇혀있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 동물들을 보며 가지게 되는 부채감, 어쩌면 혐오감을 뛰어넘을 수 있는 행복자연동물원이 따오기복원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호지역이 야생동물과 탐방객이 모두 행복한 곳으로 될 수 없을까?

우포늪은 1997년 자연생태계보호구역(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고 1999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면서 매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찬탄해마지않는 우포늪의 경관이지만 일부 눈 밝은, 혹은 운이 좋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우포늪에 사는 야생동물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없었다. 때문에 생태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 외에는 우포늪은 한번 다녀간 사람들은 좀처럼 다시 발걸음을 하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따오기가 야생으로 나오면서 한번이라도 가까이에서 따오기를 본 사람들은 나와 눈 맞춤을 한 그녀석이 지금도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고 한다. 상처입고 아픈 야생동물이 치유도 받으면서 사람들에게 감동도 제공하고 있는 요크셔자연동물원처럼, 다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철새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해주면서 완전한 야생조류의 쉼터가 되고 있는 슬림브리지 습지센터처럼 우리 보호지역도 보호지역 본연의 가치인 생물다양성, 야생생물 서식지로서의 건강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곳이 될 수 없을까? 따오기 복원의 과정인 조금씩 사람들에게 생명에 대한 다른 형태의 책임감을 부여하고 있음을 지켜보면서 생물 종 복원을 통해 우리나라의 보호지역도 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야생생물의 서식처를 확대하고, 사람과 자연의 교감장소로 이용하기를

기대한다. 언젠가는 이런 멸종위기종 복원과 한반도에서 다친 야생동물들을 모아 사람이 돌보아 주면서 우포자연공원을 만들겠다는 꿈도 실현할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믿으며 휴일도 반납하고 이곳에서 자원 지킴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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