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람)은 물이 가는 길이다. 물의 원천은 산이다.

그 물길에 숱한 생명이 기대어 살아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때론 심술을 부리지만 아낌없이 내어주니 어머니 같다.

그래서 수천 년간 사람들은 강에 기대어 살았다. 강에서 고기를 잡고 강물로 농사를 지으며 배를 타고 강을 따라 오고 갔다. 자연 생태계의 자궁이요 젖줄이다.

물길을 따라 배가 다닌다. 그 배를 타고 사람과 물품들이 흘러간다. 강은 땅을 구분 짓는 경계이기도 하고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가뭄이 심해 물길이 끊어지고 규모가 작은 물길을 川이라 하고, 규모가 커서 물길이 끊어지지 않는 물길을 江이라 한다.

창녕 땅은 낙동강 중하류에 있고 회천, 황강, 남강이 합류하는 동서남북 물길이 교차한다. 교통의 중심에 있다. 즉 낙동강 중하류 물길의 중심지다.

창녕을 제대로 알기위해서 물길을 살펴야 한다.

창녕물길 150리(60km)를 몇 차례 답사하면서 느낀 점과 나루터, 마을과 장터, 누각과 정자, 산성, 봉수, 개비리길등을 공부하고 조사하였다.

창녕물길 중심으로 낙동강, 남강, 황강, 회천(모듬내)등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 낙동강 물길

낙동강 이름은 낙양(옛 상주)의 동쪽 또는 가락의 동쪽의 강이란 뜻이다. 영남의 젖줄로 한반도 3번째, 대한민국(남한)에서 가장 긴 강이다.

산과 들을 가르며 구불구불 흐르며 나루터와 마을 그리고 넓은 범람원 들판을 만드는 요술을 부린다.

길이 약 510km, 1,300리다. 안동에서 하단까지 배가 다닐 수 있는 가항거리 343km, 873리 정도이다.

대게 낙동강 1300리는 발원지 강원도 태백시 너덜 샘에서 경북 예천 삼강나루까지 600리(235km), 삼강나루에서 부산 하단까지 700리(275km)다.

큰 지류는 강의 동쪽 반변천(101km) 금호강(116km) 밀양강(90km)이 있고, 서쪽 내성천(102km) 감천(69km) 황강(111km), 남강(186km)이 있다.

○ 발원지 삼수령(三水嶺, 약 935m)

세 줄기 물이 흐르는 고개

낙동강의 발원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원래 큰 하천은 숱한 지류들이 모인 물줄기이므로, 각 지류들의 발원지가 모두 큰 강의 발원지가 된다. 그러므로 사람이 임의로 그중 한 곳을 상징적인 대표로 정해야 하는데, 지리 학계에서는 강 하구로부터 물줄기의 중심선을 따라 올라가 가장 먼 곳에 있는 발원지를 대표로 삼으며, 이를 최장(最長) 발원지라고도 한다.

이런 기준을 따르면 낙동강의 최장 발원지는 황지천의 상류인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梅峰山) 천의봉(天衣峯)에 있는 너덜 샘인데, 학계에서는 이곳을 낙동강의 발원지로 인정한다.

낙동강의 발원지는 동국여지승람(1486) 삼척도호부편에 ‘황지연못’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 현지답사 결과 ‘너덜샘’이다. 강원도 태백 황지연못은 상징적 발원지고 실제는 금대봉 남쪽계곡 너덜샘으로 보는 게 맞다.

전설에 의하면 놀부처럼 심술 많은 황부자가 스님에게 쌀 대신 오물을 시주해서 황부자 집터가 가라앉아 못이 되었다고 한다. 창녕 장척 늪에 전해오는 “장자늪과 부처고개” 전설과 똑같다.

악행을 저지르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전형적인 파가저택(破家瀦宅) 전설이다.

강원도 태백시 화전동에 위치한 삼수령은 비가 내리면 3개의 강으로 나뉘어 흐르는 곳이다. 백두대간은 태백시의 중심부에 이르러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동남쪽으로 낙동정맥을 분기한다. 이로 인해 하늘에서 같이 떨어지는 비가 서쪽 경사지로 흐르면 한강이 되고, 남쪽 경사지로 떨어지면 낙동강이 되며 동쪽 경사지로 구르면 삼척의 오십천으로 흘러들어가 영영 이별을 하게 된다.

삼수령 전설에 『하늘이 열리고, 우주가 재편된 아득한 옛날 옥황상제의 명으로 빗물 한 가족이 대지로 내려와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겠노라고 굳게 약속을 하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이 빗물 한 가족은 한반도의 등마루인 이곳 삼수령(三水嶺)으로 내려오면서 아버지는 낙동강으로, 어머니는 한강으로, 아들은 삼척 오십천으로 헤어지는 운명이 되었다. 한반도 그 어느 곳에 내려도 행복했으리라. 이곳에서 헤어져 바다에 가서나 만날 수밖에 없는 빗물가족의 기구한 운명을 이곳 삼수령만이 전해주고 있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와 낙동강 발원지 황지는 직선거리 10km인데 한강은 서해로 가고 낙동강은 남해로 전혀 다른 길을 간다. 인근 또 다른 발원지는 오십천이 되어 동해로 흐른다.

○ 강의 경로

우리나라의 지형은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아 대부분의 강은 동에서 서로 흐르거나 북에서 남으로 흐른다. 한강, 금강, 영산강, 만경강, 동진강은 동쪽 백두대간에서 발원하여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낙동강과 영산강, 섬진강등은 북에서 발원하여 남으로 흐른다.

대한민국(남한)에서 제일 긴 낙동강은 발원지 강원도 태백시에서 경북 봉화, 울진, 안동, 예천, 문경, 상주, 의성, 구미, 칠곡, 성주, 고령, 대구광역시 13개 시․군과 경남 창녕, 합천, 의령, 함안, 창원, 밀양, 김해, 양산, 부산광역시 9개 시․군을 관통한다.

이 강에 합류하는 지천은 반변천, 내성천, 위천, 금호강, 회천, 황강, 남강, 밀양강등 크고 작은 지천 742개에 달한다.

강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폭이 넓고 물의 흐름이 느려 본류와 지류를 합하여 300여개의 나루터를 만들었다.

낙동강은 경사도 완만하여 하구에서 344km 상류에 있는 안동 부근도 하상고도(河床高度)는 90m에 불과하다. 평균경사는 압록강보다 완만하다.

특히 마지막 160km 구간에서의 경사는 극히 완만하여 과거에는 안동까지 배가 올라갈 수 있어서, 영남지방의 내륙수로 교통의 동맥이었다.

예전에는 수량(水量)이 풍부하여 바다에는 해선(海船), 강에는 강선(江船), 좁은 수로(水路)에 다니는 장대 거룻배(쪽배)가 있어 내륙 깊숙이 실핏줄처럼 물길이 연결되었다.

우리나라 배의 특성은 바닥이 편평한 평저선(平底船)으로 얉은 물에도 띄울 수 있다. 옛날 수심이 얉은 물에서 배 양쪽에 밧줄을 걸어 강언덕에서 당기는 배꾼들이 있었다.

○ 신비로운 모래강

낙동강은 신비로운 모래 강이며 일부구간을 제외하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른다. 그 많은 모래는 어디에서 왔는가. 대체로 강 동쪽은 퇴적암지대이며 서쪽은 화강암지대다.

화강암은 단단하지만 지표면에서 비바람에 풍화되거나 지하수에 오래 잠기면 푸석 푸석한 마사토(磨砂土)가 된다. 그 마사토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면 모래가 되는 것이다.

낙동강 서쪽 백두대간 화강암지대에서 발원하는 영주 내성천과 금천, 문경 영강, 합천 황강, 진주 남강이 하류로 내려오며 끊임없이 마사토를 실으날라 모래 강이 되었다.

그 금빛 은빛 모래는 푸른 강물, 강변 버드나무와 어울려 목가적(牧歌的) 풍경을 만들고 황포돛배는 갈매기 노랫소리와 강을 따라 오르 내렸을 것이다.

비사벌뉴스  bsb2718@hanmail.net

<저작권자 © 비사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