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이인식

우포늪에는 물안개가 아침 해를 품어내는 봄날이다. 우포식구들이 봄날 지리산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산청 3매를 그린 화가를 만나기로 했다. 이호신화백은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세상을 향한 그리움과 사람에 대한 숭고함을 일깨우고 그 깨우침으로 마음에 품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한다." 그렇게 그린 산청 3매를 찾아 이호신화백이 안내하는 탐매여행에 우포식구들과 지리산 벗들이 만나 산천재에서 시작한다. 지리산 천왕봉 아래 산청군 시천면 사리에 있는 산천재의 뜰에는 남명 조식(曺植, 1501~1572)선생이 61세이던 명종 16년(1561)에 손수 심은 매화나무가 있다. 산천재는 선생이 학문을 닦고 연구하던 곳이다.

매화 향 가득한 영남의 선비들

마침 전날 밤 우포늪 창녕 조씨의 세거지인 세진마을에서 공자이야기를 송명호선비께서 밤늦도록 해 주셨다. 특히 남명과 퇴계의 삶과 매화이야기를 나눈 후에 다음날 이호신화백을 따라 매회공부에 나선 것이다. 그래서 의미가 더한 여행이었다. 낙동강에 퇴계선생을 비롯한 역사 속에 우뚝 선 영남의 선비들이 자리 잡았다면, 지리산 자락에서는 남명선생께서 그 품에 들어 많은 재야 선비들을 매화 향처럼 키워내었다. 남명 선생은 영남의 퇴계 이황과 더불어 지리산 맑은 물을 안동에서 흘러온 낙동강 물이 남지 합강정에서 만나 영남의 맑은 기운을 역사 속에 우뚝 세운 분들이다. 당신은 평생 벼슬에 나가지 않았지만 죽어서 사간원(司諫院)과 대사간(大司諫)에 이어 영의정에 추서된 위인이다. 선생은 1501년(연산7년)에 경상도 삼가현에서 태어나 벼슬길에 나아간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이주하였다가 그 후 의령, 김해, 삼가 등지에서 거주하였다. 선생은 61세가 되던 해에 산청의 덕산으로 이주해 그곳에 서실을 짓고 산천재라 이름 하였다. “이 당호의 ‘산천(山天)’ 이란 말은《주역》대축괘(大畜卦)의 “강건하고 독실하게 수양해 안으로 덕을 쌓아 밖으로 빛을 드러내서 날마다 그 덕을 새롭게 한다"는 말에서 뜻을 취한 것으로 강건한 기상과 독실한 자세로 세상에 나아가지 않고 깊숙이 묻혀 심성을 도야하고 올바른 수양을 하는 것이 학자의 길임을 천명한 것이다.” 선생은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곳에 산천재를 짓고, 그 뜰에 매화나무를 심어 해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이 매화나무를 보며 선비의 도리를 생각하였을 것이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평생을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으면서도, 퇴계선생이 농기구를 만들어 장에 내다 팔아 호구지책을 마련하였듯이, 남명도 논밭 갈며 농사로 실사구시적 삶을 살았다. 이 점이 어쩌면 농사 짓고, 농기구 팔아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매화처럼 살았던 두 선비가 그리운 까닭이다. 산천재의 뜰에 있는 이 남명 매는 산천재를 건립할 당시에 심었다면 이제 450여년의 세월을 담았다. 그 매화 앞에서 이호신 화백과 송선비 그리고 산청지역 문화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매화 향을 가득 즐겼다. 우포늪 세진마을 학음제에서 풍기는 고려 말 절개를 지키고 고향으로 돌아온 조계방 선생의 꽃 향도 함께 하였다. 남명선생도 그 절의를 가슴에 품고 살았을 터이다. 이렇게 탐매여행은 우포늪에도, 지리산에도 어쩌면 나라 안 곳곳에 선비 절의 속에 매화 향으로 살아나는지도 모르겠다.

창녕군-한중시 따오기 우호증진협약체결

지난 2월 20일부터 23일까지 창녕군과 따오기관련자들이 우포따오기 야생방사 대비 중국 한중시와 양시엔을 방문했다. 3박 4일 일정에서 부산 직항로부족으로 인천공항 이용으로 2일은 이동시간이다. 하루는 한중시에서, 이튿날은 양시엔에서 바쁜 일정이었다. 창녕군과 한중시 간의 우호증진협약 체결을 통해, 한중시장이 자매도시 의향을 제안함으로서 향후, 경제, 문화교류로 폭 넓힐 것으로 예측된다. 다음날 양시엔에서는 현장이 직접 나와 따오기복원센터와 야생현장 방문과 양 지역 교류를 돈독하게 하자는 오찬자리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창녕군수는 작년 따오기 국제포럼에 대합초등학교 풍물패 어린이들 초청에 감사하면서, 금년 따오기 야생방사 기념으로 양시엔 어린이를 초대하기로 했다. 시안에서는 총영사 초청 만찬장에서 따오기로 인한 양국 교류에 기여한 창녕군에 고맙다는 인사에 한정우군수도 외교적 지원에 감사하다는 답사로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창녕군과 우포따오기 야생방사 준비행사에 참가하면서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2005년 늦은 여름, 글쓴이도 중국 샨시성 양시엔에 서식하고 있는 ‘따오기를 찾아서’ 먼 길을 다녀온 적이 있다. 창녕군과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30년 전,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따오기를 우포늪(소벌)에 되살리기 위한 1차 민관 현장방문이었다. 특히 2008년 람사르협약당사국 총회를 경상남도에 유치하기 위하여 2005년 11월에 열리는 아프리카 우간다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이루어진 의미 있는 행사였다. 그렇게 시작하여 창녕군과 경상남도, 환경부를 접촉하면서 민관협력으로 시작된 일이 14년이 지난 2019년 5월에는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에서 유엔 생물다양성에 즈음하여 국가적 행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창녕군수도 중국과 일본 따오기복원 현장을 방문하여 먼저 야생방사에 성공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사실 이번 우포따오기 방사 행사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

따오기방사 국가적 행사로 준비해야

당장 대통령을 모시고, 국가행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우포늪과 따오기라는 주제로 국내외 다양한 심포지엄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연대회의 그리고 람사르습지도시와 야생복원을 실행하고 있는 나라별 지역도시 간 교류, 국내 환경교육교류 등을 종합적으로 기획하여야 한다. 그동안 우포따오기복원 과정은 복원센터에서 직원들이 각고의 노력과 서식지 확보를 위해 둔터 마을 앞 논에 따오기 서식지를 만들기 위해 지역의 아이들과 주민 그리고 민관의 협력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야생복귀를 앞두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야생방사 후에 그들의 먹이 터 확보가 가장 큰 과제이다. 먼저 따오기가 먹이를 구하며 살아갈 공간인 무논이 충분하지 않다. 일차적으로 40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므로, 먹이터가 될 무농약 재배 논이 29ha 정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확보한 논은 6.9ha정도에 불과하다. 우포늪 주변 농민들은 벼농사보다는 돈이 더 들어오는 양파, 마늘 재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따오기 복원 정착에 도움 되는 무논을 늘리려면 농민들을 설득해서 친환경 논을 유지하도록 금전적인 보상 체계도 세워야 한다. 당장 40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간 뒤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찰하고 연구를 확대해야 하는데 필요한 인원, 장비,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 날개 달린 새가 사람이 마련해 준 곳에만 머물러 살지는 않을 것이니 지자체와 지자체, 민간과 공공 연구기관의 협력 체계도 갖춰야 한다. 창녕군과 경상남도,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한중일 3국의 따오기 야생복귀를 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어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어 야생방사를 위한 제반 과학적 토대와 훈련과정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우리정부의 경우는 이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일본 따오기 야생복귀를 위한 노력

일본도 1999년 이후, 따오기보호와 증식을 통하여 2016년 8월 현재 사도시 3개 시설에서 145마리와 본토 4개 시설에서 48마리 등 총 193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현재 우포늪에서 증식된 개체수는 171마리이다. 일본이 2008년 첫 야생방사를 시작하여 야외에서 방사되어 그곳에서 번식하고 태어나서 생존하고 있는 숫자는 200여 마리로 확인되고 있다. 지금 일본은 실내에서 200여 마리와 야외에 200여 마리가 살아있는 셈이다. 일본 따오기 서식처전문가 혼마씨는 사도시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로 따오기가 방사가 계획된 단계에서부터 따오기와 주민이 공생하는 자연환경과 서식환경에 힘쓰면서, “따오기를 기르는 농법”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덧붙여 따오기야생복귀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여 야생에 방사할 따오기 훈련은 그들이 살아갈 수목과 논을 비롯한 서식 공간, 특히 야생적응방사훈련장에서의 3개월간의 비행과 채집능력 향상, 사람과 차 등의 순화훈련에 집중한다. 그리고 환경성은 지역봉사활동, 니가타 대학과 모니터링 팀을 만들어 매일 새벽부터 따오기의 행적을 추적하고, 주민의 목격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따오기 교류회관”에 들어온 정보는 현장 모니터링 팀에 즉각 전달된다. 이렇게 꼼꼼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야생의 따오기 현황을 파악하는 야생복귀의 대처 방침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모니터링에서 따오기의 행동, 생태 및 서시 수 등을 파악하고 야생복귀 목표와 방침을 세우는 활용한다. 무엇보다 따오기가 좋아하는 환경을 파악하고, 정보를 농가와 마을사람들에게 전달하여 따오기와 사람이 공생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한 발짝 한 발짝 욕심내지 말고 착실하게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고 조언한다. 하루빨리 성과를 내고 싶다고 초조해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에는 따오기복원과 황새복원 과정에는 주민들과 협력을 통해 적어도 30-4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는 그들의 경험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이다. 글쓴이로서 항상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따오기의 복원은 국가주의와 지역 이익 측면에서 접근하거나 지나치게 이벤트화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따오기에게 국경은 없다. 따라서 과학적 사고의 바탕 위에서 따오기복원이 지속되고, 한반도 따오기복원의 의미가 언젠가는 겨울철새였던 따오기를 우포에서 출발하여 중국의 북부로 날아가고, 북한으로 날아가서 동북아생태계 복원과 더불어 한반도와 주변 나라들 간에 평화를 상징하는 사절로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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