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령

먼 옛날 8000년 전 선사시대 때의 이야기입니다.

바닷물이 낙동강 중류까지 흘러 들어오는 비봉리(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44)라는 조그마한 마을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움집을 짓고 씨족사회를 이루며 부족 단위로 정착생활을 하며 살았어요. 이 시기는 빙하시대가 끝나고 지금과 같이 날씨가 따뜻해졌습니다. 따뜻해진 기후 덕분에 비봉네 부족들은 마을앞 강과 바닷가에서 조개와 고기를 잡고, 산과 들에서 멧돼지나 사슴 등 사냥도 할 수 있었지요. 산에서는 열매들도 채취하고 도토리도 줍고, 들에는 밭농사인 콩도 심었습니다. 그리고 도토리에 떫은 타닌(소금물에 빨리 제거됨) 성분을 제거하고 벌레를 막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하여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에 도토리 저장고도 여러 개 마련하였습니다. 몇 천 년 억겁을 길어 올린 조상들의 지혜는 정말 훌륭한 것 같아요. 신석기인 들은 고기잡이와 농사를 지을 때면 노동요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농업노동요는 신석기시대에 생겨났어요.(갈이노래, 심기노래, 거두기 노래의 종류, 교환한, 서후창 같은 가창방식의 기본 등) 노동요는 농사에 관한 것들만 아니고 고기잡이를 하면서도 나무를 벨 때도, 무거운 것을 운반 할 때도, 집을 짓고, 절구질을 할 때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부족들은 처음으로 토기를 만들어 조리도 하게 되었어요. 처음 토기를 만들 때는 무늬를 넣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토기에 띠를 붙이고 선을 긋고, 짧은 선과 긴 선을 그어 무늬를 만들어 넣었죠. 조형예술물인 이 무늬가 바로 빗살무늬랍니다.

토기는 단순히 장식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답니다. 직선으로 쭉쭉 뻗어 나가는 무늬야말로 신석기시대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했거든요. 직선으로 뛰어오르는 동작으로 이뤄진 이 무늬의 의미는 농작물이 잘 자라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랍니다. 씨를 뿌리고 난 다음 주술적인 동작이 필요했던 애니미즘(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세계관) 같은 원시 종교적 사고도 가지고 있었어요. 이밖에 멧돼지무늬 토기도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변화의 가장 중요한 계기는 바로, 농사가 시작되었던 데 있습니다. 농사의 시작은 파급적인 효과가 커 농업혁명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답니다.

어느 날 비봉네 부족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남자들은 뒷산으로 올라가 200년 된 제일 큰 소나무 한 그루를 선정했습니다. 그리고는 돌도끼를 이용하여 영차~ 영차~ 힘을 모았습니다. 큰 소나무는 “찌지직” 울음소리를 내더니 황량하게 “툭” 쓰러지고 말았답니다. 남자들은 쓰러진 나무에 탄탄한 칡넝쿨을 묶어 마을로 가져 왔습니다. 이 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분주해졌습니다. 나무의 잔가지를 쳐내고 일정기간동안 통나무를 물에 담구어 두는 일로 일손들이 바쁘게 움직였죠. 큰 돌을 모아 불에 달구는 소리, 돌 자귀를 이용하여 나무에 그을린 부분을 긁어내는 소리에 부족마을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루 또 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소나무는 신기한 모습으로 변해 갔습니다. 통나무였던 소나무가 움푹 패이고 드디어 U자 모양의 아주 멋진 통나무배로 탄생되었습니다. 부족들은 함성을 지르며 노(삿대)도 만들어 물을 가르며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 배는 마을사람들의 이동용으로도 쓰여지게 되었지요.

한 편 마을 앞 바닷가에서는 어망추(漁網錐)를 그물에 매달아 그물이 물에 가라앉도록 하여 고기를 많이 잡았습니다.

그리고 편물 기술을 보여주는 망태기도 짜서 여자들은 바닷가에서 조개도 채집하고 도토리 저장고에서 도토리를 꺼내어 갈판에 놓고 갈돌로 갈아 도토리묵도 만들고 떡도 만들었답니다.

바다 내음 물씬 풍긴 음식들과 콩으로 만든 음식들로 마을에는 큰 잔치가 벌어졌어요. 이른 아침 산으로 나간 사람들은 화살 같은 막대기 앞쪽에 돌화살촉(石鏃)을 매어서 짐승들에게 마구 쏘았습니다. 드디어 멧돼지와 사슴을 잡았습니다. 부족들은 환호를 지르며 마을로 내려와 불을 피우고 잡은 짐승을 맛있게 구워 먹으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마을 어귀에는 가래나무(추자)도 심고, 때죽나무와 과일 나무도 심었습니다. 때죽나무는 분말을 만들어 마취제로도 이용하였답니다.

봄이 오면 살구나무와 복숭아나무에서 예쁜 꽃을 피우고 바닷가 움집이 있는 비봉네 마을은 아늑하고 따뜻한 그림 같은 마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비봉네 마을에 혼례식이 있는 날입니다.

식물을 이용하여 얼굴에 연지 곤지를 찍고 분을 바른 신부는 너무도 화려하고 예뻐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신랑 또한 늠름한 키에 넓은 어깨하며 호랑이라도 잡을 듯 한 용맹함에 마을사람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부족들은 모두 북을 두드리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산과 들에 있던 짐승들도 모두 나와 혼례를 축복합니다.

큰 자치가 벌어지고 난 후 마을에서는 준비한 많은 음식들을 나누어 먹고 후손들도 많이많이 번창하여 마을은 점점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비봉네 마을사람들이 식생활을 하고 버린 조개들은 마을 앞에 쌓이기 시작하였어요. 8000천 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뒤 오늘날 비봉네 마을은 내륙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2003년 태풍 매미로 비가 많이 내려서 많은 농작물이 물에 잠기게 되자 2004년 이곳에서는 양배수장을 건설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이곳을 지나던 어느 고고학자의 눈에 조개무덤이 발견 되면서 신석기시대 우리 조상들이 생활했던 모습들이 조개무지에서 보석처럼 나왔어요. 지금은 이 자료들이 많은 연구 자료로 쓰여지고 있으며 창녕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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