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살아있는 생태현장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큰기러기와 큰고니 등 많은 오리류들을 관찰하면서 늘 대장 파수꾼의 리더십이 중요한지를 안다. 혹 무리 중에 뒤떨어진 녀석이나 딴 짓하는 녀석에게는 엄중한 경고와 때로는 가족무리들의 집단 꾸지람이 가해진다. 이렇게 야생의 현장에서 가족들이 먹이를 취하는 시간에도 꼼짝 않고 좌우를 살피고, 독수리의 경우는 높이 비행하면서 위험요소가 제거될 때까지 무리들을 섣불리 먹이 터로 안내하지 않는다. 이처럼 야생의 세계에서는 엄격한 질서와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아간다. 하물며 지방행정과 공적인 일을 맡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엄격하게 단련하지 않고 헌신하지 않는 사회는 불행한 일이다. 요즘 세태를 보면 ‘짐승보다 못한 사회’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시대 화두는 지속가능한 발전

우리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경상남도, 기초지자체 등이 2030년까지 달성할 17개 분야 정책목표를 설정해 가야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 목적으로 지역별로 원탁회의를 통해 광범위한 지역공동체의 직접 참여를 통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자체의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17개 목표는 빈곤 종식, 지속 가능한 농업,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성평등, 깨끗한 물과 위생, 모두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산업·혁신·사회기반 시설, 불평등 감소, 지속 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기후변화 대응, 해양생태계 보전, 육상생태계 보호, 정의·평화제도, 파트너십 등이다. 최근 이렇게 민·관이 함께 원탁에 마주 앉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다. 특히 잚은 주부들이 아이들을 동반하여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개진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덧붙여 17개 정책 분야 경남도 관계부서와 18개 시·군의 공무원도 함께 참여해 소통과 협치의 장으로 모임을 가진다. 이렇게 지역공동체 마다 원탁회의를 통해 지역의 미래를 위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의 장을 마련하는 장치를 가질 때, 공동 목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로 이행하게 될 것이다.

생태관광 핵심은 보전과 현명한 이용

창녕군은 농업, 생태와 문화, 역사관광 등 지역 특성을 통해 지역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처럼 중앙정부로부터 예산 지원 받아 건물만 잔뜩 지어 놓으면 그 빚은 다 국민 새금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가치정립과 행동 지침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 간에 원탁회의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우포늪 만해도, 더 많은 우포늪에 적합한 나무를 심고, 야생동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에 방점을 찍고, 그 다음에 현명한 이용 속에서 사람들이 자연과 어울려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조용히 걷고, 자연을 즐기며 그런 과정 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또 생산성을 높이기도 한다. 그런데 간혹 행정이나 준비를 하는 측면에서 착각을 하고 있다. 소통(communication), 교육(education), 참여(participation), 앎(awareness), 이런 중요한 내용을 무시하고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관광은 보전에 방점을 찍지 않고 이용만 하겠다는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 우포늪이 습지보호지역이 되고, 다양한 가치창출을 위해 영역별 모임을 하고, 때로는 이해당사자 간에 치열한 논쟁을 통해 미래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위에 열거한 소통, 교육, 참여, 앎을 통해 완성되는 셈이다. 그래서 우포의 자연, 지형, 문화, 그리고 이곳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와 조사 연구를 통해 기초자료를 만들고 그를 바탕으로 큰 그림을 통해 보전 전략을 잘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습지지역 야생동식물에 대한 이해와 보전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들의 서식지를 넓게 만드는데 국가와 지자체, 다른 행정기관의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 또한 방문객에 대해 습지와 환경에 대한 사전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며, 반드시 가이드를 동반하여 보호지역 내 출입을 해야 한다. 한편 이곳에서는 주민 치량을 재외하고는 자동차의 출입이 통제되어야 한다. 관광객들은 원탁토론에서 논의된 이동 수단들로 투어를 하거나, 주민들이 이동 수단과 해설을 동반한 이동 수단이라면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에코투어리즘 협회에서는 '가이드가 없는 생태관광은 생태관광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포에서 다른 습지들을 본다

“자연이 아름다운 곳은 사람들이 불편해도 찾아간다.” 필자도 봄을 맞아 며칠 동안 불편한 여행을 하였다. 먼저 살구꽃과 복사꽃 향이 그윽한 산골마을 경북 문경 돌리네 습지보호지역에서 건강하신 마을 할머니들을 만난다. 낙천적이고 인정이 많으시다. 마을회관에서 86살이 되신 안동댁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눈다. 13살 때 안동에서 시집오신 할머니를 통해 또 한 번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듣는다. 모진 세상을 살아오신 이 시대의 어머니들이다. 가장 나이가 많으신 91세 된 어머니도 돌리네 습지를 본 소감이 어떤지를 묻는다. 작은 마을의 자랑거리로 여기면서 외지인들에게 이것저것 그 주변에서 농사지으면서 살아온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할머니들은 달달 커피에 물고구마를 손님들에게 대접하신다. 맛있게 잘 먹었다. 이곳 돌리네 습지는 지질학적으로 의미가 있다. “석회암지대에서 탄산칼슘이 녹으면서 깔때기 모양으로 패인 웅덩이를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와지 안에서 경작할 수 있는 크기를 돌리네라 부른다."고 한다. 예전에는 주로 농경지로 사용하였지만, 이농 인구가 많아지고, 논으로 사용하던 곳이 물웅덩이로 남아 고창 운곡습지처럼 버드나무 군락지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이곳에 다양한 동식물들이 들어오면서 마을주민들과 문경시가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요청하여 환경부가 주민들과 함께 보호정책을 펴고 있는 곳이다. 이 작은 습지를 문경시내 학생들의 생태체험 학습장이 되고, 이곳의 농산물은 유기농으로 생산하여 마을에 경제적 보탬이 되도록 지속가능한 마을로 민관이 협력하여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다. 이 작은 공동체에서도 노인들과 행정, 민간전문가들이 지역 특성을 살려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잘 알려진 습지의 속살을 본다

화포천 습지보호지역 옆 퇴은마을 부녀회와 마을주민들은 힘들어 하고 있다. 과거 김해시 난

개발로 작은 공장들에 둘러싸인 이 마을은 낮에도 매캐한 냄새와 먼 마을에서 흐린 날 스믈스믈 묻어오는 축산 악취로 고통이다. 단기적으로 마을과 공장이 상생하는 프로그램 작동과 중장기적으로 마을 주민들 삶의 질을 높여가기 위해서는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마을 노인회장께서는 젊은 시절 공장유치에 앞장섰던 과거를 반성하신다. 당시 마을 어른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염으로 마을 인심도 달라지고, 김영삼 정부의 창업지원법으로 더욱 난개발 마을이 되었단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런 마을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를 바란다. 오전 구포에서 낙동강 어민들과 대화에서도 수십 년 동안 산업화로 퇴적된 오염물 개선을 통한 어업환경 개선을 촉구한다. 그래서 어민들은 습지보호 지정 과정에서 수질이 개선되어 고기도 잘 잡고, 배를 통한 생태관광도 잘 될 수 있도록 민관 이해관계자 간에 소통과 부산시 등이 낙동강정책에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기 기대하고 있었다. 한편 고양 장항습지는 DMZ 안에 있었지만, 최근 바깥 철책선이 걷히고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 자연도 지켜내고 먹거리도 친환경 쌀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일을 풀어가려고 민관이 노력하고 있었다. 경기도에서 먼 길을 달려 순천만 교량마을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동천과 순천만이 만나는 아름다운 한옥 마을이다. 주민들은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 부녀회가 나서서 방문객들을 마을 곳곳을 안내하는 특별한 곳이다. 동천과 순천만이 만나는 지점에 살고 있는 ‘붉은발말똥개’ 보호를 통해 마을 주민들이 소통하고, 마을청소와 생태그림을 그리면서 옹기종기 살아가는 곳이다. 인근학교와 연계하여 미래세대에게 그 경험 전수와 텃밭교육 등을 통해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곳이다. 이번 습지기행을 통해 느낀 점은 지역의 유형 무형 자산을 잘 지켜내고, 그것을 토대로 지역발전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화두이다. 우포늪도 큰 원탁회의를 통해 민관학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준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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