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내년 조합장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발맞춰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기부행위는 제한된다.”라며 여기저기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보통 ‘기부’라 하면 좋은 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기부’라고 입력해도 유니세프나 월드비전과 같은 자선 사업을 하는 단체가 나온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서 좋은 일을 하지 말라고 하고 다니니, 한편으로는 아리송한 일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부’란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자신의 돈이나 물건 등을 대가없이 내놓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선거와 관련하여 ‘기부’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에서는 ‘기부행위’를 선거인이나 그 가족 등에게 금전·물품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이익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즉,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선거인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요즘도 이러한 기부행위가 있을까 싶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쉽게 이런 일을 마주할 수도 있다. 2018년 9월 21일, 추석을 며칠 앞두고 A씨는 택배를 하나 받게 되었다. 열어보니 A씨가 조합원으로 있는 B조합의 조합장 C씨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붙은 쌀 10KG이 있었다. A씨는 고맙다고 생각하며 이를 받았다. 얼마 후 A씨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합장 C씨로부터 쌀을 받은 사실이 있냐고 조사를 받았고, C씨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우리 지역은 아니지만 실제로 얼마 전에 발생한 사례이다. 아직까지 기부행위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2019년 3월 13일 실시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있어 조합장 임기만료일 전 180일인 지난 9월 21일부터 선거일인 내년 3월 13일까지 기부행위가 제한된다. ‘오늘’도 기부행위가 제한되는 날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한다면, 조카의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내는 것도 불법 기부행위에 해당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기부행위’에는 예외가 있다. 「위탁선거법」 제33조에는 직무상의 행위, 의례적 행위, 구호적·자선적 행위 등 기부행위의 예외를 두고 있다. 만약 천편일률적으로 금품 제공을 기부행위라고 제한한다면, 일상생활까지 제약하게 되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후보자의 돈이 아닌 능력·공약으로 평가받는 공정한 경쟁으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예방·단속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기부행위는 학연·지연·혈연 등의 관계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선관위의 역할만으로는 기부행위를 완전히 뿌리 뽑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합원 등 유권자의 깨끗한 선거에 대한 관심과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만약 기부행위를 주위에서 목격하게 된다면 국번없이 ‘1390’으로 신고해 주시길 바란다. 신고자에게는 최고 3억원(위탁선거법 기준)의 포상금이 지급되는 제도도 있다. 우리 동네의 튼튼한 조합을 만드는 데 모두 힘을 한번 보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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