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세사연구」53호의 주제는 지난해 11월 24일 한국중세사학회가 주관한 “창녕과 신돈 개혁의 길”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던 논문을 보완한 내용으로 한국중세사학회 자문을 받아 본지에 기획논문 4편, 일반논문 4편, 서평 1편등 총 9편을 2019년 1월호부터 연재한다.

신돈은 고려말기에 노비 출신으로 승려가 되고 공민왕의 신임을 얻어 집권해 개혁을 추진한 인물로 유명하다. 노비 출신, 승려 출신이 최고집권자가 되는 일은 유교사회인 조선시대에는 불가능하고 불교사회인 고려시대에서나 가능했는데 대단히 어려운 일로 일종의 사건이었다.

그가 전민변정도감(전민추정도감)을 세워 전민(田民)을 제대로 변정(辨整, 推整)하자 전국이 기뻐했고 노비들은 성인이 출현했다고 칭송했다.

그만큼 신돈은 역사적 의미가 큰 존재이건만 옛 기록에서는 난도질당해 왔다.

신돈은 공민왕을 제거하려 했다며 「고려사」편찬자는 우왕의 일대기를 세가(世家)에 넣지 않고 열전에서 반역전 신돈 편의 바로 뒤에 ‘辛禑’라 하여 실음으로써 우왕이 신돈의 씨라는 주장을 믿도록 유도했고 위화도 회군과 조선왕조 개창을 합리화했다.

신돈의 삶과 역사적 위상을 뒤돌아보기 위해서는 유자(儒者)가 편향된 시작으로 기록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의 신돈 기사에 대한 자료비판이 필요하다. 특히 「고려사」신돈전은 왜곡과 과장이 더욱 심해 다른 자료와 비교하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 유의하며 신돈의 삶을 되살려 보고 역사적 위상을 찾아보려 한다.

신돈의 유소년․청년 시절

신돈은「고려사」에 실린 그의 열전에 따르면 영산인(靈山人)이고 모친은 계성현(桂城縣) 옥천사(玉泉寺)의 비(婢)였다.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편조(遍照) 즉 신돈은 영산현 옥천사 노(奴)였다. 신돈은 그의 열전에 따르면 어려서 중이 되어 이름을 ‘편조(遍照)’, 자를 ‘요공(耀空)’이라 했는데, 모천(母賤)으로 인해 그 류(類)에 치(齒)되지 못해 항상 산방에 거처했다. 계성 옥천사는 계성이 신돈집권기에 영산현 소속이 되므로 영산 옥천사도 된다. 이 옥천사는 이른바 의상과 제자의 화엄십찰의 하나인 비슬산 옥천사로 여겨지니 화엄 사찰이었을 것이다.

신돈은 어머니가 옥천사의 婢였고 그래서 그 자신도 옥천사의 奴였다. 신돈에게 이부(異父) 동생인 강성을(姜成乙)[「고려사」신돈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머니는 강 씨 성의 다른 남편도 가졌다. 신돈이 어떻게 어린 나이로 노비에서 벗어났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데, 편조의 사원관련 廬墓(여묘) 살이, 친인척의 재산기부, 고위승려의 배려, 고위관료․권력자(특히 영산 신씨)의 배려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신돈은 어려서 승려가 되어 편조라 했지만 모천

때문에 동료 승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산방에 박혀 지냈는데, 이로 인해 자신과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이달충의 시 ‘신돈’에는 세주 형태로 신돈이 처음에 매골승(埋骨僧)이었다고 달아놓았다. 정몽주가 경오년(1390, 공양왕 2) 가을에 청란정에 들러 이달충의 화상(畵像)에 절하며 지은 시에는 “埋骨이 현담(玄談)해 묘모(廟謨)를 作하니 선생이 獨意(독의)해 부도(浮屠)를 배척했네”라고 읊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신돈은 노비였다가 어렸을 때 승려가 되었지만 노비 출신이라 차별받아 그랬는지 매골승 즉 시신을 매장하는 승려 생활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매골승에 대해서는 조선 초의 기록이 참고 된다. 세종 9년 9월에 예조가 한성부와 더불어 의논해 매골승 勸勵事目(권려사목)을 아뢰었다. 이전에 정한 僧 10명은 수가 적어 지금 6명을 가정해 동서활인원에 각각 8인을 속하게 하여 5부 및 성저십리(城底十里)를 분장(分掌)하게 하고 삭료염장(朔料鹽藏)을 지급하고 춘추에 각기 면포(緜布) 1匹을 지급할 것, 활인원관(活人院官)으로 하여금 그 근만(勤慢)을 고찰하도록 해 그 중에 엄매(掩埋) 최다자(最多者)에게 해마다 1인에게 수직(授職)할 것, 엄매(掩埋) 근만(勤慢) 및 원관(院官) 檢擧(검거) 能否(능부)를 사헌부와 한성부로 하여금 검핵(檢覈)할 것을 요청한 것이었는데, 왕이 이를 따랐다. 조선 초에 매골승이 활인원에 소속되어 급료를 받으며 5부 및 성저십리의 시신을 매장하는 일을 맡았던 것인데 지방에도 존재했을 것이다. - 다음 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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