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소박한 삶이 성공을 좇으며 끊임없는 불안한 삶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한다. 지구의 날에 인간의 어리석음을 반성해 본다. 91년, 낙동강 페놀 사건이 나고, 낙동강 주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과 그들이 사용하는 농업용수와 마을 주변 물웅덩이, 작은 저수지들, 다양한 습지(늪)들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그 때 공통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은 얕은 습지에 자라는 수초들 사이로 민물새우류, 황금색 동자개, 물속 수초인 말즘, 물방개, 물장군, 무자수라 부르는 물뱀 등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각 지자체마다 방수포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하천과 강 주변 습지에 쓰레기 매립장을 다 설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날이 늘어가는 지방공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과 농촌에서 사용하는 농약, 제초제 등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들이 작은 도랑을 황폐화 시키고, 저수지 등이 오염되면서 다양한 생물들이 점점 사라져 갔다. 물론 가장 강과 배후습지 들이 깨끗하고 생물다양성이 높았던 시기는 80년대 중반까지였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70년 대 후반 낙동강 변 박진이라 불리는 모래톱과 얕은 야산 경계지점에 위치한 월상마을 초입 월상초등학교 근무시절이다. 이 학교는 여름 장마철이 오면 늘, 운동장은 물에 잠기고, 교실만 덩그렇게 물위에 떠있는 모습이다. 그 때는 물고기들이 마을로 피난오던 시절이기도 했다. 가끔 물고기가 먹고 싶으면 지렁이 끼워 강변 모래톱에 장대를 세워 놓으면 붕어나 가물치가 쉽게 물어 반찬거리로 애용했던 시절이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인근 도시에서 몰려드는 낚시꾼으로 장사진을 쳤다. 그 때까지는 자연이 아프지 않았다. 이웃 간에 서로 나누고, 다독여주는 마을공동체가 살아있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오염된 낙동강

그런데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를 시작으로 인간 삶의 가치가 변하기 시작했다. 가난을 극복하고, 물질적 풍요를 목적으로 사람 간에 지나친 경쟁 중심 사회가 되면서 자연과 농업 등에 큰 변화가 생겼다. 자연을 훼손하여 그 터에 많은 공장과 주택들이 건설되고, 농업과 축산 등에도 전통적인 소농중심 사회에서 대량생산 중심 체제로 들어서면서, 소비자들도 편리함에 길들여졌다. 대량소비, 값싼 상품 등에 기대어 물질적 풍요로움에 길들여져서 전통문화와 지식, 공동체 의식들이 무너지면서 오늘날 동으로 세상은 사람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개발과 보존에 대한 명확한 설계가 없이 무분별한 개발이라는 광풍 앞에 지금은 우리 모두가 길을 잃고 있다. 최근 계성천 내에 대봉늪을 훼손하면서 제방 중심 토목공사도 그렇고, 먹는 물인 낙동강 상류에 중금속 문제로 시끄러운 영풍제련소 산단 확장 계획에 주민들이 나서서 공장 폐쇄까지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40년 이상 낙동강 변에는 많은 산업단지들이 들어섰다. 91년 구미 두산전자 페놀유출 사건을 계기로 식수원 오염과 중금속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왔다. 20년 후, 낙동강 곳곳에 보가 생기면서 수질이 더욱 나빠졌다. 문재인정부가 낙동강 재자연화 정책을 추구하면서, 꼭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강변에 위치한 중금속 배출 업체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통해 이전과 폐쇄에 대한 대책마련도 해야 할 때이다. 한편 경관이 뛰어나고, 강 배후에 홍수터 역할을 해왔던 배후습지들을 다시 회복하는 일도 정책 우선순위에 배치해야 할 것이다. 강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의 농업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 아이들과 도시인들을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정부 정책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 4대강 문제로 생기는 농민과 환경단체의 갈등도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는 선현들 삶의 철학에 맞추어 정부가 나서서 농민피해에 대한 대책과 동시에 낙동강 재자연화 정책을 물 흐르듯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 특히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우포늪으로 흘러들어오는 생활폐수와 농약 등 오염물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은 지천과 토평천이 만나는 지점에 쓰레기 처리 망과 오폐수처리 시설을 도입하여 우포늪 수질과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방안을 환경부에 요청하여 수질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연초록 왕버들아래서 잉어는 산란하고

오늘도 모니터링을 위해 길을 나선다. 마을에서부터 늪까지는 10분 거리이다. 길을 잡으면 먼저 곳곳에서 개구리 울음소리와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철새들을 만난다. 청머리오리와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공존하도록 넉넉하게 품어주는 늪이 고맙다. 간혹 한낮에도 나타나는 고라니의 모습도 반갑고 잉어들을 비롯한 뭇 생명들이 산란에 모든 에너지를 모아내는 봄철이다. 목포 늪의 고방오리 무리와 쪽지 벌의 청머리오리 무리들, 우포를 비롯한 곳곳에서 보이는 넓적부리오리들의 마지막 먹이활동이 끝나면 여름철새들의 보금자리와 곧 자리를 바꿀 것이다. 이미 흰눈썹황금새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금 늪은 연초록빛의 잎들로 눈부시다. 왕버들도 기지개를 켜면서 새순을 틔우고 있는 다시 일어서는 풍성한 봄이다. 이른 아침 물안개 속을 따라 걸으며 곳곳에서 자연으로 돌아간 주검들을 만난다. 늪 안에서 무수히 태어나고 사라지는 생명들을 보며, 그들도 나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이 더욱 깊어지는 햇살 따뜻한 시간이다. 지난 겨울철에는 추위와 먹이경쟁에서 낙오된 너구리 한 마리가 물억새 숲에 누워있기도 하고, 고라니도 여러 마리 추위에 견디지 못해 죽은 시체들을 보았다. 너구리와 삵에게 살점을 내어 주고 순한 눈만 남아있어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큰고니와 큰기러기들도 얼어 죽으면 어김없이 하늘에는 자연의 청소부인 독수리가 날면서 죽은 먹이를 노린다. 나도 잠시 자연 안에서 먼저 떠나간 뭇 생명들을 생각하며 잠시 살아있는 육신을 슬그머니 큰 나무 속에 넣어본다.

번개를 보면서 삶이 한순간임을 몰라서야

아침 모니터링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웃 집 할머니가 자연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

는다. 마을회관을 오가며 간혹 우리 집 마당에서 때로는 담벼락 댓돌에서 소벌(우포늪)에 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분이셨다. 오후에는 물에 잠긴 나무들을 살피면서 길을 나선다. 버드나무는 물속에 잠겨도 뿌리를 내린 흙 안에 물을 저장하고, 오염물질들을 영양분으로 활용하여 성장에 이용한다. 물고기의 산란장이 되고 뭇 생명들을 나무둥지에 집을 짓게 한다. 이산화탄소도 흡수하며 기후변화조절에도 기여한다. 봄에는 무성한 새순을 피우면서 새들에게 보약을 제공하는 넉넉한 어머니의 품 같은 나무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물억새나 갈대숲에서 살아간다. 평소에는 갈대숲과 덤불사이로 빠르고 분주하게 움직여서 관찰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러나 봄이 되면 어김없이 버드나무 위에서 새순과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살기 때문에 생태를 관찰하기 쉽다. 그리고 큰오색딱따구리와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등도 무척 버드나무를 좋아해 그 곳에 둥지를 만들기도 하고, 벌레잡이에 이용한다. 그러나 생태적 가치를 몰라 왕버들을 하천의 물 흐름을 방해 한다며 쉽게 베어버리기도 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버드나무는 홍수위상승에 큰 영향이 없다며 천변식생으로 권장하고 있다. 오히려 버드나무의 뿌리가 둔치나 제방의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늪 안에서 늘 관찰해 보면 유입종인 미루나무 같은 경우에는 큰 홍수나 태풍이 불면 쉽게 쓰러지지만 토종 버드나무들은 부드러운 몸 움직임으로 자신을 잘 지켜낸다. 특히 뿌리들이 늪으로 유입되는 각종 오염 물질들을 정화해 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산란철을 맞은 잉어와 붕어들이 왕버들과 수초들 사이에서 많은 알들을 키워내는 보금자리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늪 속에 자리한 다양한 식생들과 야생동물 사이에는 협력적 관계이다.

자연에서 아이들이 학습하는 사회로

우포늪을 찾는 아이들에게도 이런 생태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대구, 경북지역 학생들이 유난히 우포늪을 많이 다녀간다. 경남의 아이들은 우포생태교육원이 전국에서 최초로 습지환경교육을 2008년부터 시작하였으나, 경북, 대구지역 아이들은 마땅히 체험학습 할 때가 없는지 우포늪을 찾아온다. 경북, 대구 교육청이 경남교육청. 창녕군과 연대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신경을 쓰면 좋겠다. 매년 따오기복원센터 인근 논습지에서 주민들과 초등학생, 행정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우포늪 따오기 야생방사에 대비해 미꾸라지 방류하는 행사를 가진다. 올해도 상반기에 예정된 따오기의 야생방사를 앞두고 방사된 따오기가 자연에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건강한 늪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행사가 있었다. 사람들은 묻는다. 논에 미꾸라지 방류를 왜 하는지? 따오기가 사라진 이유가 논 생물이 사라지면서 멸종하였기 때문에, 우포늪 같은 습지보호지역에서는 농약이나 다른 오염 물질로 미꾸라지 등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을 바꾸어 주는 셈이다. 과거 자연농법으로 살아온 조상들의 전통농업 방식으로 따오기 서식처를 만들어 주어서 그들이 야생에 나왔을 때, 먹이문제로 다시 사라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가 매입한 토지를 대상으로 일차적으로 먹이 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포늪 방문객이 미꾸라지를 나누는 사회로

한편 40년 전에 멸종된 따오기를 야생에 돌려보낸다는 것은 우선 큰 모험이다. 아무리 보호지역 내에서 서식 환경을 잘 조성해도, 결국 날아다니는 짐승이기 때문에 보호지역을 벗어난 지역은 오염과 위험 노출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실제로 일본과 중국 등도 복원 성공을 30-40년 세월을 통해 성공여부를 판단하고 있어, 이번에 야생에 나가는 40여 마리 중 과연 몇 마리가 야생에서 살아남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중국과 일본의 경험에서 30-40%가 살아남아 둥지를 트고. 새끼를 낳는다면 그 자체가 성공이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매년 추가적으로 방사하는 개채들이 늘어나면서 언젠가는 한반도 전역과 나아가서는 북한 그리고 중국 북쪽까지 날아가서 동북아시아 어느 곳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국민적 관심도 필요하다. 따오기를 매개로 남북과 동북아가 공동 연구와 야생복원을 통하여 이

땅에서 사라진 야생동물들이 최소한 보호지역 내에서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역과 협력하여 생태경제공동체수준까지 생태복지를 실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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