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에도 매골승이 조선 초의 사례와 유사한 모습으로 존재했으리라 여겨진다. 신돈이 매골승 생활을 사원 소속으로 했는지, 濟危寶(濟危鋪)와 東西大悲院등 국가의 사회복지의료시설 소속으로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쨌거나 신돈은 어렸을 때부터 노비, 매골승 등 궂은일에 종사해 세상의 온갖 쓴 맛을 보며 성장했다고 보인다. 靖宗12년 3월 이래 반야경을 彩樓子로써 메고 개경 거리를 돌며 民을 위해 祈福하는 ‘經行’이 해마다 열렸고, 예종이 4년 4월에 近臣을 보내 朴淵및 諸神廟에 禱雨하고 五部에 瘟神을 제사하면서 般若道場을 개설해 질병을 祈禳하게 했고, 15년 8월에 5部에게 명해 반야경을 3일간 독송해 질병을 기양하도록 했다. 무인정권기에 이규보는 질병을 기양하는 經行을 위한 祝文과 동경(경주)에서 토벌군의 역병기양 般若法席文을 찬술했고, 任益惇은 疫病이 돌고 있는 黃驪(驪州)에 부임하자 몸소 緇黃(승려)을 거느리고 大般若를 독송하면서 閭巷을 두루 돌게 하여 구제했다. 반야경은 질병 재해 예방과 구제에 효험이 있다고 믿어졌으므로 매골승 신돈도 반야경에 익숙했으리라 짐작되며, 매골 과정에서 극락왕생을 기원했을 터이니 관음과 아미타 신앙을 지녔을 것이다.

편조(변조)가 어느 종파의 승려였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신돈에 대한 묘사인 ‘談空’과 ‘目不知書’ 등을 禪의 측면으로 해석해 선종 승려로 보는 견해가 있다. 화엄종 승려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遍照가 비로자나의 意譯인 光明遍照의 줄임말이라는 것, 의상이 개창한 낙산사를 신돈이 원찰로 삼은 것, 화엄 승려가 문수보살로 존숭된 사례 등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화엄 승려설이 거의 정설처럼 퍼져 있지만 설득력이 강하지는 않다.

‘遍照’는 화엄의 전유물만은 아니어서 유가종(법상종) 승려인 海圓의 존호에도 사용되었고, 光明遍照의 비로자나는 밀교의 大日如來를 의미하기도 했다. 낙산사(관음신앙) 혹은 문수신앙이 화엄의 전유물도 아니었다. 관음과 문수는 신앙 정도와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대승불교의 거의 모든 종파에서 숭배한다. 진양공(최우)이 아프자 洛山寺住持持念業禪師祖猷가 洛伽山千里로부터 와서 주술로 치료한 것을 고종이 가상히 여겨 大禪師를 하사했으니, 의상이 창건했다는 양양 낙산사도 화엄종이 아니라 밀교의 일종인 持念業이 차지하고 있었다. 화엄 승려 천희가 신돈과 친해 국사를 제수 받은 일이 신돈의 화엄승려설 근거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천희가 국사에 책봉된 것은 화엄승려여서 아니라 그가 江浙에 건너가 달마의 법을 전수받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禪顯은 신돈과 친밀해 왕사에 책봉되었는데 선종 승려로 파악된다. 신돈과 그 모친이 옥천사 노비였으니 신돈이 화엄 승려였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신돈이 옥천사의 노비였기 때문에 차별을 덜 받기 위해 이곳을 피해 다른 사원에 출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승려 생활 과정에서 종파를 바꾸는 경우도 있었음이 고려되어야 한다.

편조(신돈)가 천태종 승려였을 수도 있다. 천태종 中照가 충혜왕 후4년 8월에 왕과 元使가 참석한 묘련사 연회에서 춤을 추었다. 천태종 神照는 원주 치악산 각림사 출신이었는데, 항상 공민왕의 궁 안에 머물렀고 공민왕 19년에 工夫選을 주관한 나옹에게 공부 10절을 묻는 역할을 담당했다. 遍照는 이 천태 中照및 神照와 法형제였을 가능성과 원주 각림사에서 생활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신돈의 당여로 죽임을 당하는 승려 天正과 哲觀이 그 이름으로 보아 天台승려로 추정되기에 더욱 그러하다. 柳璥이 北山洛山寺를 찬미하는 글을 지었는데, 그는 천태종 天頙(진정국사)의 俗弟子로 백련결사를 후원했다.

충렬왕이 제국대장공주와 함께 원년 3월에 北山洛山寺에 행차했는데, 둘은 개경에 천태종 妙蓮寺를 원찰로 창건하는 등 천태에 경도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영험한 관음도량으로 신돈의 원찰이기도 한 개경 북산 낙산사가 천태 사찰이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신돈은 공민왕 14년 무렵에 집권했을 때 늙은 상태(老)였으니 평균 나이가 요즘과 달라 추정하기 어렵지만 55~60세 전후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렇다면 충숙왕 충혜왕 무렵에 청년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영산현 佛宇조항에 따르면, 靈鷲山寶林寺에 般若樓가 있는데, 고려 金倫이 合浦萬戶로 근무할 때 西域僧指空을 위해서 이樓를 지으니 지공이 올라가서 반야경을 강론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지었다고 한다. 신돈 부친의 고향인 영산은 신돈이 태어나고 자란 계성과 서로 붙은 이웃 고을이었고, 보림사도 옥천사와 인접한 절이었다.

인도 출신의 고승 指空은 泰定 3년 丙寅(충숙왕 13년) 3월에 고려 왕경(개경)에 와 城西甘露寺(성서감로사)에 머물다가 금강산에 갔고, 이해 4월 하순에 개경으로 돌아와 城東崇壽寺(성동숭수사)에 住錫(주석)하면서 最上無生戒(최상무생계)즉 문수사리무생계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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